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2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4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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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해서 이 야구만 하고 싶다는데 왜이리 장애물이 많은 것인지. 결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 나가려는 다쿠미, 고, 히가시다니, 사와구치의 모습이 애처롭다. '배터리 2'에서는 조금 폭력적인 내용이 다뤄지고 있어 청소년 성장소설이라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혀져도 좋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읽는동안 얼마나 가슴졸였던가. 계속 읽기가 힘들어 도대체 몇번을 놓아버렸는지 모른다. 특출나게 잘난 사람이 있다면 분명 부러워서 시샘하게 된다. 하지만 야구부 선배라는 이름으로 다쿠미, 사와구치에게 이렇게 린치를 가해도 되는가. 그저 내신성적을 위해 클럽활동으로 야구를 선택한 아이들이 가한 린치에 나도 두 주먹을 불끈쥐고 응징하고 싶어진다. 야구만을 위해서 열정적인 마음이 못된 행동을 하게 한 것이 아니기에 분명 벌을 받아도 할말이 없을텐데 오히려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야구부 클럽활동의 중단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듣게 된다.

 

요조 할아버지가 야구부 아이들을 위해 전면에 나설줄 알았는데 아직 조용하다. 1권에서 세하에게 야구를 할 수 있게끔 용기를 불어 넣어줬던 모습과 다르게 2권에서는 그저 야구부 고문인 도무라의 방문을 받고 다쿠미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야기하는 장면만 나올뿐이다. 야구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아이들을 버려두고 아내의 간병을 위해 아무말 없이 그 곳을 떠난 자신을 변명하고 싶지 않은 요조, 자신을 대신해서 도무라가 잘해주기를 바랄뿐이다.

 

다쿠미에게 머리를 자르라고 명령하는 도무라, 자신의 야구에 자신이 있고 그 실력만으로 대회에 나가고 싶은 다쿠미는 머리를 자르는 것과 훈련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반항한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일뿐이라 이것으로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해 결국 '고'와도 싸움을 한다. '고'의 입장에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하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학원도 그만두었으니 억울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다쿠미의 자신만 생각하는 이 이기적인 생각에 기분이 나빠졌다. 야구는 혼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팀원 전체가 함께 해야하는 운동이기에 '고'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쿠미의 야구에 대한 열정, 자신을 믿지 않느냐고 되묻는 다쿠미를 보며 그제야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도무라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선발투수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다쿠미와 고. 야구다운 야구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이렇게 물러나야 할까. 클럽활동을 중지해도 운동장에 모여 야구를 하는 그들에게 학교측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천재 투수 다쿠미, 이제 드디어 팀워크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것 같다. 함께 하는 야구,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은 깨닫고 있는 것을 보니 다쿠미가 너무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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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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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더니, 어른이 된 지금 왜이리 즐겁지 않는 거지? 아마 어릴적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거 하면 안된다" 등의 말을 들으면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화장품을 바르며 여자가 되고 싶은 것 보다 그래, 빨리 어른이란게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왜 그 어린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자유를 가졌지만 너무나 많은 책임과 의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들이 나를 점점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제 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하이킹 걸즈"는 프랑스에서는 비행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대신 도보 여행을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을 토대로 우리 나라에도 접목 시켜 은성과 보라가 인솔자 미주와 함께 실크로드를 도보로 여행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나는 프랑스에서 이런 것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기에 너무도 생소한 도보 여행이 낯설기만 하고 아주 먼 세상에서나 있을법한 그런 일로 생각되어 사실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신이 가는 길이 신기루일지, 오아시스일지 모르고 마냥 걷기만 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인생 또한 이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끝까지 해내겠다는 마음이 자리잡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200km를 도보로 간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 같았으면 금세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은성과 보라에겐 이것이 막다른 길이었다. 중도에 포기하게 되면 소년원에 들어가는 길만이 남아있지만 도보 여행을 끝내고 나서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한국으로 가야하는 보라와 자신을 예뻐해주시던 할머니가 안계신 한국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은성 또한 마찬가지다.

 

나도 십대시절을 보냈었지만 아이들이 도착지를 향해가며 하나씩 깨달아 가는 그 여정이 왜이리 답답하기만 할까. 일본 여행객들이 보라를 왜 때렸는지, 그저 맞고 가만히 있는 보라의 모습은 은성뿐 아니라 나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이런 장면이 들어갔는지 저자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속에 묻어두었던 그 아픔의 덩어리들을 뱉어내게 하기 위한 역할이었을까.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하나씩 자신의 껍질을 벗어던지는 아이들, 왕따를 당했던 보라와 아이들을 때리며 왕따를 시킨 주동자였던 은성 두 사람의 감정은 극한으로 치닫고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과 은성을 동일하게 생각하여 마음을 닫아버리는 보라를 보며 어쩌면 이 여행은 보라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은성을 위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괴롭힌 아이들에게 한번도 사과하지 못했던 은성은 보라를 통해 그 아이들의 마음을 느낀다.

