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시커 1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 빠져들어 주위의 소음조차 귓가에 들리지 않았던 책을 만났던 때가 언제였던가. 그렇다. 난 이 책에 빨려들어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루크가 지구가 생성해내는 모든 소리를 들었다면 나는 그 소음마저 지워진 아주 조용한 세상에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요즘 귀에 문제가 있는지 음악을 들을 때면 드럼을 치듯 둥둥거리는 느낌때문에 정말 불편하고 기분이 안좋을때가 많다. 이런 작은 소음과 불쾌한 느낌때문에 짜증을 부리는 나와 다르게 루크는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파도소리, 머릿속에서 울려오는 피아노소리, 하프소리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루 중 조용한 시간도 있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이 소리들이 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두렵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까 보아 말하지 못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모든 소리들이 빛깔을 가지고 있어 그 영상을 그려 볼 수 있는 루크, 신비로운 느낌에 휩싸여 있을 것 같은 그의 삶도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슬픔에 잠겨 모든 것을 잃어버린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스킨, 다즈, 스피드의 무리들과 지내는 일도 없었겠지. 반항적인 시기의 사춘기라고 하기엔 그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져 오기에 마음이 아파온다. 아이라고 하기엔 스킨은 너무 악랄하다. 리틀 부인의 집에서 본 상자를 갖고 싶어 루크를 집 안에 들여보내는 스킨, 그러나 루크가 그 집안에서 만난건 어린 한 소녀와 흐느끼는 울음소리였다. 멀리 있어도 계속 들려오는 한 여자아이의 울음소리, 타인에게 말할 순 없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집 안에 도둑처럼 들어온 루크에게 제안을 하는 리틀 부인, "나탈리에게 피아노를 들려달라"고 말한다. 난 솔직히 리틀 부인이 루크에게 나탈리를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가 가진 재능, 모든 소리를 듣는 루크의 재능을 이용하게 될 줄 알았다. 뭐 다른 형태로 나탈리에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단지 "피아노를 들려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너무 단순한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천재적인, 피아노를 너무나 잘 치는 루크에겐 식은죽 먹기였을테니까. 아버지가 오래 전 루크에게 들려주었던 곡을 흥얼거리는 나탈리, 이 곡에 유독 집착하여, 곡을 듣고 나서는 편안한 표정을 보이는 나탈리의 마음속엔 이 곡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까.

 

언제나 아버지가 곁에 있는 것을 느끼는 루크, 비록 보이진 않지만 함께 한다는 느낌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스킨이 원하던 그 상자를 발견한 것은 아마 루크에겐 필연적으로 해야만 했던 운명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발리 메이 로버츠"라고 쓰여진 금속팔찌, 어디선가 본 듯 낯이 익은 이 이름과 함께 쓰여진 전화번호를 보고 왜 이 금속팔찌를 가지고 오고 싶었는지, 그리고 컴퓨터에 "발리 메이 로버츠"라고 입력하고 싶어졌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음악으로 인해 나탈리, 아니 발리와도 인연의 고리가 엮여져 있음을 느끼는 루크, 발리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자신의 일임을 알아간다. 아마 내가 루크였다면 리틀 부인을 신고하고 세상에 이 일을 알렸을 것 같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문제만을 직시하고 해결하려 했으리라. 그렇게 했다면 리틀 부인은 물론 발리와 발리의 부모님들도 큰 상처를 받았겠지. 역시 루크는 나와 다르게 현명하게 처신한다. 발리와 함께 있을 때 스킨과 다즈, 스키드가 나타났다면 어쩔뻔 했는지 생각만 하면 등골이 서늘해지긴 하지만 어쨌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게 잘 해결되어 다행이다.

 

리틀 부인의 상자를 갖고 싶어하던 욕망이 이젠 루크의 손을 망가뜨리고 아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 스킨, 정말 보는 내가 다 섬뜩해진다. 손을 화상입히려고 하고 그것이 잘 되지 않자 루크가 좋아하는 나무 오크와 함께 불에 태워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이것이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일까, 화가나서 견딜 수가 없다. 나무 오크는 그에겐 가족과 같은 존재이거늘, 스킨의 손아귀에 처참히 죽음을 당하게 된다면 루크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스타시커"의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사실 리틀 부인이 발리를 데려온 동기가 약해서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지만 이젠 그녀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동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된다. 루크도 이제 가족의 품 안에서 편안해지고 스킨과 다즈는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읽는내내 하얗게 빛나는 별의 느낌을 전해주었던 '스타시커', 오늘은 주위의 소음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루크가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어떤 음악일지 짐작은 간다. 이 글을 읽는동안 내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잔잔하게 흘러들어왔으니까. 별을 쫓는 아이, 루크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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