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3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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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기 전에 살며시 마지막 책장을 살펴보았다. 앗, <4권으로 이어집니다>. 그 순간 혼란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이제는 이야기들이 마무리 되어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가 그 궁금증이 풀리는가 했는데 아직 아니라면 마지막 권이 나오는 동안 계속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어떻게 견디는가 하는 것이었다. 왜 나는 3권이 마지막이라 생각했을까, 기다리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을 주기에 이번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악귀들의 세력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과 퇴마사들의 주변 인물들까지 악귀들에게 당하고 있다는 설정은 이미 나의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게 만들었고 박 영감처럼 나도 수인을 맺고 주문을 외우며 이 악귀들과 싸우고 싶은 정의감이 불타오르게 만든다. "암 크리 훔 캭 훔!"이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내 손에서 무언가가 나갈 일이 있겠냐만은 왠지 목숨을 걸고 악귀들과 싸우는 이들이 멋있어 보이니 난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아름다운 주인공이 아니니 용만이처럼 멋진 남자가 나를 구하러 달려오지도 않을테니 스스로 목숨을 지키지 못하는 나는 정신력이 약해서 악귀들에게 몸을 빼앗기고 말 것이다. 아, 정말 소름이 돋지 않는가.  

 

언제나 나를 불안하게 만든 존재인 숙희는 이제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내고 숙희가 지니고 있는 '설'이 이후에 어떤 존재로 나타날지 그 또한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심을 자극해 긴장감을 높인다. '기수'라는 인물이 저지른 자신의 죄로 인해 미영이게 당하는 모습은 통쾌하긴 했지만 물귀신의 '한'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끔찍하고 무서울 수 있는지 이제 감히 호수나 바다 가까이 가기가 두려울 정도여서 안개가 가득한 곳에서 사람들이 물귀신들에게 잡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꼭 내가 끌려가는 듯 해 가슴까지 서늘해질 정도였다.

 

역시 귀신전 1, 2권과 다르게 3권은 무서움이 몇 배로 나를 덮쳐온다. 아마 4권에서는 더이상 이승은 안전한곳이 아닌 악귀들이 활개를 치는 곳이 될테고 박 영감을 비롯하여 선일, 찬수, 수정, 공표, 용만 등이 악귀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될 것이다. 지금도 온몸이 다쳐 서 있는 것조차 힘든 그들이 어떻게 악귀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지.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니 이들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할 것이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악귀들의 앞에 나선 퇴마사들을 보며 영웅들이 간단하게 적들을 제압하는 모습이 아닌 너무나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에 감동하여 이들이 제발 무사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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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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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니 '엄마'라는 존재는 보물주머니라는 것을 알겠다. 머리나 배가 아플때면 가만히 엄마가 손을 올려만 놓아도 괜찮아졌고 군것질이 생각날 때면 어느 순간 뚝딱 식탁에 맛있는 것들이 차려지곤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었던가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제는 내가 훗날 자식에게 그런 손길을 내밀어야 할텐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한걸음씩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에게 "엄마의 은행 통장"에 등장하는 엄마처럼 집 안에 있는 작은 은행을 털어 그 아이의 꿈을 지켜줄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카트린을 통해 듣게 되는 그녀의 엄마와 가족들의 이야기는 부자는 아니어도 너무나 행복한 가족의 일상을 보여준다. 엄마가 나서서 해결되지 않은 일이란 없기에 처음에 느꼈던 잔잔한 감동이 실제 이야기가 아닌 책속에서나 존재하는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에 점점 그 감동이 조금씩 반감되는게 아쉽긴 하지만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읽는것만으로도 마음은 즐거워진다. 엄마의 존재가 부각될수록 아빠의 자리는 좁아지지만 아이들이 꼭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큰 힘이 되어주는 아빠, 정말 이상적인 가족상이 아닌가. 

 

카트린과 그녀의 형제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한 "엄마의 은행 통장"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책 제목을 보고 자기계발서인줄 알고 일단 거부감부터 들었었다. 늘 똑같은 말을 늘어놓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물론 실천을 하지 않는 게으른 내가 싫어 자기계발서를 멀리하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선뜻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왜 책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책 표지부터 제목까지 마케팅에서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일텐데 요즘 같이 화려한 표지의 책들이 서점을 가득 채우는 상황을 볼 때 역시 제목만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물론 가슴이 따뜻해지고 이런 가족이 세상에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 책의 내용이 실화인가, 아닌가 정보를 검색하게 되지만 내가 꿈꾸던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여서 마냥 부럽다. 가족들에게 위기가 닥칠때마다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엄마, "마법사 엄마"라고 불러도 되겠다. 보통은 이렇게 가족들의 앞에 서서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면 엄마는 억척스럽게 변해가지만 이 책속의 엄마는 아이들에게는 하염없이 따뜻하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며 남편과의 사랑도 지극하니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실도 이렇게 책속에서처럼 긍정적으로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 나는 너무 현실적인 사람인지 이 책의 감동을 오롯이 느낄만큼 가슴이 넓지는 않은 모양이어서 썩 감동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 

