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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걸 -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나카이 토시미 지음, 카타기리 모토코 그림, 고은진 옮김 / 해피니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선정하면서 느끼는 건데 어려운 책 보다는 쉽게 읽혀지고 재밌는 책을 찾게 되는 듯 하다. 자기계발서들을 많이 읽게 되는 요즘 나와 꼭 닮은 해피걸(동그란 얼굴 뭉텅거리며 묶은 머리)이 나오는 책을 펼치자 난 벌써 행복에 감전된듯 유쾌한 그녀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20대, 여자는 행복해야 된다.!" 솔직히 이 문구가 마음에 걸린다. 이 문장으로 인해서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격지심인지 "난 30대인데 30대는 행복해지면 안되는거냐?"고 반발심에 책을 더 펼치게 되었던 것이다. 건드리면 안되는 책을 살짝 건드리게 되는 모험을 하는 것은 아닌지 소심한 성격에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림을 먼저 보고 "~해야한다"는 지침서를 보게 되는데 이미 그림을 보면 말하는 요지들이 눈에 확~들어오게 된다. 피식거리며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어쩜 이렇게 묘사를 잘했지?' 하는 생각에 멀리 있는 주제가 아니어서 단계들을 뛰어넘어 하나의 습관으로 굳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늘 그렇지만 그때뿐이다. "다 옳은 말이야. 그래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해" 하면서 반짝 결심을 하고 주옥같은 문장들은 마음에 새겨보기도 하지만 책을 덮으며 스르르 무너지고야 마는 나의 결심들. 이것들을 독에 담으면 넘쳐흘러서 주워담기도 힘들 것이다. 거기다 밑빠진 독일 것이다. 무엇이든 마음에 담는 것이 중요한데 이젠 나이가 들어 머릿속에 담기도 힘이 드니 원....
사실 반성을 많이 하며 읽은 책이다. 늘 불평불만만 해 온 나, 남의 행복에 배가 아팠던 나, 하나라도 자랑할게 있으면 말 하지 않고 못배기던 나, 잘못했을때 잘못을 시인하지 못하던 나, 칭찬에 인색했던 나, 내가 가진 모든것이 남들보다 떨어진다고 바꾸었으면 했던 나, 누군가가 날 챙겨주기 바라기만 한 나, 눈 맞추며 밝게 인사하지도 못하던 나, 상대방의 이름은 기억도 못하면서 내 이름 기억못한다고 기분 나빠하던 나, 남과 경쟁하는게 내 인생의 절체절명의 일인듯 양보라고는 눈꼽만큼도 안했던 나, 소원을 빌라고 하면 늘 이기적으로 내가 잘되기만 빌었던 나, 청소하는 것도 귀찮아 게으름을 피웠던 나, 내 인생의 최고의 선물은 시간임을 망각하며 살고 있는 나, 이렇듯 열거하기도 벅찬 '나'의 모습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얼마나 이기적인 모습인지 그래도 이런 나를 위해서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 나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티비를 보면 광고에서도 타인을 도와주는데 몇초 하며 보여주는데 말 이쁘게 하고 타인을 도와주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그리 인색하게 살았던 것일까. 나에게 피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지구끝까지라도 쫓아가서 혼낼 생각을 하면 다행인데 속으로 끙~하면서 험한말만 하는 인생이라니 허비하는 시간이 참 아깝다.
세상에서 태어나는 아기들 그 누구도 축복받지 않은 아기는 없을 것이다. 나도 세상에 태어나 엄마품에 안겼을때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시지 않았을까? 요즘에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찍어놓기도 하고 육아일기를 써서 보여주거나 초음파 사진도 보여주곤 하지만 우리때야 그저 돌 사진 한장 있으면 감지덕지, 일하신다고 바쁘셔서 흔하게 같이 찍은 사진도 없지만 부모님에게 난 자랑스럽고 장한 딸일것이다. 그래서 난 행복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해피걸을 통해 잊었던 부모님의 기대와 꿈이 생각났다. 어깨를 짓누르는 기대말고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말이다. 이렇듯 잊고 있었던 행복을 깨우쳐주는 시간을 선사해준 해피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행복할 일도 없는 늘 똑같은 일상에 지쳐갈 때쯤 모든 것이 행복해야하고 감사해야 할 일임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