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이야기
우리 집 식구들은 곰국을 좋아합니다.
주부인 저도 한 번 끓여놓으면 당분간 반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터라 가끔씩 식탁에 올립니다.
방학이라 집에 내려온 아들이 공부하랴, 훈련받으랴 몸무게가 5킬로그램이나 줄어서 왔어요.
새 학기에 공부를 하려면 체력 보충이 필요했어요.
두 남자가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곰국을 먹었어요.
먹지 않고 견딜 수가 있겠어요.
우리 집 가훈이
'주는 대로 먹는다
투정부리면 맞는다
남기면 더 맞는다' 이다보니...
그런데 마지막 가서는 곰국이 한 그릇 밖에 남지 않았어요.
잠시 딜레마에 빠졌어요.
한 그릇 남은 곰국을 남편을 드려야 하나, 아들을 줘야 하나...
하여튼 어떻게든 그 한 그릇 곰국을 해결하고 주일 날 교회에 가서 이 이야기를 꺼냈겠지요.
연세가 좀 많이 드신 권사님은 단칼에 말씀하셨어요.
"무신 말들이 많노? 당연히 남편을 드려야제."
근데 옆에 있던 그보다 좀 젊은 50대 후반의 권사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아들 주고 싶었지?"
젊은 교인들은 생각이 다르더군요. 좀 합리적이었어요.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다르지요."
곰국 한 그릇에 이렇게 풍성한 대화를 할 수 있다니요.
사실, 아들은 5킬로그램 정도 몸무게를 늘려야 하고,
아버지는 2킬로그램 쯤 몸무게를 빼야 하는 형편이었어요.
그렇다면 눈물을 머금고 아들을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요즘 저의 묵상의 제목은 '행복'이예요.
그래서 거기에 대입을 해 봤지요.
곰국 한 그릇을 앞에 놓고 누가 더 행복해 할까?, 를 생각했어요.
결론은 '아버지' 였여요.
그래서 한 그릇 남은 곰국을 남편을 드렸어요.
사족) 마지막 곰국을 남편을 드리려고 온갖 명분을 다 갖다 붙인 아내의 마음을 남편은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