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이 그린 라 퐁텐 우화
장 드 라 퐁텐 지음, 최인경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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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어릴적보다 동화책에 열광하게 되었다. 아직도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는가. 백마 탄 왕자님은 공상의 세계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 나이이건만 왜이리 동심의 세상에 목말라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의 마음자리 어딘가에서 순수했던 어린 날을 그리워하고 있는가 보다. 어른들이라고 동화책 보지 말라는 법 있나, 당당하게 보면 되지. "샤갈이 그린 라퐁텐 우화"는 그림도 감상하고 교훈을 주는 우화도 읽을 수 있어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림에는 문외한이라 작품에 대한 깊이는 알 수 없으나 우화를 주제로 한 그림이기에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 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는 이야기들도 있고 전혀 처음 읽는 우화도 있었다. 하지만 이 우화들을 읽다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까지 배울 수 있어 이젠 순수하게 우화로만 읽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자고새, 수탉, 개구리, 여우, 사자, 당나귀 등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내가 아는 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눈 앞에 보이는 힘든 일을 하기 싫어 잠을 더 자기 위해 아침을 깨우는 수탉을 죽여 낭패를 본 두 하녀의 이야기, 혼자 배를 채우고자 지친 개를 외면하여 위험에 처한 당나귀, 화려한 깃털을 가지고 있지만 꾀꼬리의 아름다운 소리를 부러워하는 공작새 등의 이야기는 더불어 사는 삶,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베풀면서 살아야 할 삶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책의 두께가 얇아 가볍게 읽으려던 나에게 일침을 가해 준 "샤갈이 그린 라퐁텐 우화", 그림보다는 우화에 더 집중하며 읽었지만 이렇게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책을 만난적이 있었던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미 나는 이 책을 열어보기전 선입견을 가지고 마주하였으나 삶의 교훈을 제대로 배워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어릴적 읽었던 우화, 지금 나이가 들어 읽는 우화는 분명 같은 내용이지만 다가오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그저 그림 보는 재미에 우화를 읽었던 것이 어릴적이었다면 지금은 충고조차 듣기를 꺼려하는 내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따끔하게 충고를 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럴땐 우화나 동화책을 읽으며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혹시 지금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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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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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작가의 이력도 이 책에 대한 정보도 보지 않고 바로 본문을 읽었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능소화" 분위기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작가의 이력을 본 나는 역시 능소화의 작가였다는 것을 알았고 신뢰감을 느끼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다룬 책들을 보면 임금과 신하, 나라를 생각한 많은 의병들에 대해 이야기가 맞춰져 있어 고단하고 힘들게 살았던 백성들의 삶은 그저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저자는 양반의 딸로 태어났으나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인의 아내가 되어 아이를 낳고 살아간 '유이화'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이 땅의 백성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려준다. 충을 제일로 생각하는 유이화의 남편 안철영은 아이가 아파 의원을 데리러 간다며 나가서는 집으로 오지 않고 진주성으로 들어간다. 아내와 아이 편윤이 보다 임금, 나라를 생각한 충정이었고 이후 이날을 생각해 보고 후회해도 역시나 자신은 나라를 선택했노라며 자족할 뿐인 그런 사람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히로시는 어떠했는가. 나라보다 한 여인을 위해 살았지 않은가. 아내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다리가 부러져 절뚝거려도 깊은 강물에 들어가 사람과 짐을 실어다 주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철영의 눈에는 인간답지 않은 삶이지만 히로시의 손을 보며 그가 처자식을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된다. 아사노의 눈에 들어 아들의 스승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사무라이와 같은 대접을 받는 철영, 그에게 무슨 자격이 있어 아내의 몸이 더렵혀졌다고 하나 같이 조선으로 돌아가자며 "허물을 용서하겠다"고 말하는가. 분명 아내는 "허물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 이것은 백성들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허물일뿐 유이화의 허물이 아니다. 일본에서 사무라이로 대접받는 그는 조선으로 돌아가 예전의 지위를 찾고 아내와 정겹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다니 너무나 아둔하다. 철영도 유이화처럼 밑바닥의 삶을 겪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한문을 안답시고 아사노 아들의 스승이 되어 편안하게 지내다니, 철영의 마음자리가 힘들었다는 것은 안다. 아내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왔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역시 이것은 변명일뿐이다.

