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김소희 지음 / 상상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릴때부터 들어온 말들 중 "제 먹을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을 들어보적이 있는가? 아마 나이가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고 요즘 신세대라면 "그런 말이 어딨느냐 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물론 나도 인생은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나의 밥그릇이란 것이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어서 인생이 빛나길 내심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시절을 보내고 어느정도 인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절에 오니 내 밥그릇이란건 엄청 작기만 하고 내가 갖고 갈 수 있는 삶이란 것이 그리 향기롭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밥그릇"이란 말은 그저 지어낸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아이가 크게 자랄 수 있게 탄탄한 길을 닦아주는 강남엄마들의 존재는 "이런 부모가 있다는 것은 참 복 많은 것이다"라는 자조와 함께 '왜 난 이런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까, 난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주 마음까지 심란해진다. 

'치맛바람, 바짓바람'에 대해 매스컴을 통해 듣게 되면 기분 좋게 듣고 있게 되지는 않는다. 자격지심인지 없는자의 푸념인지 모르겠으나 "돈 많으니 저럴수 있지"라며 고개를 외로 꼬며 보지 않게 된다. 물론 저자는 소위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돈이 많아서 그곳에 사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전셋집을 살아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질적으로 우수한 그 곳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식의 교육에 대해 아무리 심한 치맛바람을 펄럭인다고 해도 손가락질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한달 한달 살아가기도 빠듯한 우리에겐 700만원이라는 돈을 들여서 외국에 나간다는것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기에 맘으로야 좋은 학원에 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하루살이 인생 같은 우리의 "그냥엄마"의 삶이 너무 고달퍼서 그와 대조적인 "강남엄마"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가지게 된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에게 뭘 못해줄까. 하지만 사정이 이렇기에 그저 한숨만 푹푹 쉬어댈 뿐이다.  

내 어릴적엔 부모님들은 돈 버느라 바빠 운동회는 커녕 학교에 오실 시간도 없었는데 학원 보낼 형편은 물론이고 어학연수는 꿈에도 꿀 수가 없었는데 어쩌면 내게도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목이 메인다. 나는 자식에게 이렇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만 해 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만큼 "강남엄마"를 닮고 싶어하기 때문이니까. 손가락질하고 지탄하지만 부러워서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작용하니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더 서글퍼지지만 공부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기에 부족한 듯 살아도 모든 것을 가지고 살 수 없는 것을 알고 그래서 무엇이든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며 자랄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자랄 수 있게 해 주고 싶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여 내것만 아는 이기주의가 아닌 타인의 아픔에 슬퍼할 줄도 아는 아이 말이다.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한다고 해도 이 음악이 어떤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고 영어학원이니 논술학원을 보내지 못한다고 해도 강남엄마 못지 않게 훌륭한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없는 부모에겐 '한'이라는 것이 남겠지만 말이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를 키운다는 강남엄마이고 보면 이 말에 웃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아파하고 크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때 그저 몸 건강히 잘 자라주는 것이 내 아이에게 바라는 큰 소망이었음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태어났을때 바란 것이 무엇이었는가? "대통령이 되길 바랬나? 아님 외교관이 되길 바랬었나?" 아닐 것이다. 그저 "손가락 발가락이 다 있는지, 아이는 건강하냐?"고 물었을 것이다. 내 욕심에 아이를 둘러싼 울타리를 만들지 않았는지 자세히 바라보기 바란다. 아이가 많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하지만 너무나 많은 길을 보게 되면 정작 자신이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릴때 가졌던 큰 꿈이 자라면서 조그맣게 변해 버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되는 일은 참 서글픈 일이지만 인생이 '강남엄마'가 바라는 삶만이 사람냄새 풍기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허리 한번 펼 시간이 없는 고된일을 하는 힘든 일상이지만 여기서도 기쁨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사'인것을 성공한 삶만이 인간적인 삶이라고 강요하는 삶은 지양해야할 것이다. 강남엄마가 아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에 못지 않게 크고 넓을테니 말이다. '엄마'라는 단어를 아이가 떠올리게 되었을때 가슴서늘함이 아닌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최고의 엄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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