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사막에서 영양을 쫓던 모스의 눈에 다량의 마약, 200만 달러가 넘는 현금, 죽은 사람의 시체, 그리고 생존자가 보인다. "물을 달라"는 생존자의 말에 "물이 없소"라고 대꾸한 모스는 마약은 남겨두고 현금을 가지고 그 곳을 벗어난다. 모스는 분명 알았을 것이다. 이 현금 가방을 쥐었을 때 이제 자신의 인생은 지금까지처럼 평온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가방을 그 자리에 두지 않고 가져왔을까.

 

모스를 쫓는 시거, 그리고 이들의 흔적을 쫓는 보안관 벨. "물을 달라"는 생존자의 청을 뿌리친 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그 곳을 찾은 모스, 만약 이 곳에 다시 오지 않았다면 이 많은 현금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어디 멀리 떠나 평온하게 살 수 있었을까. 모스가 마약과 200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발견하게 된 것이 불행을 몰고 오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면 돈을 포기하지 않고 가지고 와서 시거에게 쫓기게 된 것은 오로지 모스의 선택이니 이것은 그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모스뿐만 아니라 부인도 위험에 처하게 되어 쫓고 쫓기는 관계인 모스와 시거를 보며 긴장이 되어 모스의 안전은 물론 가족까지 죽게 될까 걱정이 된다. 보안관 벨이 적극 나서 준다면 시거를 잡고 모스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옛날 총이 없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보안관 벨은 이 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시거는 잔혹한 킬러로 보인다. 사막에서 영양을 쫓던 모스가 이젠 영양들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시거에게서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숨가쁘게 내달려야 한다. 모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기 위해 무기를 준비하지만 바짝 다가와 목을 죄는 시거의 존재는 무시무시하다. 결말이 예측 가능한 이 책은 사실 어렵게 다가온다. 자신의 것이 아닌 돈을 훔쳐 달아나는 모스는 분명 죄를 지은 죄인이지만 모스를 죽이려는 시거의 존재로 인해 약자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명백하게 선을 대표하는 보안관 벨과 악을 대표하는 시거, 이 두 사람의 대결이 아닌 어디까지나 모스를 겨냥하고 있는 시거의 행동으로 인해 역시 보안관 벨의 자조적인 독백들은 상황을 더 갑갑하게 느끼게 만들 뿐이다.  

 

살인마 시거는 동전을 던져 사람들의 인생을 결정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정당화 하며 머뭇거림 없이 사람들을 죽인다. 보안관 벨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무방비 상태로 시거의 행동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그저 나에게 그 동전을 던지지 않길 바라며.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다. 단지 한번의 욕망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든 모스의 모습만 각인될 뿐이다. 그 뒤를 쫓는 시거, 그리고 자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보안관 벨, 이들이 보여주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세상은 그저 암울하게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