 

만화가 그리고 싶은데 그것을 하지 못하게 막는 엄마가 있는 한국,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 이 도보 여행이 끝나면 다시 한국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보라는 너무 싫다. 그래서 이 도보 여행에서 이탈하는 보라, 거칠긴 하지만 속마음이 깊은 은성은 배낭도 짊어지지 않은 채 보라를 데려오기 위해 함께 이탈하게 된다.

 

실크로드에서 하는 이 도보 여행은 자신을 찾기 위핸 대장정이다. 그래서인지 조금 억지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두 아이가 이 곳을 걸으며 뭔가 깨달아야 할테니까. 은성과 보라가 왜 이 여행에 선택된 것인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다른 상황의 아이들이었다면 어땠을까. 두 사람은 이탈로 인해 이 도보여행은 사실상 끝이 났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이 도보 여행을 꼭 끝내고 싶다고 무릎을 꿇고 사정한다. 비록 소년원으로 가야하겠지만 이것이 자신들을 밀어낸 세상을 향해 한걸음 다가서며 내린 최초의 자신들만의 결정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신기루라 하더라도 그 끝은 오아시스로 가는 길임을 알기에 은성과 보라는 어떤 일이 닥쳐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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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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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부 이상이 팔렸다는 배터리를 이제야 만났다. 그런데 '배터리'의 뜻이 무엇일까. 야구용어에 대한 지식이 짧아 이 책 읽기를 주저했는데 제목부터 막힌다. 그래서 찾아보니 배터리란 야구용어에서는 "포수와 투수를 묶어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흠 이제야 포수인 '고'와 투수인 '다쿠미'가 왜 '배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 것 같다.

 

아버지가 직장에서 좌천되어 내려오긴 하지만 어머니의 고향집에 내려온 것은 운명적인것 같다.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모든 것을 그만 둔 전설속의 명감독인 요조 할아버지의 집으로 가기 때문이다. 늘 병치레가 잦고 몸이 약한 세하는 이 곳에 와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불태운다고 하니 너무 의지가 강한것으로 표현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자신의 건강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는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니 강한 표현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나는 무언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현실에 안주해버린 나는 그래서 세하가 참 부럽다.

 

타고난 투수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하의 형 다쿠미, 아직 중학생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실력이 어른 못지 않다. 그래서인지 아이 취급 받을때 그 감정을 다스리는게 쉽지 않다. 닫혀버린 마음, 야구에 빠져 가족들도 챙기지 않았던 요조 할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는 다쿠미가 야구를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능력이 탁월해서일까. 다쿠미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세하만 챙긴다. 이것이 또 다쿠미에게 상처가 되었겠지. 그런데 세하가 다쿠미처럼 야구를 하고 싶어하니 이젠 다쿠미까지 미워질 지경이다. 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싫어했던 '야구'가 가족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간다는 것을, 그저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솔직히 안하무인인 다쿠미의 이기적인 성격에 나도 몇 번 짜증이 난다. 야구를 함에 있어 포수와 투수만 있는 것이 아닐텐데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 이후 최고의 배터리가 되기 위해 아이들과 어떻게 화합해 나갈지 기대감도 생긴다. 분명 변할 것이다. 지금도 야구공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세하로 인해 그 마음이 허물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늘 유쾌하고 사려깊은 나가쿠라 고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조금씩 배우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다쿠미, 다쿠미의 공을 잘 받아내는 고,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약한 몸으로 세하는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분명 꼭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로치 고개가 보이는 이 곳에서 아이들은 야구를 어떻게 지켜낼까. 야구를 관두게 하고 공부에 전념시키려는 고와 에토의 부모들을 보니 지켜내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과 열정이 있다면 무엇인들 못할까. 아직은 어른들이 다쿠미에게 너무 냉정하게 대하는게 마음에 걸린다. 닫혀버린 다쿠미의 마음이 언제쯤 모두 열릴지. 또 다른 아픔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나는 벌써부터 2권이 기대된다. 서로에게 배터리가 되어 마음을 열고 서로를 믿어가는 그 과정에 나도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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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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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누가 도쿄에 표류하는가 했다. 그런데 도쿄에서 만난 별난 외국인 친구들의 이야기라니, 그래 어쩌면 고국에서 먼길을 떠나 도쿄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이곳에서 표류한다는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와세다 1.5평 청춘기"의 속편쯤 되는 것 같다.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읽지 않고 이 책을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자신이 겪은 일들을 책으로 엮었기때문인지 내가 읽은 전작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의 1.5평의 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 한 것보다 도쿄안에서 세계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나는 더 재밌다. 

 

다카노는 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부 생활로 인해 외국어의 절실함을 느껴 지하철에서 만난 파리지엔 '실비아'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다. 나는 성격상 외국인을 보면 못본척 하겠지만 역시 다카노는 콩고에 있다는 '모케레 무벰베'라는 수수께끼의 미확인 생물체를 찾아 떠나는 길이 아주 절박했었나 보다. 누구한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사실 그런 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부정했을 '나'를 생각한다면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서는 다카노의 모습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안정된 직장이 있는것도 아니고 1.5평 아니 지금은 2평인가, 자신의 방을 자주 비워두고 외국에 나가있는 일이 많고 보니 늘 정처없이 떠나는 사람으로 비춰져 그의 삶이 부럽다기 보다는 조금 걱정스럽다. 뭐 이런 나의 염려를 일시에 걷어내 버리고 이렇게 유쾌하게 잘 지내는 것을 보면 이것도 인생의 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삶만이 인생은 아닐테니까.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그의 글을 통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어 즐겁지 아니한가.

