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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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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료가 자신이 창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긴장의 끈이 풀어지며 편안해진다. 료가 보여주는 성애의 장면들이 료가 알고 싶어하는 욕망의 끝에 이르는 길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거북하지 않다. 료가 궁금해하는 욕망의 깊이에 대해서 궁금하진 않았다. 욕망이라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설명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욕망은 그 모습이 다를 것이다. 한 사람이 하나의 욕망만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기를 바라겠는가. 이 세상을 모두 알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 욕심일 뿐이다. 료가 가고자 한 길이 어떤 길이었는지 알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지 못할 것도 알고 있었다. 결국 료도 평범한 한 남성으로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메구미가 료를 바라보는 시선과 나의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까지나 창부의 일을 할 수는 없으며 밝은 햇살 아래 살아가며 이 일을 함께 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모든 '선'을 대표하는 듯 행동하는 메구미의 모습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료가 속한 세상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달라 메구미의 의견에 동조할 수 밖에 없지만 손님이 되어 료를 지명하는 순간, 메구미도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가 메구미다.

 

탄력을 잃은, 더이상 젊음이 남아 있지 않은 나이 많은 여인의 몸을 보면서 이에 대해 거북함을 느끼지 않는 료는 그녀들에게서 엄마와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아니 엄마의 일부분을 본다. 엄마를 기억할 때면 '손'이 떠오르는 료에게 나이 많은 여자들은 단순한 타인이라기 보다 어린 시절 기억속에 남겨진 엄마의 일부분이다. 이런 감정때문에 료가 묘사하는 성애의 장면들이 거북하지 않은데 예술의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타인의 깊은 곳에 내재된 욕망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소박하게 묘사하는 료 덕분에 책 읽기가 한결 편안해지는 것이다.

 

저자 이시다 이라는 미도 시즈카와 료의 만남을 운명으로 표현했다. 불행한 만남이지만 더 먼 곳에서 이어진 인연은 이들이 만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연의 끝은 '사랑'에 이르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 자신의 곁에 머무는 사랑은 슬프다. 료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갑자기 끝나 버린 듯 독자들을 허무하게 만든다. 속편에 대한 기대는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료의 남은 삶에 대해,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사랑에 대해 알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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