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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루뚜아 아저씨 - 2010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푸른숲 그림책 3
이덕화 글.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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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는 다른 나라의 책인가 했다. 그런데 '2010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이라는 글을 본 후 "아하, 그렇구나" 했다. "뽀루뚜아 아저씨"는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보루뚜아 아저씨의 모습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혜와 바둑이가 함께 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한 듯 서로에게 익숙해 보인다. 바둑이와 함께 산으로 달려간 다혜가 본 큰 구멍이 뽀루뚜아 아저씨의 콧구멍이라고 하니, 상상해 보면 뽀루뚜아 아저씨가 얼마나 큰지 상상이 갈 것이다. (결코 콧구멍을 쳐다보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꿈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놀았다는 언니의 말을 들으며 언니처럼 근사한 말을 하고 싶었던 다혜는 '뽀루뚜아'라는 단어를 생각해 낸다. 제법 말을 잘하는 아이라면 말하는 데 무리가 없을 단어이지만 아들녀석이 '뽀루뚜아'를 제대로 발음하려면 한참 더 자라야 할 것이다. 그때라도 뽀루뚜아 아저씨와 아들녀석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때는 아들이 뽀루뚜아 아저씨에게 부르기 쉬운 다른 이름을 붙여주면 되겠다. 다혜는 어떻게 '뽕뽕방구뽕? 슈리풍쿠쭈쭈바?'라는 단어를 떠올리다 '뽀루뚜아'라는 이렇게 예쁜 단어를 생각해 냈을까. '뽀루뚜아' 단어는 산 아저씨 보다는 달콤한 빵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산 아저씨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이름이 없었던 산 아저씨는 다혜가 지어준 뽀루뚜아라는 이름을 받고 행복해 하고 다른 사람들이 산 아저씨를 그저 이름 없는 산이라고 불러도, 어쩌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다혜에게만은 뽀루뚜아 아저씨가 되어 준다.

 

뽀루뚜아 아저씨가 다혜와 바둑이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장면은 동화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산이 움직이다니, 그 누가 상상이나 해 봤을까.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산 아저씨가 다혜를 데려다 주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지켜보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어 버릴 정도다. 뽀루뚜아 아저씨가 움직이면 천지가 들썩이며 쿵쿵 울릴 것 같으나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 아저씨는 달리다가 사람들이 볼 때는 멈춰서고 안 볼때는 또 달리면서 무사히 다혜의 집 앞에 이른다. 다혜의 집에 이를 동안 아저씨의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하는데 이 모습조차도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평소처럼 생활한다. 역시 어른들의 눈에는 안보이는가 보다. 아저씨의 머리 위에 있는 다혜는 높은 곳이 무섭지도 않은지 바둑이와 신이 났다. 

 

뽀루뚜아 아저씨의 품에서 잠이 든 다혜를 보면서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식으로 끝맺지 않기를 바랐다. 달콤한 꽃향기처럼 뽀루뚜아 아저씨와의 만남은 나에게도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으니까. 다혜가 어른이 되었을 땐 뽀루뚜아 아저씨를 눈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아저씨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이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이 뽀루뚜아 아저씨와 함께 하며 아름다운 꿈을 꾸었으면 한다. 감히 꿈 꿔 본적도 없고 상상해 본적도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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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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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성록'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설홍주가 살아가는 시대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 간 듯 하다. '피의 굴레'에서도 설홍주는 무능한 레이시치 경부를 대신해 몇 건의 사건을 해결한다. 경부의 무능함으로, 또 식민지 시대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묻혀버린 사건이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봤을 것인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정황증거뿐인 사건으로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해결하고, 사소한 증거라도 그냥 넘기지 않는 그에 의해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하는 등 '피의 굴레'에서도 설홍주에 의해 네 건의 사건들이 해결된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을 설홍주는 아주 쉽게 해결해낸다. 스스로도 말하지만 아주 똑똑해서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모든 퍼즐을 독자들과 공유하지 않은 채 마지막에 사건의 핵심을 모두 이야기해주는 방식은 독자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현 시점의 시각으로 볼 때 설홍주의 추리에 의존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밝혀낸다는 것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데 저자 한동진은 범인과 대면하여 증거를 제시하는 설홍주의 모습을 진중하게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설홍주는 '정의'의 기준을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그가 허용하는 '정의'의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라고 질문하는 것이 맞겠다. 단편 '피의 굴레'에서 설홍주는 냉혹한 모습으로 범인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결말 부분에 반전이라도 숨겨져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기도 했건만 역시 그에겐 예외란 존재하지 않았다. 왜 단편 '안개 낀 거리'에서와 달리 단편 '피의 굴레'에서는 범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은 것인가. '안개 낀 거리'에서 살해된 사람이 극악무도한 자고 그를 죽인 범인이 조선인이라서 자비를 베풀었다면 '피의 굴레' 또한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다.

