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따라 산홍의 춤사위는 더욱 아름답고 요염하다. 우국충정은 여인의 덕목이 아니다. 여자들은 굳이 나라를 사랑할 필요조차 없는 그 시대에 논개는 왜장을 안고 남강에 몸을 날렸다. 혈흔으로 얼룩진 비단 손수건에 곱게 싸인 반지 5개 그것들을 나란히 끼고 깍지걸이를 해 보는 논개. 이미 기생이 되고자 했을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죽음을 생각했을 것이다. 주논개의 이름으로 최경회의 부실로 죽든 기생으로 죽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도 상관없다. "꼭 살아달라"는 지아비의 청을 뿌리치고 남강으로 투신하지만 사랑으로 더욱 강해진 그녀이기에 자신의 죽음은 슬프지 않다. 

왜장과 함께 강물에 뛰어든 논개는 지금 이시대까지 회자될 정도로 충정과 절개를 드높이 본다. 책을 읽을수록 논개 못지 않게 그녀에게 도움이 된 산홍의 모습이 겹쳐 보이니 그 시대를 살아간 여인네의 삶이 보여서일까. 먹는것조차 풍족하지 않아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그때 노비의 신분을 벗고 조연비가 되겠다고 기생이 되고자 했던 업이. 기생이 되고 싶어 논개를 박지통에게 넘기는 것에 같이 동조를 하지만 그녀를 끝까지 믿어준 논개가 고이 간직하던 곱돌을 손에 쥐어주자 눈물을 흘린다. 깍기걸어 왜장과 함께 뛰어들려는 논개에게 온갖 교태를 부려 모아둔 반지 5개를 내어주는 업이. 웃음과 몸을 팔아 장만하였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 나라에 대한 우국충정이 아닌 그때 잘못을 덮어준 논개에 대한 업이의 마음이지만 이 모습도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으로 보이니 거룩하지 않다 누가 말할수 있을까. 곱돌을 반지 삼아 가지고 다니다 논개 마지막 가는길에 끼워주는 업이는 그때야 "미안하다" 말한다. 

기생이름이 산홍이지만 업이란 이름이 정겹다. 비록 이름 자체에 삶이 고단하고 외로움이 묻어있지만 어린시절 논개와 함께 한 업이란 이름이 정답게 느껴진다. 화려하고 이쁜 옷을 입고 밥을 배불리 먹고 싶어 기생이 되고자 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비천한 신분이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남정네니 아녀자니 그리고 신분의 높고 낮음이 무슨 소용이 있나. 칼이 어디 신분을 알아보던가. 왜장 앞에서 춤을 추기 싫어하는 업이에게 "나를 위해 춤을 추어라"고 이야기 하는 논개. 그리고 논개를 위해 그녀가 가는 마지막길을 전송하려 요염하고 화려하게 추는 춤사위는 그대로 슬픔이 되어 목메이게 한다. 자신의 고운 모습을 춤사위와 함께 보여주고 싶은 업이였지만 그것이 논개의 마지막 길이라 한스러웠을 것이다.  

예전에 김별아님의 "미실"을 읽고 이번에 "논개"로 두번째 만남을 가진다. 역사의 소용돌이속에 이름없는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그녀의 손끝에서 살아난 논개를 통해 영웅들만 기억하는 그 곳에서 여인네이지만 의롭게 살다간 논개의 모습이 내 앞에서 생명을 가진다. 사랑하는 이의 아내가 되고 그가 죽은 길을 따라가지만 세상이 그녀를 기억 해 주기에 서럽지 않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맞이한 죽음이 슬플뿐. 학창시절 역사를 통해서도 논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그녀에 대해 알아보고자 책을 펼쳤으나 칼날 아래 죽어간 많은 민중들이 내 가슴에 들어차 날 슬프게 했다. 기생이었니 양반이었니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제대로 알고자 "논개"를 읽고서야 그녀가 뛰어든 곳과 함께 저승동무를 한 왜장이 게야무라 로쿠스케임을 알았다. 일본군이 한성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본국의 도요토미에게 맨 먼저 전했던 가토의 부하. 임진왜란하면 이순신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논개도 역사의 한모퉁이를 치열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었던바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운데 죽어간 이들의 넋이나마 위로 받았기를 바랄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