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2 - 21세기 소년의 달콤한 시간 여행
아라키 켄 지음, 미지언 옮김 / 좋은생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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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년 전의 에도 시대에서 온 야스베가 떠난 뒤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야스베는 어떻게 지냈을까.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도모야가 180여년 전의 에도 시대로 간다. 그런데 도모야의 도움이 없다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야스베를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그냥 두었어도 야스베는 푸딩으로 성공을 거두었을 것인데 왜 이런 불필요한 장면들을 넣은 것일까.

 

야스베의 삶이 궁금해서라기 보다 이 책은 불량소년이 된 도모야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서 180년 전의 에도 시대로 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야스베처럼 도모야도 자신의 삶을 바꿀 계기가 필요했고 어린 시절 만났던 야스베 아저씨가 실제로 존재했었는지조차 믿을 수 없는 도모야에게 에도 시대로의 여행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기회를 제공한다.

 

타임슬립에 어떤 법칙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촌마게 푸딩'에서는 다른 시대 사람들과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법칙이 있는가 보다. 센과 마음을 나눈 도모야는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확신한다. 자신이 살아가던 시대로 돌아올 시기 또한 정해져 있는 법칙이 있을 거라고 믿는 도모야는 야스베와 엄마와의 관계도 어떠했을지 짐작한다. 1권에서 야스베와 히로코 두 사람만의 아련한 감정이라든지,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없었던만큼 도모야의 이런 생각은 황당하여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감정이 생기진 않았다. 다만 도모야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고백한 센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은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시간 여행을 다녀온 이후 도모야는 에도 시대에 가서 만났던 사람들이 그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기에 센만큼이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촌마게 푸딩 2권은 야스베가 살았던 에도 시대에는 어떠했는가에 대해 알아가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곳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으나 이 책은 한 권으로 끝을 맺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도모야의 시간 여행은 불필요하게 생각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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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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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거에서 미래로 오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다. 남녀 주인공이 다른 시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만 이 사랑이 슬픈 결말이 될까 걱정이 되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아라키 겐의 '촌마게 푸딩'은 에도 시대에서 180년 뒤의 미래로 타임슬립을 한 야스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다행히도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아 편안하게 볼 수 있지만 야스베가 다시 에도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미래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그를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

 

야스베가 히로코와 그녀의 아들 도모야의 앞에 나타난 것은 어떤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서일테지만 '촌마게 푸딩'은 히로코의 바람대로 그녀와 도모야의 곁에 야스베가 계속 머물러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닌 사무라이로 살아가던 야스베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살아가며 보람을 얻고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다. 히로코와 도모야의 도움으로 미래에서도 편안하게 살아가게 된 야스베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했고 그가 디저트에 대해 알아가는 것으로 과거와 미래의 거리감을 좁혀 놓았다.

 

히로코의 야스베를 향한 감정은 사랑이었을까? 아니,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다.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을 맞아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좋아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고 싶은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야스베의 마음은 히로코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도모야와 야스베의 관계는 평범하게 단정지으며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도모야에게 야스베는 부친이며 모친이었다. 바쁜 히로코를 대신하여 도모야를 돌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하였기에 일을 하며 만족할만한 성공을 거두었어도 그는 도모야와 함께 지내는 생활로 돌아가는 것에 그 어떤 망설임을 보이지 않았다.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 야스베가 180년 뒤의 미래에 와서 디저트를 만들어 성공을 거두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과거에 있었든, 현재에 살고 있었든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들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야스베가 망설임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도모야의 곁으로 돌아오겠다 결심한 것은 낯선 세계에 떨어진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히로코와 도모야를 가족으로 생각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미래에 오게 된 야스베뿐만 아니라 히로코와 도모야도 이 뜬금없는 상황으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가 바뀌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야스베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히로코와 도모야는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똑같은 일상이라도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히로코와 도모야에게도 뭔가 변화가 있었겠지만 불량소년으로 자란 도모야가 에도 시대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 상황을 보니 야스베가 사라진 후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야스베를 만난 상황이 이 두 사람에게는 그리 긍정적인 결말을 맞게 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에도 시대로 간 도모야가 현재로 돌아왔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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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4 링컨 라임 시리즈 4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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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건의 진상을 눈치챌 수 있었을텐데 늘 해왔던대로 링컨 라임이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난 후 대단한 반전이라도 만난 듯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번에는 범인의 존재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고스트'라고 이미 밝히면서 시작했기에 이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 고스트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험에 처한 밀입국자들을 고스트보다 먼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스트를 먼저 찾아낼 수 있다면 최소한의 위험은 제거되는 거다.

