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의 작은 방에서 청춘을 보낸 "다카노"가 11년의 긴 노노무라 생활을 접고 떠난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며 노노무라를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이는 모습에 내 마음까지 뭉클해지고 뭔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집과 직장, 재산의 정도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노노무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속에 끼지 못하는 부류일 것이다. 수전노, 모피남 등 이름보다 별명으로 불러워지는 이들이 아주 오랜 세월동안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와세다 1.5평 청춘기"는 예전 이웃간에 정을 느끼며 살아오던 그 시절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따뜻해진다.
노노무라를 비우는 날이 많은 다카노에겐 늘 변함없이 자신을 기다려주는 곳이 있어 너무 좋다. 어디든 내 몸 하나 쉴 곳이 있다는 것은 그 곳이 어디든 낙원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알람소리에 잠을 깨고 양복을 입고 "피곤하다" 말하며 다카노의 방을 나서는 사람들을 보니 자신만 변함없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지 못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들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드는 다카노를 보니 "역시 다카노도 이제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게되는가" 했다. 비싼 양복 한 벌 사고 알람 소리에 잠을 깨어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만족감이 들지만 내가 보기엔 프리랜서로 일하며 오지로 떠나는 다카노의 모습이 제일 멋진 것 같다.
노노무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들려주는 "와세다 1.5평 청춘기"는 큭큭거리며 웃음짓게도 하고 노노무라 주인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을 보며 와글와글 모여서 사는 노노무라가 유지되는 비결이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된다. 같이 사는 "수전노"가 악취가 풍기는 음식을 해도 몇 마디 잔소리 하는 것으로 그치고 소음때문에 이웃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저 사람 안 나가나?" 했던 사람도 막상 이 곳을 떠나고 나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허전한 것이 이 곳이다.
역사가 오래된 노노무라, 다카노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 이 곳을 떠나게 된다. 처음 이 곳을 들어올때 11년을 살게 될지 몰랐겠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이 곳을 나가게 되어 섭섭한 마음이 많이든다. 그러나 다카노에게는 이 곳이 고향처럼 느껴져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여기에서 또 살게 되는건 신중하게 생각해야겠지.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 더 나아진 생활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 속물로 보일진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에 다카노가 노노무라에 다시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노노무라는 지진이 나서 무너지지 않는한 계속 운영하게 될 것이다. 칠십이 넘은 노노무라 주인 아주머니의 건강이 걱정이긴 하지만 지금도 노노무라에는 청춘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 별난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 곳은 따뜻한 마음과 정이 있으니 좁은 공간에서 사는 것이 그리 힘들진 않을 것이다. 학교와 가까이 있는 노노무라에 있으면 학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출석한 기분을 느끼는 다카노처럼 엉뚱한 사람도 있겠지. 그 이후에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10년동안 고시준비를 한 겐조는 어디가서 무얼 하고 있을지, 수전노 마쓰무라, 이시카와, 나리타, 나카에 등 이들이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