 

범인의 행동까지 예측했던 설홍주는 '피의 굴레' 사건을 꽤 냉혹하게 처리한다. 자신이 풀어낸 사건의 확인을 위해 탐정 흉내를 내는 것도 아닐텐데 늘 자신은 경찰이 아닌 탐정일 뿐이라고 밝히며 범인의 자백을 유도하며 판사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른다. 살해된 사람들의 억울함이야 모두 같을터 살해된 이가 아무리 극악무도한 자라고 해도 범인을 대함에 있어 그 처리는 같아야 함에도 설홍주의 '정의'는 사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단 네 편의 단편들만이 담겨져 있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로 '경성탐정록'의 후속작인 '피의 굴레'는 그 작품성이 전작보다 뛰어나다. 설홍주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똑같으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범인의 시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단편 '외과의' 같은 글을 만난 것이 즐겁다. 설홍주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왕도손에 의해 씌여진 많은 글들이 셜록 홈즈를 연상케 하여 (물론 설홍주와 왕도손의 관계가 홈즈를 모습을 닮고 있긴 하지만) 불편했기에 범인의 시선과 설홍주의 시선을 교차하여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독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설홍주 시리즈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 한데,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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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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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들리나요? 그렇다면 우리들은 그들이 있는 '1Q84'에 함께 하고 있는 거랍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두 개라 하여도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을까요. 며칠 간 지금처럼 간절하게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쳐다본 기억이 없습니다.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기 위한 때문도 아니고, 그저 한 소년과 한 소녀가 오랜시간 서로를 원하고 바라보았던 시간을 떠올렸던 것 뿐이랍니다. 뒤로 돌아나가지 못하고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이곳에서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요. 한 가지 안도하게 되는 것은 달이 두 개 떠 있는 곳이지만 이 곳 '1Q84'에도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곳에서만 얻게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이 그나마 생소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견딜 수 있게 합니다.

 

'1Q84 3'을 읽기 전 한 행동이라면 조심스럽게 마지막 장을 펼쳐든 것이었다. 아마도 '끝'이라는 단어를 보고자 했을 테지만 막상 그 단어를 보자 마음이 심란해진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이 이루어졌을까. 어느 한 쪽이 희생 당했을까. 나의 머릿속에는 끊임없는 질문이 생겨나고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받아들인 것이 있다면 "(BOOK3 끝)" 이것인데 [1Q84]의 모든 책의 끝이 아닌 '1Q84 3'만 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아무려나 오로지 나의 생각일 뿐이겠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1Q84 3'을 넘기는 손길이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덴고와 아오마메와 또 다른 제 3의 인물로 '우시카와'가 적당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처럼 덴고와 아오마메를 정확하게 아는 이도 드물다는 생각에 우시카와가 '1Q84'의 세상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지는 않지만 그의 행보를 조용히 따라가기로 했다. 아주 뛰어난 동물적인 감각으로 덴고와 아오마메와 늘 함께 했던 독자인 우리들보다 빨리 덴고와 아오마메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해 버리는 우시카와를 보면서 그가 이 곳 '1Q84'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저 덴고와 아오마메의 만남을 저지하는, 긴장감을 높이는 존재일 뿐일까. 분명 그것 뿐이 아닐 것이다.

 

덴고와 아오마메, 우시카와가 하나씩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늘 중요한 시기에 멈춰져 버려 독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어서,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봐야하는데, 가슴이 뛴다. 하지만 단조롭게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에 마음을 맡겨 버리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것은 '1Q84'의 세계이기에 그런 것일까.

 

누군가 리틀 피플이 만들어내는 '공기 번데기'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물론, 그렇다"이다. 환상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나는 분명 믿는다. 책을 펼칠 때만큼은 나도 '1Q84'에 있었으니까. 책을 열고 닫는 것이 유일하게 내가 '1Q84'를 드나드는 문이기에 이것을 열지 않는다면 리틀 피플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지만 책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책을 펼쳐들게 된다. '호우호우' 리틀 피플이 만들고 있는 공기 번데기 안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을까. 혹 나의 도터는 아닐까.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아니, 지금의 내가 도터는 아닐까. 나의 진짜 실체인 마더는 어디에 있을까. '1Q84'에 남겨두고 책을 통해 도터인 내가 이 세계를 드나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의문을 남기고 '1Q84'의 문이 닫혀 버렸다. 덴고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이 때부터 리틀 피플과 관련이 있지는 않았을까. 우시카와는 어찌될까. 리틀 피플이 현재 만들고 있는 공기 번데기 안에는 누가 있을까. 수많은 질문이 떠오르지만 무엇보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그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그들은 소중한 것들을 지.켜.냈.을.까. 어떤 세계에 있든 두 사람이 함께 한다면 어떤 시련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했지만 '그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독자들은 이렇게 긴 여운이 남는 소설에 목이 말라온다. 서로의 눈만 쳐다봐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세계란 이곳 뿐인데 이제 앞으로 달이 두 개인 밤하늘은 볼 수 없는 건가.