 

1) 서평도서의 좋은 점: 

오랜만에 감동이 있는 가족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2)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성장소설, 가족소설을 좋아하는 분/마음이 힘들어서 위로가 필요하신 분 

3)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엄마는 우리를 보고 행복한 듯 미소 지었다.  

"삶이란 좋은 거야." 

엄마는 만족한 듯 말했다. 

"삶이란 정말 좋은 거야."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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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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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책 제목을 보면서 술에 취한다는 건가, 모두 가진다는 건가 헷갈렸다. 보통 작가들이 에세이를 내면 그동안 해온 작품활동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언급한 내용을 또 언급하는지라 조금 지루하고 자신이 가진 종교적인 색채도 짙어 읽는 것이 난감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역시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들려주는 일상은 햇살 가득한 날에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트라이앵글이 좋다는 그녀의 글에 탬버린을 치던 어린시절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 완두콩밥을 좋아는 글에서는 난 역시 콩밥은 싫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자로써 만났을 때는 그 거리가 멀어 보여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꼭 이웃집에 사는 것처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모든 기억이 선명할 수 있을까. 나는 어제 겪은 일도 이랬었나, 저랬었나 가물거리는데 역시 글 쓰는 이들은 다른가 보다. 글을 쓸 때 책받침을 받치고 샤프펜슬로 글을 쓰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이가 들어도 리본을 모으는 그녀의 행동이 소녀 같아 보여 좋다. 물론 쓰지도 않을 것을 왜 모으나 싶은 현실적인 생각도 들지만 이런 소녀적 감성이 글을 쓸 때 나타나 나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가 싶어 더 좋은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가 들려주는 60개의 에세이 속에는 시간이 녹아 있다. 켜켜이 쌓여있는 기억을 글로 풀어내고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다 보면 어린시절을 지나 이제는 소녀에서 어른이 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어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고 할까. 작가란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는데 이렇듯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임을 알게 되는 것은 참 유쾌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녀와 내가 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진공 청소기를 들면 온 집안 대청소를 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에 청소하기가 싫어지지만 그녀 말대로 빗자루와 총채를 들면 손이 가지 않는 곳곳을 청소할 수 있어 마음까지 깨끗해질 것 같다. 화려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그녀의 소박한 마음은 이렇듯 곳곳에서 글을 통해 만날 수 있어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어린 시절 맡았던 아버지의 서재 냄새가 자신의 집에서 날 때면 쫓기고 살아가는 듯 급박한 느낌을 받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그녀가 나에게 가르쳐준다.

 

조금은 천천히, 여유롭게 발걸음을 떼 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렇게 하라고 말하진 않지만 이렇게 살고 싶어졌다. 모든 글에 추억이 녹아 있고 이유 있는 존재를 드러내는 것들을 통해 나도 내 삶을 사랑해보려고 노력해 보고자 한다. 화려하진 않아도 지나고 보면 흑백으로 그 빛깔이 퇴색되어 있어도 내가 살아온 삶이니까,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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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래픽 노블)>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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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그 외 몇 편의 단편을 읽었음일까, 책장을 넘기는 것이 심드렁하다. 그래도 만화로 만난다는 것은 특별한 느낌임에는 틀림없다. 전체적인 색채감은 어둡고 한 아이의 탄생이 기쁨이 되지 못하기에 노인으로 태어난 벤자민을 보는 것이 독자로서는 여간 우울하지 않은데, 남들과 다르게 살아간다는 것,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허락 되지 않은 벤자민은 이미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행동 또한 노인의 행동과 비슷하게 닮아 있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이 힘겹기만 하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이 자신에게 맞춰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아버지의 모습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한숨만 절로 흘러나오게 한다.  

