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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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15쪽

어쩌란 말이냐
복사꽃잎
빈집에 하루 내내 날아든다-49쪽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50쪽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52쪽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55쪽

고군산 선유도 낮은 수평선
해가 풍덩 진다

함부로 슬퍼하지 말아야겠다-73쪽

겨울바다에는
헤어진 사람이
가거라
지금 뜨겨운 사랑보다
지난날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
가거라 -73쪽

저 어마어마한 회장님 댁
거지에게는 절망이고
도둑에게는 희망이다-74쪽

비 맞는 풀 춤추고
비 맞는 돌 잠잔다-86쪽

낙숫물 소리
나도
거미도 한나절 말이 없다-91쪽

겸허함이여
항구에 돌아오는 배
오만함이여
항구를 떠나는 배-101쪽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101쪽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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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0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은 시인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연둣빛 싱그러운 봄산은 참 좋아합니다^^

gimssim 2012-02-02 21:22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접해 본 작가는 아니에요.
그런데 이 글들은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이 많군요.
저도 흘러가버리는 시간 속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단어들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