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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4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귀신전 시리즈에는 퇴마사들만 나오는게 아니다. 늘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졌을 때 어떻게 될지 실감나게 보여줘 공포심을 배가 시킨다. 영혼을 빼앗긴 정섭, 그의 육체를 갖게 된 김순영, 누구든지 이들처럼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박 영감의 말에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못하는 서장이 등장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꼭 등장하는 이런 캐릭터에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내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닿지 않는 한 나 또한 퇴마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이젠 피할 곳도 없지 않은가. 퇴마사들조차 상대하기 버거운 '살매'라는 존재는, 약한 인간들은 그저 그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다.
살매가 보여주는 환술은 진실을 내포하고 있어 영혼이 꼼짝없이 걸려들 수 밖에 없다. 늘 사람들에게 짐만 되었던 수정도 이번에는 공표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귀신전 3권까지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퇴마사들이 목숨을 걸고 이 세상을 구해야 한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또 다른 이들이 있지만 아직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다. 이들이 힘을 합치면 요괴 따윈 두렵지도 않으리라.
찬수의 몸에 깃든 이는 대체 누구인가. 인하는 어디로 갔을까. 앞서 생겼던 문제들이 다음 권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그 매듭이 풀리지 않아 '귀신전'이 꽤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데 한 권, 한 권을 기다려야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설레임을 넘어서 궁금증때문에 답답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런 긴박한 사태에 숙희의 행동은 긴장감을 주기 보다는 짜증이 날 정도다. 그녀의 사랑법에는 '이모'라고 불리는 영도 답답해할 지경이니, 앞으로 찬수가 숙희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곳곳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듯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는 것조차 힘든 퇴마사들에겐 자신의 곁에 머물고 있는 '영'들을 지켜줄 여유도 없다. 묘화와 인숙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5권에서는 알 수 있을까.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진 이 때 묘화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고 해도 요괴들의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 하나 소중한 이를 지킬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둠이 내리는 것이 두려워진다.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하는 악귀들을 퇴마사들은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벌써 5권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