 

'1Q84 3'의 10월-12월 동안의 시간은 덴고와 아오마메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야 하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그저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 시간이었다. 나는 12월이 끝나고 이 시간 이후의 시간은 한 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는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두 사람의 삶을 좀 더 생각해 뒀던 모양이다. 그래서 '1Q84 4'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지만 영혼과 영혼이 이어진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을 순식간에 마무리지을 수 없었기에 긴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독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해도 좋겠지만 달이 하나 밖에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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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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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는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그 그리움에 묻혀버려 속울음을 울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결혼을 한 후 나에게도 새로운 가족이 생겼지만 피를 나눈이들과 떨어져 생활한다는 외로움에 얼마나 서러웠던지 목놓아 울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땐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고부터 늘 어머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던 시간이라 행여 눈물이 날까 "엄마"라는 단어조차 뱉는 것이 힘들었었다. 그래서일까.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 책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어김없이 내 어머니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엄마"라는 말은 그렇게 모든이들에게 그리움을 느끼게 하나 보다.

 

서울로 오는 지하철을 탈 때 아버지를 놓친 엄마는 그 때부터 실종이 된다. 어디에 계신지 가실만한 곳을 알 수 없어 더 힘들어했던 가족들, 이제 그 가족들이 엄마와 함께 했던 기억들을 더듬으며 당신의 부재를 못견뎌하며 서로의 가슴을 할퀴고 독자들과 함께 눈물짓고 애타게 '박소녀'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인을 찾아 다닌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소설들은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하거나 '나', '그', '그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화자는 가족들을 '당신', '너'로 지칭하며 그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어 조금 생소하게 다가온다. 가끔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울때가 있었지만 오히려 엄마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더 애달프고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솔직히 나는 나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 할 것들이 많지 않다. 지금 생존해 계신데 어린시절 돈을 벌러 나가셔서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동생들과 나는 남동생을 귀히 여기는 외할머니의 차별을 심하게 받았고 대부분의 '엄마'에 대한 기억은 집 안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는 것과 '엄마'로 다가오기 보다는 늘 예쁘게 꾸미고 다니며 '여자'로 사시길 원했던 모습이 내 기억속에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속에 '엄마'를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엄마'에 대한 기억에 나는 시기심을 느끼고 그저 부럽기만 하다.

 

'박소녀', 이름처럼 소녀처럼 살고 싶었던 그녀, 문풍지를 다시 붙일때면 단풍잎을 아이들에게 가져오라 하여 예쁘게 문풍지에 바르던 낭만을 가졌던 '엄마'. 그녀에게도 마음을 주고 기댔던 남자가 있다는 것은 그녀 자신의 독백으로 알게 되어 조금 놀라게 되지만 오히려 살아오면서 남편의 무심함을 이은규, 그가 대신했었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함께 살진 못했어도 그녀가 평생을 외롭게 헛살지는 않았구나 하고 나를 위로하게 된다.

 

그녀가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게 될지, 궁금하여 책장에서 손을 뗄 수 없었던 시간, 끝내 나를 울려버린 가족들의 고백과 박소녀, 그녀의 독백들. 결말을 명확하게 "이렇다"고 말하진 않지만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더 아프다.

 

가족들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들을 잊어가는 '엄마'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 등 어디든 등장하는 소재라 슬프고 눈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혹자는 주제의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런 모습들이야말로 내가 살고 있고 많은이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공감하며 책장을 넘기게 한다. 이렇게 '엄마'를 그립게 하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프게 만들 수 있는 책들은 이때껏 만나지 못했다.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바꿔 버리는 작가의 글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을 느끼며 눈물이 앞을 가려 문장들이 보이지 않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랫동안 이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기를, 그래서 나의 '엄마'에 대한 기억들을 이제라도 하나씩 쌓아나갈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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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양장) I LOVE 그림책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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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이에게 자주 해 주는 말입니다. 정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 구석구석까지 사랑해서 이 말을 끊임없이 해 주어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알아듣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가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면, 그 마음을 알아줄 것 같더라구요. 사랑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아이가 알 것 같아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랑해, 란 말에 공감이 갑니다.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은데가 없으니까요. 아이가 다칠까봐 노심초사, 말 못하는 아이가 아플까봐 걱정인 엄마는 아이가 그저 밝게 자라주기만을 바랍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3년간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고 하지요. 말썽을 부리고 미운 행동을 해도 이 세상에 태어나 행복을 안겨준 아이를 생각하며 받아준다고 합니다.

 

아이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날개라도 달고 날아갈까 걱정이 되어 가만히 손을 잡아 봅니다. 전 아플 때마다 왜 태어났나, 부모님 원망도 하곤 했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자식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에게서 좋은 것만 가져갔음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더라구요. 왜 지금 알게 되었냐구요? 그동안 철이 없었나 봐요. 아이를 낳고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이 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너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소중하고 소중한 우리 아이를 보면서 끊임없이 "사랑해"를 말하면 꼭 아이에게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더 크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쑥쓰러워서 안하게 되겠죠. 책에 적혀 있는 글을 보면서 귀엽고 예쁜 우리 아가를 무릎에 앉혀 놓고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 막 비벼댈 것 같아요. 볼에 뽀뽀하기? 아이에게 세균이 옮겨 갈 수 있다고 안좋다고 하지만요. 꽉 안아주고요. 이러면 아기는 알까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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