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가출 중
미츠바 쇼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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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가출중이어서 좋은 점은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무네유키'는 어렸을 때부터 가출이 잦았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중년의 나이에 또 가출이라니, 언제 철이 들려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의미는 "혈연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양'이 보편화 되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보면 혈연관계가 있어야만 가족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냐고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나의 사고방식으로도 혈연관계에 집착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무네유키네 가족은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지 모르지만 어떤 가족보다 유대감이 깊은 것 같다.

 

73세의 할아버지 '신조'는 '무네유키'를 입양해 온다. 무네유키는 '류'를 낳은 아내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카오루'와 결혼하여 '카나'와 '케이'를 낳는다. '카나'는 오빠인 '류'를 보며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된 이유는 자신때문이라 미안함을 가지지만 실제로 무네유키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님을 알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이 된다. 물론 지금과 똑같이 살아가진 못하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따뜻하게 보듬어준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문제 투성이의 구성원들이지만 툭툭 던지는 무뚝뚝한 말투에도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을 보니 이들을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라 불러주고 싶다.

 

"그나저나 세상을 다 구하고 싶어하는 무네유키씨 가족들이 그립지도 않소? 어서 들어오지 않고 무얼하며 살고 있는지 참 궁금하외다. 어째 흔적조차 남기질 않는지.......쯧" 가족 누구의 말에 늘 "아, 시끄러!"하고 대답하는 막내 케이.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맡은 류, 밤에 하는 알바를 하다 이제는 착실하게 집에 귀가하는 '카나'. (정말 치매 맞아?) 73세의 할아버지 신조, 이들은 무네유키가 사라지고 없지만 그 어느때 보다 잘 지내고 그를 그리워한다.

 

할아버지 '신조'의 인생도 그리 평탄하진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신조'로 살아가야 했을 할아버지는 아마 가족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힘들게 살아왔으니, 너희들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단지 위태위태한 가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며 동화되어 갈 뿐이다. 무네유키가 돌아오면 엄청 섭섭할 것 같다. "아니, 내가 없는데 왜이리 잘 지내고 있어?"라며 큰소리칠 것 같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신조', 누구에게 이야기 하나 했더니 고양이 '부장대리'에게였다. 무네유키가 이름 붙인 고양이 "부장" 대신으로 "부장대리"라 붙여서 기르는 녀석이다. 무네유키는 언제 돌아오려나. 무네유키가 있어야 완전한 가족이 될텐데, 나도 그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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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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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의 작은 방에서 청춘을 보낸 "다카노"가 11년의 긴 노노무라 생활을 접고 떠난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며 노노무라를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이는 모습에 내 마음까지 뭉클해지고 뭔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집과 직장, 재산의 정도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노노무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속에 끼지 못하는 부류일 것이다. 수전노, 모피남 등 이름보다 별명으로 불러워지는 이들이 아주 오랜 세월동안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와세다 1.5평 청춘기"는 예전 이웃간에 정을 느끼며 살아오던 그 시절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따뜻해진다.

 

노노무라를 비우는 날이 많은 다카노에겐 늘 변함없이 자신을 기다려주는 곳이 있어 너무 좋다. 어디든 내 몸 하나 쉴 곳이 있다는 것은 그 곳이 어디든 낙원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알람소리에 잠을 깨고 양복을 입고 "피곤하다" 말하며 다카노의 방을 나서는 사람들을 보니 자신만 변함없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지 못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들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드는 다카노를 보니 "역시 다카노도 이제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게되는가" 했다. 비싼 양복 한 벌 사고 알람 소리에 잠을 깨어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만족감이 들지만 내가 보기엔 프리랜서로 일하며 오지로 떠나는 다카노의 모습이 제일 멋진 것 같다.

