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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역사이야기를 좋아하는 난 드라마를 통해 사극을 관심깊게 본다. 장희빈, 명성황후, 연산군, 광해군 등 연예인들의 역할만 바뀔뿐 중심적인 내용은 똑같은데도 이 역사이야기들이 날 끌어당기는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높이 있는 사람을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는 백성된 입장으로 감히 그 자리를 탐할 수 없기에 손안에 쥘 수 없는 아롱거리는 권력이란 것을 타인을 통해 휘두르고 싶은걸까? 왕족은 태어날때도 그저 무심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보통 오색 찬란한 빛이 감싸인 것을 본다든지 별똥별이 길게 떨어진다든지 믿을 수 없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자체로 존귀하게 느껴짐엔 틀림이 없다. 권력의 중심에서 때론 권력의 칼날 아래 몸을 찢겨도 지아비, 자식마저 죽이게 만드는 권력의 단맛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가. 소소한 일상안에 묻혀 사는 나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어 그저 그들이 살아온 자취나 들여다 볼 뿐이다.
형형색색의 이쁜 옷과 장신구를 하고 주위에 늘 따르는 궁녀나 상궁들을 부리며 궐안에서 평생을 사는 왕비. 자유롭게 여행을 가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지금의 시대로 보면 정말 평생을 갇혀 지내고 예의와 규범에 얽매여 사는 모습은 갑갑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나 만백성의 어머니란 존칭이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조금은 부러워진다. 그 시대에도 본인이 원하여 중전이 되고자 궁녀의 신분에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희빈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집안에서 이끄는대로 권력의 중심에 이를뿐이다. 살아남기 위하여 타인을 쳐내고 족벌에 따라 늘 적을 가까이에 두고 발 한번 편히 뻗으며 자지 못하는 궁궐에 들어가야만 했던 그녀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대대손손 그 이름을 기억하여 무슨무슨 왕후이니 불리워도 여염집 아낙이 되어 지아비의 그늘에서 자식들 낳아 오손도손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조선 왕비들. 그 외에 많은 왕비들이 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많은 자리를 차지 하는 인물들이 여기에 모였다.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그 집안과 자손 등 세세한 것까지 알려주는 책이다. 역사에 근거하여 요모조모 따져주는 작가의 손길대로 따라가다 보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을 실감하고야 만다. 구중궁궐속에서 한숨 짓는 그녀들의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가까이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명성황후의 죽음이 당연히 한스럽다. 나라의 힘이 약하여 일본 낭인들의 손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명성황후 그녀의 죽음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애통하고 원통할 뿐이다.
일곱 명의 왕비중 가장 관심이 가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래서 명성황후에게 손을 뻗고 싶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의 책을 통해서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서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그녀. 저승으로 혼이 떠나지 못해 얼마나 슬펐을까. 권력이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도 필요치 않다. 인륜이 무너지는 듯 하지만 아들이 왕이 되면 아버지도 신하된 도리로 고개를 숙여야하니 누구든 권력을 잡고 싶을게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그녀들이 살아남기 위해 행한 몸짓이 역사를 만들고 시대를 만들었으니 포악하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하여 손가락질 할 순 없다. 임금보다 위에서 권력을 휘두른 왕비들이 좋은 시절을 만났다면 지금에야 대통령이라도 하겠지만 여성의 인권이란 약에 쓸래야 없던 그 시절에는 악녀이니 요악하니 하며 욕을 많이도 들었을 것이다. 시간이 모여 한사람의 일생이 되듯이 지나간 역사에 대하여 잘잘못을 따지며 보기 보단 그저 사람들이 살아온 자취를 더듬으며 책을 보면 많은 부분을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