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다가오면 쓸쓸해지는 짐승은 인간만이 아니라고 한다. 저녁이 오면, 재자연의 모든 식물과 짐승들의 눈빛이 순해지고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 지상의 모든 생명들이 자신의 의로운 그 눈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26쪽
기쁨과 행복은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는 것에 있다. -30쪽
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 하는 그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우리가 지금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의 어깨에 지고 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닐까.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 인생의 인연들을 숱하게 만나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그 사람이 우리 생에 절말 중요한 인연이란 걸 모르고 지나쳐왔을 뿐. -52쪽
살아가다 보면 슬픔은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지만, 슬픔의 손아귀가 너무나 단단하여 우리를 꽁꽁 붙잡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그 슬픔 앞에 조금 더 겸허해질 수 있다면 슬픔은 우리 가슴으로 스며들어 또 다른 희망의 여린 불빛으로 피어날지도 모른다. -66쪽
우리는 지금 누군가의 붓인가, 아니면 무기인가? 우리는 지금 타인의 삶에 아름다운 색채를 그려주고 있는가, 아니면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가? -97쪽
적막이란 가슴에 새 소리가 쌓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104쪽
사랑은 지금 당신 곁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 속에 있다. 그 사람의 환한 미소 속에 있다. -122쪽
겸손은 겸손이 없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다. 우리 모두 낮은 자리로 돌아가 사랑이라는 작은 몸짓 하나를 배울 수 있다면 세상엔 겸손이란 단어 또한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127쪽
하지만 가족 사랑에 팔불출이란 없다. 가족은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우군이자 나의 어깨뼈이며, 나의 척추와 내 머리에서 자라나는 검은 머리카락이자 나의 눈동자, 내 몸을 이루는 그 모든 기관이기 때문이다. -236쪽
우리가 살았던 고향의 풍경들은 사라진 게 아니다. 오래전 우리들 마음속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사람이 이사를 하면 그 사람과 살았던 풍경들도 그 사람을 따라 이사를 간다. 모름지기 풍경과의 인연이 모두 그러하다. -300쪽
열매가 오기 전에 꽃들이 먼저 온다. 그리고 꽃들이 우리에게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꽃이 되어 꽃들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수많은 길 위에서 꽃들은 우리와의 인연을 기다리며 한 송이 꽃잎들로 피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31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