마오의 무전 여행 - 세상을 바꾼 혁명가의 젊은 시절
샤오위 지음, 강성희 옮김 / 프리미어프레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아직 정신이 미숙한 여러분은 '태백산맥'을 읽지 마세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입시 준비를 하느라 교재 외에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 한자 읽지 않던 시절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읽게 된 "태백산맥"은 그리 유쾌한 책은 아니었다. 책을 덮었다가 읽기를 반복하는 시간들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죽어간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파왔었다. "마오의 무전여행"은 "태백산맥"과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역시 '사상'적인 괴리감에  쉽게 읽어지지 않은 책이었다.  

역사적으로 마오쩌둥은 산적인가? 영웅인가? 역사는 승자가 쓴 글이므로 부풀려지고 덧붙여지게 마련이라 그저 산적과 영웅 둘을 나누는 경계선은 그들의 끼어듦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사상'이 녹아든 책은 일단 거부부터 하기 마련인데 최대한 마오쩌둥에 대해 담담히 풀어낸 샤오위의 글은 한 시대를 살고 간 인물이기에 그저 외면하며 도리질 치며 보지 않겠다고 하기엔 어린애 같은 행동이라 그저 인간과 역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로 책을 들게 한다.  

샤오위와 마오쩌둥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한달여간의 긴 여행 '거지여행'이라 이름붙은 이 여행의 목적은 한계에 부딪쳤을때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로의 생각들을 토론하고 기록하며 함께 하는 시간들은 샤오위의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 '마오의 무전여행'이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마오쩌둥과 함께 한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순수하고 열정이 가득한 한 혁명가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느낌이 안드는것은 왜일까 이미 내가 마오쩌둥의 일생이 어떠했는지 알고 있어서일까 냉철하고 감정이 없는 잔인한 독재자로 불리운 마오쩌둥의 무전여행이 담담하게 읽혀지지 않는다.   

절친한 친구인 샤오위와 마오쩌둥의 '사상적 대립'은 각기 다른 길로 인도하지만 그 시대가 만든 길이기에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 두사람의 "무전여행"은 그래서 슬프게 다가온다. 우리나라가 짊어지고 있는 문제이고 21세기를 살아가지만 끝나지 않은 역사를 외면할 수 없기에 이 논제는 늘 가슴아프게 하고 말하기조차 거부하게 만든다. 정치적 격변기에 살아보지 않은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입으로 전해지고 글로 쓰여진 책을 통해 알아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샤오위의 글은 사실에 입각하여 쓰여져 역사를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세계는 변해가고 있다. 시대도 참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읽기조차 두려워 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인데 언제 그랬냐 싶게 자유롭게 탐독할 수 있는 시절이 왔으니 말이다.  '공산주의'라는 말조차 꺼내기 거북해지고 어린시절 반공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 행해온 많은 일들은 이제 옛추억이 되어 버렸다. 언제 그랬냐 싶게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 가고 있다. 역사의 한부분이긴 하지만 슬픈 모습이기에 담담히 읽혀지지 않는 "마오의 무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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