 

"아시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유이화, 그녀는 그저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조국이 어디든, 편윤이를 혼자 떠나보낸 어미의 심정으로 아이들을 결코 떼어놓고 떠날 수가 없다. 조선으로 가고 싶어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여인을 칼로 벤 철영의 행동은 그 시대 충을 제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을 대변할 것이다. 배고픔을 견디며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네들의 삶을 그가 알았다면 그렇게 행동했을 것인가. 이제야 조선인들의 삶을 알아 회개한다 한들 이미 철영은 예전의 그가 아니다. 아내 유이화를 떠나보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나라를 지켜내면 처자식도 지킬 수 있다 생각했던 것일까. 전쟁에 대처하는 임금의 행동도 어리석기만 하고 그 임금을 따르는 신하들도 모두 어리석게만 보인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친 사람들 아래 백성들은 그렇게 죽어간 것을, 고단한 삶을 살았던 그들의 인생이 내 마음을 울린다. 조선을 평생 그리워하며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아갔을 그들의 삶에 가슴이 아파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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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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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이 세상에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거의 베일에 싸여져 있어 늘 궁금증을 일으킨다. 너무나 많은 작품을 썼기에 "셰익스피어가 쓰지 않은 작품도 있을 것이다"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어 숨겨진 보물을 찾듯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을 찾는 과정은 정말 흥미롭다.

 

저작권 변호사 제이크 미쉬킨은 어느 날 벌스트로드 교수의 방문을 받게 된다. 교수가 가져온 편지의 소유권을 확인하던 제이크는 벌스트로드 교수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자신도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된다. "브레이스거들의 편지" 이것을 먼저 발견 한 사람은 크로세티로 이 편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문헌 전문가인 벌스트로드 교수를 찾아간 것이 이 사건의 시작이였다.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편지이기에 벌스트로드 교수가 살해되고 제이크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하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축은 이렇게 제이크의 이야기, 브레이스거들의 편지, 크로세티의 이야기로 진행이 되고 있으나 사소한 자신의 이야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 사건에 대한 스릴이나 급박함은 크게 느낄 수가 없어 조금은 갑갑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밀에 휩싸여 있는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 감춰져 있다는 것의 매력은 이렇게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벌스트로드 교수와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고 파헤치는 과정은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하게 하지만 역시나 거대한 셰익스피어에 대해 밝혀지는 것들은 내가 생각했던 기대를 많이 벗어나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세상 어디쯤 미발표된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셰익스피어'란 이름 하나로도 인간의 욕망을 자극시키는 것 같다. 크로세티가 브레이스거들의 편지를 벌스트로드 교수에게 보여 주었을때 이것을 가지기 위해 그가 한 행동은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욕망이 아니었을까. 아마 그는 이것을 손 안에 쥐게 됨으로써 죽게 되리란 것을 몰랐을 것이다. 혹여 알았다고 해도 이것을 갖고 싶어했겠지만 말이다.

 

여느 추리소설과 다르게 주인공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독백이 많은 이 책은 어쨌든 시간이 지날수록 "누가 범인일까" 내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가족조차 믿을 수가 없다.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은 역시 숨겨진 보물일뿐이었는가.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제이크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어 이 책의 본질을 흐려지게 만드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하지만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은 나름 흥미롭고 가슴이 두근거렸으니 이것으로 만족해야겠지? 곁가지들이 많은 책이었다. '셰익스피어와 브래이스거들의 편지를 더 많이 다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안개에 휩싸인 듯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들어 이렇듯 책으로 비밀스러운 보물을 찾듯 등장시킬 수 있는 존재이다. 세상 어딘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읽었기에 이 책이 나에게 남겨준 것이 많았다. 진실이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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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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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서 만난 다구치를 여기서 또 만나게 되니 참으로 반갑다. 자칭 다구치의 스승이라는 시라토리도 나오니 역시 기쁘다고 해야하나, 다구치가 들으면 아마 기겁을 하겠지만 역시 이 두 사람의 활약이 기대된다.

 

망막아종,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야 하는 미즈토, 그의 아버지는 미즈토의 치료를 거부하고 동의서에 사인하는 것조차 거부한다. 미즈토의 담당 간호사 사요가 미즈토의 아버지를 만나 겨우 동의서를 전달한다. 아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아버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물론 안구 적출을 거부하는 미즈토와 의견을 같이 한다고 해도 하루라도 미즈토가 더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사요 뿐만 아니라 다른이의 마음도 한결같지 않을까. 동의서에 사인 해 주겠다는 말을 하며 사요를 만나길 원하는 미즈토의 아버지, 음흉한 속셈이 보이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 미즈토의 아버지, 해부당하고 토막난채로 발견되는데.......역시 사요가 범인인 것일까. 아마 이것이 이 사건의 시작일 것이다. 

 

미즈토도 미스터리 책들을 읽으며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서 읽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용의자로 생각되고 사요 또한 경찰에게 심문을 받게 된다. 단지 미즈토가 자백한 것과 같이 모든 정황은 미즈토가 범인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어 시라토리와 가노는 미즈토와 사요의 공범의 소행으로 보기에 증거를 어떻게 알아낼지 난감하기만 하다. 여기에서 시라토리의 활약이 시작된다. 사요가 미즈토의 집을 빠져나온 시간으로 보면 도저히 밤에 살해 당한 미즈토의 아버지를 죽였다고 볼 수가 없다. 거기다 미즈토에게서 피가 묻은 사요의 장갑까지 나오니 이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는 듯 하다.