 

어느새 다카노의 별난 외국인 친구들과 친숙해졌기 때문일까. 나도 그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야구를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야구에 대해 모르는게 없는 마후디, 다카노의 대학졸업에 도움이 된 동가라씨 형제들, 돈을 벌려고 일본으로 들어왔지만 추방당한 페루인,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있지만 가진 것 없이 도쿄에 들어온 이들의 삶이 그렇게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그 빈자리를 크게 느끼게 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렇게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다카노의 세계는 정말 국제적이다.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도쿄에 있어도 그는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연을 맺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지 않는가.

 

미확인 생물들을 찾아다니는 다카노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소신있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밀고 나가는 배짱과 넓은 마음이 부럽다. 비록 일본에 있으면 귀찮아서 카레도 데워먹지 않고 그냥 먹는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젠 이 모습조차도 익숙해졌나 보다. 작은 방안에서 생활하는 다카노의 모습이 참 친숙하게 다가오니까. 그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나를 유쾌하게 만들어 줄까. 또 다른 이야기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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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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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말인가 했을 것이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나도 진정한 의미는 책 중간쯤에 알았으니까. 사람들이 죽을 때 나름 각각 사연을 가지고 죽는다. 같은 교통사고로 죽어도 음주운전자의 차에 부딪쳐 죽을수도 있고 차량끼리 부딪쳐 죽을수도 있다. 이처럼 사건기록에는 "교통사고사망"이라고 쓰더라도 모두들 다양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다. 어디 책 제목처럼 800만가지밖에 없을까. 지금도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죽고 생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더 고독할지도 모르겠다.

 

창녀 킴 다키넨은 매트를 찾아와 포주 챈스에게 "자신을 놓아달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매트를 쓰는 것이지만 그녀의 말은 포주 챈스가 자신에게 위험스런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아무리 우연이라지만 킴이 챈스를 만나 그에게서 떠날 것이라는 말을 한 뒤 살해 당한다면 당연히 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겠는가. 나는 끝까지 챈스가 범인이라는 것에 심중을 두고 매트의 뒤를 따랐다. 포주 챈스는 솔직히 너무 친절하고 마음이 착하다. 그래도 뺏고 뺏기는 관계인 창녀와 포주의 관계라면 오히려 친절하고 착하다는 것에 더 의심이 가지 않겠는가. 매트 또한 킴이 죽었을 때 범인이 챈스라고 경찰인 더킨에게 알려주지만 오히려 챈스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창녀들이 불안해한다며 범인을 꼭 밝혀줄 것을 의뢰하게 된다. 이쯤되면 분명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죽여놓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매트를 의뢰한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도 나는 죽은 두 사람의 연관성은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그저 챈스가 자신의 창녀를 죽인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추리소설의 트릭을 전혀 보지 못하고 나는 또 혼자만의 생각만 하고 있었는가 보다. 킴의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협박을 받는 매트, 경찰이었던 시절 어린아이가 자신의 총에 맞는 사건으로 경찰직에서 물러나고 알콜중독자로서 위험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해결을 넘어선 술을 멀리할 수 있는 유일하게 집중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에 끝까지 가 보기로 한다. 과연 그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정글도를 가지고 난도질을 해서 사람을 죽이는 범인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사건은 의외의 곳에서 해결이 된다. 조각조각나 있는 퍼즐들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매트는 훌륭하게 해낸다. 늘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모른 채 그저 일러주는대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대충 누군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킴의 반지가 살인현장에서 사라졌다고 매트가 말했을 때 두번째 죽은 사람의 형이 보석관련 일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해 봤지만 역시 명석한 매트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킴이 마음에 둔 남자친구에게 혐의를 두고 계속 수사를 펼친 매트는 이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무엇을 얻었을까. 사랑하는 사람 '얀'과 함께 있을 수 있었고 자신이 "알콜중독자"라고 인정함으로써 그 외로운 터널에서 이제는 빠져나오게 되었으니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해야할까. 그동안 잃은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얀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닌가.

 

그동안 금주 며칠째인지 매트와 함께 헤아리며 그가 술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얼마나 빌었던가. 적어도 알콜중독자로 생을 마감하게 되지 않기를, 그 800만가지 죽는 방법에서 알콜이 아닌 다른 방법의 죽음이 그에게 찾아오기를 바라며 하루 하루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넘어갈 때면 나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다. 밑바닥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생은 죽음까지 처연하게 다가온다. 800만가지 죽음에 이르는 방법중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책은 하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준다. 적어도 한사람 한사람 모두 소종한 사람임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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