 

링컨 라임 시리즈는 링컨 라임에 의해 사건이 모두 해결된다는 결말을 가지고 시작하기때문에 범인을 쫓으며 긴장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제프리 디버는 밀입국자들을 고스트보다 먼저 찾아내는 문제로 긴장감을 고조시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스트의 방슈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을 때, 고스트의 존재로 인해 링컨 라임과 색스까지 위험에 처할뻔 했을 때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으나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되는 고스트를 잡았다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던 적이 몇 번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나온다. 사건을 한 번만에 깔끔하게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라임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타까운 죽음까지 그려내야 할 정도로 사건은 의외의 모습으로 끝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라임의 능력으로도 희생 없이 사건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번만큼 그 죽음들이 슬펐던 적은 없었다. 라임에게 소중한 사람도 있었으니까.

 

'곤충소년'에 이어 이번에도 라임과 색스의 관계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누구보다 아이를 원하는 색스는 사건보다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는 자신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지게 만든다. 색스의 이런 모습을 라임이 아무말 하지 않은 채 지켜봐 독자들을 긴장시키지만 역시 해결될 일은 링컨 라임의 손에서 해결된다는 것, 시리즈가 계속 되는 동안 색스와 라임의 안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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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죽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2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2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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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릴 매디슨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베릴까지 다섯 명이 죽었다. 베릴의 사건 이후 스카페타 박사에겐 베릴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보다 베릴이 생전에 썼던 원고의 행방을 찾아내는 것이 더 시급하다. 스카페타 박사는 스파라치노로 인해 자신의 입지마저 위태로워졌고 베릴을 죽인 범인의 위협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은 살인사건이 아닌 법정 싸움을 그린 소설로 바뀌었을 것이다. 대체 베릴이 쓴 원고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기에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옛 연인 마크의 등장은 스카페타 박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스파라치노의 위험에서 그녀를 지켜내겠다는 마음이 보이기는 하지만 세상은 마크를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스카페타 박사가 그를 향한 사랑과 그를 믿지 말아야 한다는 감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범인이 베릴의 집에 남겨 놓은 증거물을 분석한 결과 살인범이 비행기 납치법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스카페타 박사뿐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이르면 이렇게 언급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지만 살인 사건이 거대하게 커지는 느낌은 나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뿐이다. 거기다 사건이 의외의 장소에서 실마리가 풀어지게 되는데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람에 의해 결말까지 이르게 되는 것 역시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 방금 깨닫게 된 사실인데 나는 지금까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와 스카페타 시리즈를 비교하고 있었나 보다. 철처하게 증거만을 믿으며 증거만으로 범인을 밝혀내는 링컨 라임과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박사는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시리즈들을 읽는 동안은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이게 될 듯 하다. 두 시리즈를 번갈아가며 읽었더니 두 세상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자꾸만 헷갈린다. 아직 두 시리즈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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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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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가 자신이 창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긴장의 끈이 풀어지며 편안해진다. 료가 보여주는 성애의 장면들이 료가 알고 싶어하는 욕망의 끝에 이르는 길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거북하지 않다. 료가 궁금해하는 욕망의 깊이에 대해서 궁금하진 않았다. 욕망이라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설명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욕망은 그 모습이 다를 것이다. 한 사람이 하나의 욕망만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기를 바라겠는가. 이 세상을 모두 알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 욕심일 뿐이다. 료가 가고자 한 길이 어떤 길이었는지 알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지 못할 것도 알고 있었다. 결국 료도 평범한 한 남성으로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메구미가 료를 바라보는 시선과 나의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까지나 창부의 일을 할 수는 없으며 밝은 햇살 아래 살아가며 이 일을 함께 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모든 '선'을 대표하는 듯 행동하는 메구미의 모습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료가 속한 세상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달라 메구미의 의견에 동조할 수 밖에 없지만 손님이 되어 료를 지명하는 순간, 메구미도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가 메구미다.

 

탄력을 잃은, 더이상 젊음이 남아 있지 않은 나이 많은 여인의 몸을 보면서 이에 대해 거북함을 느끼지 않는 료는 그녀들에게서 엄마와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아니 엄마의 일부분을 본다. 엄마를 기억할 때면 '손'이 떠오르는 료에게 나이 많은 여자들은 단순한 타인이라기 보다 어린 시절 기억속에 남겨진 엄마의 일부분이다. 이런 감정때문에 료가 묘사하는 성애의 장면들이 거북하지 않은데 예술의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타인의 깊은 곳에 내재된 욕망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소박하게 묘사하는 료 덕분에 책 읽기가 한결 편안해지는 것이다.

 

저자 이시다 이라는 미도 시즈카와 료의 만남을 운명으로 표현했다. 불행한 만남이지만 더 먼 곳에서 이어진 인연은 이들이 만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연의 끝은 '사랑'에 이르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 자신의 곁에 머무는 사랑은 슬프다. 료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갑자기 끝나 버린 듯 독자들을 허무하게 만든다. 속편에 대한 기대는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료의 남은 삶에 대해,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사랑에 대해 알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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