 

안구 적출을 해야하는 미즈토와 아쓰시, 백혈병을 앓고 있는 유키, 그리고 히데마사, 다구치는 이 4명의 소아과 환자들을 부정수소외래로 불러 진료를 하게 된다. 다구치는 역시 순수하다고 해야하나, 히데마사와 하이퍼맨 바카스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코올 중독자에게 지구 평화와 안전을 맡기고 있는 현실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을 다구치에게 보낸 네코타의 생각이 정확했음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난 병원에서 중심이 되는 다구치의 진료실, 사요가 노래를 부르면 청각이 반응하는 것이 아닌 시각적으로 동영상을 보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것이 이 사건과 관련은 없지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사람들에게 노래를 하며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사건의 핵심은 다른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증거로 채택되지는 못한다. 솔직히 나는 사요가 "아베마리아"를 불러 아이들의 망막아종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다. 눈을 뜨지 않아도 눈 앞에 영상이 떠오르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미즈토를 향한 사요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지켜주는 미즈토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미즈토의 감정 또한 사요에게 향하고 있었다고 해도, 미워하는 아버지를 아무렇지 않게 칼로 찌른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거기다 해부에 토막까지, 14세에겐 너무 끔찍한 일이 아닌가. 안구 적출을 하고 더 살아야 할지, 그냥 이대로 죽을지 결정하지 못한 미즈토에겐 이 사건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포기하려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으니까. 사건의 본질보다는 다른 이야기가 끼어든 느낌이 많이 든 책이었지만 바티스타 스캔들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다구치는 친숙하게 다가왔다. 미즈토에게만 노래를 불러주겠다는 사요, 미즈토에게 기쁨과 행복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미즈토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죽은 미즈토의 아버지를 불쌍하게 생각해야겠지만 악인으로 등장해서 그런지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안구 적출을 해야하는 미즈토의 상황이 크게 부각되어 그런 모양이다. 앞으로 사요와 미즈토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마음의 안정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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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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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영양을 쫓던 모스의 눈에 다량의 마약, 200만 달러가 넘는 현금, 죽은 사람의 시체, 그리고 생존자가 보인다. "물을 달라"는 생존자의 말에 "물이 없소"라고 대꾸한 모스는 마약은 남겨두고 현금을 가지고 그 곳을 벗어난다. 모스는 분명 알았을 것이다. 이 현금 가방을 쥐었을 때 이제 자신의 인생은 지금까지처럼 평온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가방을 그 자리에 두지 않고 가져왔을까.

 

모스를 쫓는 시거, 그리고 이들의 흔적을 쫓는 보안관 벨. "물을 달라"는 생존자의 청을 뿌리친 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그 곳을 찾은 모스, 만약 이 곳에 다시 오지 않았다면 이 많은 현금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어디 멀리 떠나 평온하게 살 수 있었을까. 모스가 마약과 200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발견하게 된 것이 불행을 몰고 오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면 돈을 포기하지 않고 가지고 와서 시거에게 쫓기게 된 것은 오로지 모스의 선택이니 이것은 그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모스뿐만 아니라 부인도 위험에 처하게 되어 쫓고 쫓기는 관계인 모스와 시거를 보며 긴장이 되어 모스의 안전은 물론 가족까지 죽게 될까 걱정이 된다. 보안관 벨이 적극 나서 준다면 시거를 잡고 모스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옛날 총이 없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보안관 벨은 이 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시거는 잔혹한 킬러로 보인다. 사막에서 영양을 쫓던 모스가 이젠 영양들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시거에게서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숨가쁘게 내달려야 한다. 모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기 위해 무기를 준비하지만 바짝 다가와 목을 죄는 시거의 존재는 무시무시하다. 결말이 예측 가능한 이 책은 사실 어렵게 다가온다. 자신의 것이 아닌 돈을 훔쳐 달아나는 모스는 분명 죄를 지은 죄인이지만 모스를 죽이려는 시거의 존재로 인해 약자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명백하게 선을 대표하는 보안관 벨과 악을 대표하는 시거, 이 두 사람의 대결이 아닌 어디까지나 모스를 겨냥하고 있는 시거의 행동으로 인해 역시 보안관 벨의 자조적인 독백들은 상황을 더 갑갑하게 느끼게 만들 뿐이다.  

 

살인마 시거는 동전을 던져 사람들의 인생을 결정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정당화 하며 머뭇거림 없이 사람들을 죽인다. 보안관 벨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무방비 상태로 시거의 행동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그저 나에게 그 동전을 던지지 않길 바라며.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다. 단지 한번의 욕망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든 모스의 모습만 각인될 뿐이다. 그 뒤를 쫓는 시거, 그리고 자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보안관 벨, 이들이 보여주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세상은 그저 암울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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