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노무현! 노무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오다가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도서관 옆 2층짜리 건물의 벽에 새겨놓은 초상화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MB의 고향도시입니다. 제가 사는 마을에서 자동차로 십여 분 거리에 MB의 고향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잠시 산 곳이지요.  

'노사모'였다가 결국 '지못미'의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 살벌한 땅에 이런 용감한 분이 계셨다니요.  

지난해 5월, 추모식장에 갔는데 물어물어 간 곳이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허름한 건물의 3층 다방이었습니다. 
인구 50만인 도시에서,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의 추모식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역 앞 한 쪽 귀퉁이라고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사용불가! 나중에 문화예술회관에 한 곳을 열긴했답니다. 

우리가 서울에 살때 남편과 저는 '조순' 서울시장을 찍었는데 당선이 되었지요.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 남편은 좀 단순해서 농담으로 '우리 세상이 오고 있다'고 좋아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진영 봉하마을에 달려가기도 했지요. 그땐 저희가 밀양 근처 청도라는 곳에 살았었거든요. 

그러던 중 한미 FTA, 북핵문제 등등 소신껏 일하시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드랬습니다. 
좋은 의미에서 '패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정치적인 기반이 없었다고 보여졌습니다.
지금껏 가신 분의 유지를 받들어 자리를 지키는 몇몇 분이 계시기는 하지만 당시에 고군분투 하시지만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임기 말, 그분이 감당해야 했던 외로움을 읽을 수 있어야 했었는데 저는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차라리 눈과 귀를 막고 사는 편을 택했지요.

지역 이기주의를 없애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고자,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자,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하신 그 분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너무 단단하고, 너무 세련된 세상이었나 봅니다. 



  
카메라를 들고 가면 거기에 마음 빼앗길까봐 큰 카메라는 두고 작은 똑딱이 하나를 들고 남편이랑 봉하마을에 갔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햇빛 속에서 기다려서 조문을 마쳤습니다.  

남편 손에 들려있던 국화, 수없는 만장 사이에 펼쳐친 가시는 분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마지막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바로 사람이 희망이지 않습니까.  

벽에 새겨놓은 초상화를 보면서, 바람 부는 거리에 한참이나 서서 사람이 수단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놓친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기회가 되었습니다.
메스컴에서는 늘 잘사는 것에 대해서 떠들어 댑니다.
그러나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잘 살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도 그냥 두어야 마땅한 작은 시내 같은 강들도 정비를 하면서 100억의 돈을 쏟아붓습니다.
그러면서 제도적인 보호를 받고, 작은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 사람 사는 세상을 꿈 꾸었던 노무현. 

일주기가 다가오는 지금, 그래서...

당신이 더욱 그립습니다.

*** 오월에 접어들자 명치끝이 저려오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아이를 낳은 산달에는 한 차례 몸살을 치렀습니다.
두 아이를 삼월과 팔월에 낳은 터라 그것과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오늘에야 불현듯 이 분 때문인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 일월에 창작 블러그에 올린 글입니다.
요즘도 도서관에 가면 일부러 이곳을 찾아 오래 서 있다 옵니다.
외람되지만 저는 그분이 세상에서 가졌던 직함을 달지 않았습니다.
인간 ‘노무현’의 아픔과 외로움을 좀 더 철저하게 느끼고 싶은 저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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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1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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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5-15 07:28   좋아요 0 | URL
우리 국민들에게 오월은 이래저래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달인듯 싶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올라오는 글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지역발전 2010-05-1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보았습니다^^그립습니다. 노무현.
좋은 곳으로 퍼 갈께요^^

gimssim 2010-05-15 21:14   좋아요 0 | URL
일주기가 다 되어가지요.
그 분이 꿈 꾸었던 세상은 아직 요원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겠지요.

같은하늘 2010-05-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은 기쁜일도 슬픈일도 많은 달입니다. ㅜㅜ

gimssim 2010-05-15 21:13   좋아요 0 | URL
기념일이 참 많은 달이지요.
그 오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습니다.
세월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