 

점점 젊어지는 인생만이 행복하지 않은줄 알았더니 이것이 다가 아닌 모양이다. 살아가면서 희노애락을 겪으며 이제는 추억이라 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죽는 순간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불행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기가 되어 갈수록 주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좁아지고 점점 암흑으로 변해가는 것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 자체가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라는 것을 벤자민은 그 때 알고 있었을까. 아니 몰랐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채 기억이 사라져 갔을 테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지 못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인가. 결혼이란 나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벤자민이 점점 젊어지는 자신의 삶을 이용해 더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아가며 행복해 할 때 그를 바라보며 그늘에서 슬퍼하고 있을 벤자민의 아내를 생각하면 그녀가 선택한 삶이 그리 행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겉모습이 50살은 되어 보이는 벤자민과 결혼한 그녀의 사랑은, 비록 자신을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는 남편을 원했다고 해도 이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점점 젊어지는 것을 스스로 멈추길 바라는 바보스러운 말도 하지만 타인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남편 벤자민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 밖에 없지 않은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만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만화가 나오고 뒤이어 원작소설이 등장하는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다른 단편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진 못하지만 충분히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원작소설로 읽었을 때는 벤자민의 삶을 유쾌하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을 통해 본 벤자민의 삶은 온통 회색빛이어서 그것이 마음에 걸려 내내 우울했다. 나이 들어 보일 때는 그 나이에 맞게 보이기 위해 꾸며야 했고 어려 보일때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바꿔 꾸며야 했던 벤자민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기가 된다는 것, 시간을 역행한다는 것이 어떤 끔찍한 일을 겪게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어 시간이 흘러 늙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1) 서평도서의 좋은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만은 즐길 수 있다는 점. 

2)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피츠제럴드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지 않으니 "벤자민..."만을 알고 싶은 분께 권하고 싶음. 

3) 마음속에 남는 '책속에서' 한구절: 

과거-부하들을 이끌고 산후안 언덕 위로 돌격한 그때, 사랑하는 힐데가드를 위해 바쁜 도시에서 여름에도 땅거미가 질 때까지 열심히 일한 신혼 초의 5년간, 먼로 거리에 있던 예전 버튼 가문의 음울한 저택에서 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밤이 깊도록 담배를 피우던 시절, 그 모든 기억이 마치 일어난 적도 없는 듯 벤자민의 머릿속에서 실체 없는 꿈처럼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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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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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이야기들 중 단 한편 "나이팅게일"을 제외하고 모두 아는 이야기였음에도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진 이유가 책으로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인가 보다. 순정만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눈의 여왕"을 보면서 어린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나의 보물 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에야 이 책을 만났음에 조금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눈의 여왕"의 표지는 굉장히 낯익어서 어디서 본적이 있나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현빈, 성유리 주연의 드라마 '눈의 여왕' 때문인가 보다. 드라마를 보면서 익숙해진 '라플란드'란 곳에 얼마나 가고 싶어했는지 떠올라 "눈의 여왕"을 읽으면서 또 이곳에 가고 싶어졌지만 역시 나에게는 꿈의 장소일 뿐이다.

 

눈의 여왕과 함께 있는 카이를 찾아 나선 게르다, 카이의 심장과 눈에 악마의 거울 조각이 박힌 기억만 책을 읽으면서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게르다와 카이가 쉽게 눈의 여왕에게서 빠져 나온 장면은 솔직히 조금 불만스럽게 느껴졌다. 게르다가 카이를 찾아나선 길이 모험에 가득찼다 해도 눈의 여왕의 손에서 카이가 너무 쉽게 빠져나온 것이 아닌가. 물론 카이의 심장과 눈에 박혀 있던 악마의 거울 조각이 사라져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은 이유가 크긴 하지만 말이다. 동화속 이야기이지만 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나 보다. 신나는 모험이 가득한 세상? 아마도, 아직 나의 마음속에 동심이 살아있는 거라고 봐야겠지?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말이다. 동화속 주인공들이 더 험난한 세상을 마주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인어공주 이야기는 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나였다면 칼로 왕자를 찔렀을까? 아마 찌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해가 떠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잠시 해 본다. 백조왕자의 이야기 또한 익숙하지만 엘리자가 쐐기풀로 열한 벌째의 옷을 다 짜지 못해 한쪽 팔은 백조의 날개를 가진 왕자의 모습이 늘 안타깝게 만든다. 공주, 왕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대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데 아름다운 공주에게 반한 왕자가 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설정은 역시 동화책속에서는 그리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도 그 역할과 설정만 다를 뿐 거의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기에 즐겨 보고 열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훗날 아이에게 아름다운 동화속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온다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으로 아름답고 예쁘게 묘사해서 들려줄 수 있을까. 책을 덮고 나면 살아내야 할 현실이 바로 느껴지지만 "와, 예쁘다" 감탄을 하며 책장을 넘기는 시간만큼은 행복해도 되건만, 이미 나는 잠시동안의 행복을 느끼기에도 많이 늙어버렸나 보다. 그래도 일상이 힘들 때, 가끔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리울 때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에 이 책과 함께 한다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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