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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아이디어 깨우기
잭 포스터 지음, 정상수 옮김 / 해냄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세상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고지식'한 아줌마이다.
근면, 성실을 타고 났지만 창의력, 순발력은 바닥을 헤멘다.
그나마 지구력이 있으니 여기까지 버티며 온 것이다.
남편은 한 술 더 뜨고, 아들은 거기에서 한술 더 뜬다.
우리 가족같은 부류의 사람들만 있으면 '문명의 발달'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발명가, 탐험가, 발견가(이런 단어도 있나?)를 존경한다.
'재수없으면' 살아내야 하는' 백 살'을 나는 반 가까이 남겨놓고 있다.
새해를 맞으며 '고지식'한 버전으로 살아내야 하는 나머지 생이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서재방에 있는 책을 살피다가 찾아낸 책이 바로 이것이다.
아마 이 책을 샀을 때쯤에도 답답한 내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글이 우선 짧고 선명하다.
그래서 잘 읽힌다.
밑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나의 굳은 머리를 자주 담궈봐야겠다.
그러다가 마음을 두드리며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조지 에이드는 금세기 초에 활약한 다작 작가다. 일전에 그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인터뷰를 한 사람은 그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조지의 작품에 대해 함부로 떠들어댔다. 스타일의 변덕이 심하며, 구성도 탄탄하지 않고,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피상적이라는 등 매우 버릇없이 비평을 했다. 엄청난 혹평이었다.
하지만 조지 에이드의 어머니는 “아, 우리 아들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잘 알아요, 하지만 그 애는 쓴답니다”
‘그 애는 쓴답니다’라는 그 말은 이 세상의 누가 말한 것보다 가장 멋진 대답이다.
두 단어만으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과 스피드의 시대에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구를 떠나지 않은 것은 '그래도' 더딘 걸음으로나마 걷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런 힘겨운 노력을 하는 내가 너무 가상하다. 아줌마 만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