 

노노무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들려주는 "와세다 1.5평 청춘기"는 큭큭거리며 웃음짓게도 하고 노노무라 주인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을 보며 와글와글 모여서 사는 노노무라가 유지되는 비결이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된다. 같이 사는 "수전노"가 악취가 풍기는 음식을 해도 몇 마디 잔소리 하는 것으로 그치고 소음때문에 이웃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저 사람 안 나가나?" 했던 사람도 막상 이 곳을 떠나고 나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허전한 것이 이 곳이다.

 

역사가 오래된 노노무라, 다카노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 이 곳을 떠나게 된다. 처음 이 곳을 들어올때 11년을 살게 될지 몰랐겠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이 곳을 나가게 되어 섭섭한 마음이 많이든다. 그러나 다카노에게는 이 곳이 고향처럼 느껴져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여기에서 또 살게 되는건 신중하게 생각해야겠지.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 더 나아진 생활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 속물로 보일진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에 다카노가 노노무라에 다시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노노무라는 지진이 나서 무너지지 않는한 계속 운영하게 될 것이다. 칠십이 넘은 노노무라 주인 아주머니의 건강이 걱정이긴 하지만 지금도 노노무라에는 청춘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 별난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 곳은 따뜻한 마음과 정이 있으니 좁은 공간에서 사는 것이 그리 힘들진 않을 것이다. 학교와 가까이 있는 노노무라에 있으면 학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출석한 기분을 느끼는 다카노처럼 엉뚱한 사람도 있겠지. 그 이후에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10년동안 고시준비를 한 겐조는 어디가서 무얼 하고 있을지, 수전노 마쓰무라, 이시카와, 나리타, 나카에 등 이들이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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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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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잔학기, 아임소리마마"에 이어 "암보스 문도스"로 그녀의 작품을 또 만났다. 앞에 읽었던 책들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이 책은 그렇게 섬뜩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나의 심장이 그간 너무 튼튼해진 것인지, 여전히 그녀의 강한 힘을 느낄 순 있지만 등 뒤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던 존재들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일곱 편의 단편들, 모두 기리노 나쓰오의 손 안에서 생명을 얻은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역시나 그들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말도 안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미 그녀에게 내 감정을 모두 맡기고 그저 아무말 없이 작품들을 읽고 있었다.

 

나는 단편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도 없이 중간에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일곱 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조금은 지루하여 아주 힘들게 읽어 내려간 '부도의 숲'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괜찮게 읽은 것 같다. "식림"에서 어린시절 음침한 모습을 보인다하여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마키, 세월이 지나도 타인에게 여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사악한 기운을 뿜으며 살아간다. 마음속에 자리한 신경질적인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 미워하지만 그녀를 만나면 다들 슬금슬금 피하는 것을 보니 그 마음이 전해지는 모양이다. 뚱뚱하고 키가 작아 날씬하고 이쁜 여자들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키, 왜 자신의 외모때문에 그렇게 자기비하를 하며 살아야 하는지 솔직히 공감하긴 힘들다. 성격을 좀 더 밝게 바꾸면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린시절 스즈키씨의 범죄에 가담했다는 생각에 우쭐해져서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마키. 그러나 자신의 기억은 닫혀 있어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는데.......잠깐의 당당한 모습은 벗어던지고 이제 '히로유키'에게 그 화풀이를 하는 모습은 역시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못하는 것 같다. 노숙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루비", 유부남인 다구치를 사랑하는 사키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괴물들의 야회", "사랑의 섬"에서는 이런 일들이 실제 일어난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기리노 나쓰오의 여느책들과 다른 느낌들을 갖게 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어떤 사건에 부딪쳤을때 인간의 변해가는 모습과 그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보여주었던 기리노 나쓰오의 책들을 생각했다면 이 책은 조금 지루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현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과 소설속에서나 등장 할 이야기들에 페이지 한장 한장 넘기기가 힘이 든다. 저자가 보여주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그 마음을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답답해진다. 그녀의 소설은 어둡고 음침하여 별다른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내내 마음이 무겁고 조마조마해진다. 배경은 회색빛으로 구름은 낮게 깔려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내용들을 왜 이렇게 선호하게 되는 것일까. 밝은 세상의 이면엔 어두운 면도 있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탓일까.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녀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보다. 이후에 만나는 책은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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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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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향수"라는 책을 읽을 때처럼 나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향수를 보며 코 끝에 스미는 그 어떤 향기, 체취를 맡아 보질 못해 마음이 슬프더니 조경란님의 "혀'를 읽으면서도 지원이가 표현해내는 맛을 느낄수가 없어 마음이 불안정해진다. 미식가가 아니기에 그녀가 이야기하는 음식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가 없다. 단맛, 신맛 등 아주 기본적인 맛도 구별해내지 못해 음식을 할 때 간도 잘 못맞추는 나를 지원이가 본다면 자신이 만든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나에게 먹어보라고 권해 줄까?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귀한 사람처럼 느껴지니 음식 하나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랑' 하나를 가지지 못해 실패 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지원. 함께 살던 남자 한석주와 쿠킹 클래스에 나오는 이세연이 섹스하는 모습을 미닫이 문을 통해 엿보게 되는 그녀는 이세연과 함께 지내는 한석주를 여전히 기다리고, "돌아오라"고 말한다. 왜 이러는 것일까. 도저히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다. 한석주와 함께 살며 쿠킹 클래스를 열기 전 다녔던 '노베'로 돌아간 그녀는 혀의 미각마저 잊어버린채 점점 열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실 자신이 오랫동안 길러 온 '폴리'란 개를 이세연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게 맡기고 한번씩 보러오는 한석주란 사람, 정말 짜증난다. 지원의 말대로 "아이가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원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이세연과 섹스를 한 사람이니 전혀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지원은 모든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한석주를 사랑했던 시간들도 사라지는 것이니까. 폴리와 함께 한석주를 기다리는 지원이 그래도 맥을 놓지 않고 '노베'에서 열심히 살아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정한 행위를 보고도 충격받지 않을 사람은 없으니까.

 

한국을 떠날 결심을 한 그녀가 한석주에게 최후의 만찬을 제의한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그를 부른 것이다. 지원이가 선택한 요리는 "혀"로 만든 것, 지원이가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한석주에게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한석주가 사랑하는 여인 이세연의 혀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남자를 바라보며 지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쾌감을 느꼈을까. 나는 그녀의 이런 행동에 가슴이 트인듯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까지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지원이 이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에 주체가 되기 시작했으니까. 한석주가 만들고 싶어하던 둘 만의 집을 이세연과 함께하며 만드는 것을 보고 더이상 그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것을 확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한 배신감을 느꼈겠지. 이후 지원이가 한석주와 함께 살았던 집을 떠났는지, 이세연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이야기는 한석주에게 '혀'로 만든 음식을 만들어주고 끝났기에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가 되었을지 그 뒤의 상상은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이제는 한석주를 마음에서 놓아버린 지원, 그녀는 이제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이탈리아로 떠나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을 만들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나의 모든 감각을 깨워준 그녀, 가까운 사람들의 곁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삶은 어둡지 않고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지원의 이야기들이 이렇게 끝나버려 아쉽다. 좀 더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새로운 사랑을 만나 그 행복감을 요리로 표현하는 그녀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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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커 1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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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져들어 주위의 소음조차 귓가에 들리지 않았던 책을 만났던 때가 언제였던가. 그렇다. 난 이 책에 빨려들어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루크가 지구가 생성해내는 모든 소리를 들었다면 나는 그 소음마저 지워진 아주 조용한 세상에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요즘 귀에 문제가 있는지 음악을 들을 때면 드럼을 치듯 둥둥거리는 느낌때문에 정말 불편하고 기분이 안좋을때가 많다. 이런 작은 소음과 불쾌한 느낌때문에 짜증을 부리는 나와 다르게 루크는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파도소리, 머릿속에서 울려오는 피아노소리, 하프소리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루 중 조용한 시간도 있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이 소리들이 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두렵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까 보아 말하지 못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모든 소리들이 빛깔을 가지고 있어 그 영상을 그려 볼 수 있는 루크, 신비로운 느낌에 휩싸여 있을 것 같은 그의 삶도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슬픔에 잠겨 모든 것을 잃어버린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스킨, 다즈, 스피드의 무리들과 지내는 일도 없었겠지. 반항적인 시기의 사춘기라고 하기엔 그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져 오기에 마음이 아파온다. 아이라고 하기엔 스킨은 너무 악랄하다. 리틀 부인의 집에서 본 상자를 갖고 싶어 루크를 집 안에 들여보내는 스킨, 그러나 루크가 그 집안에서 만난건 어린 한 소녀와 흐느끼는 울음소리였다. 멀리 있어도 계속 들려오는 한 여자아이의 울음소리, 타인에게 말할 순 없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집 안에 도둑처럼 들어온 루크에게 제안을 하는 리틀 부인, "나탈리에게 피아노를 들려달라"고 말한다. 난 솔직히 리틀 부인이 루크에게 나탈리를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가 가진 재능, 모든 소리를 듣는 루크의 재능을 이용하게 될 줄 알았다. 뭐 다른 형태로 나탈리에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단지 "피아노를 들려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너무 단순한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천재적인, 피아노를 너무나 잘 치는 루크에겐 식은죽 먹기였을테니까. 아버지가 오래 전 루크에게 들려주었던 곡을 흥얼거리는 나탈리, 이 곡에 유독 집착하여, 곡을 듣고 나서는 편안한 표정을 보이는 나탈리의 마음속엔 이 곡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까.

 

언제나 아버지가 곁에 있는 것을 느끼는 루크, 비록 보이진 않지만 함께 한다는 느낌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스킨이 원하던 그 상자를 발견한 것은 아마 루크에겐 필연적으로 해야만 했던 운명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발리 메이 로버츠"라고 쓰여진 금속팔찌, 어디선가 본 듯 낯이 익은 이 이름과 함께 쓰여진 전화번호를 보고 왜 이 금속팔찌를 가지고 오고 싶었는지, 그리고 컴퓨터에 "발리 메이 로버츠"라고 입력하고 싶어졌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음악으로 인해 나탈리, 아니 발리와도 인연의 고리가 엮여져 있음을 느끼는 루크, 발리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자신의 일임을 알아간다. 아마 내가 루크였다면 리틀 부인을 신고하고 세상에 이 일을 알렸을 것 같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문제만을 직시하고 해결하려 했으리라. 그렇게 했다면 리틀 부인은 물론 발리와 발리의 부모님들도 큰 상처를 받았겠지. 역시 루크는 나와 다르게 현명하게 처신한다. 발리와 함께 있을 때 스킨과 다즈, 스키드가 나타났다면 어쩔뻔 했는지 생각만 하면 등골이 서늘해지긴 하지만 어쨌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게 잘 해결되어 다행이다.

 

리틀 부인의 상자를 갖고 싶어하던 욕망이 이젠 루크의 손을 망가뜨리고 아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 스킨, 정말 보는 내가 다 섬뜩해진다. 손을 화상입히려고 하고 그것이 잘 되지 않자 루크가 좋아하는 나무 오크와 함께 불에 태워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이것이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일까, 화가나서 견딜 수가 없다. 나무 오크는 그에겐 가족과 같은 존재이거늘, 스킨의 손아귀에 처참히 죽음을 당하게 된다면 루크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스타시커"의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사실 리틀 부인이 발리를 데려온 동기가 약해서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지만 이젠 그녀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동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된다. 루크도 이제 가족의 품 안에서 편안해지고 스킨과 다즈는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읽는내내 하얗게 빛나는 별의 느낌을 전해주었던 '스타시커', 오늘은 주위의 소음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루크가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어떤 음악일지 짐작은 간다. 이 글을 읽는동안 내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잔잔하게 흘러들어왔으니까. 별을 쫓는 아이, 루크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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