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여행서 읽기를 좋아한다.  

내가 가본, 혹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가슴 뛰는 설렘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지독한 길치여서, 자동차를 운전해서 다니기는 하지만 갔던 길, 익숙한 길로만 다닌다. 여행자를 꿈꾸기에는 치명적인 결격사유이다.
뒤집어 보면, 그래서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여행서 읽기를 즐기는 지도 모르겠다. 몸은 내 집 안에 있지만 마음은 대문 밖의 길에 있다.

자신을 ‘오래된 여행자’라고 지칭하는 이지상은 네 개의 짧은 문장으로 여행의 처음과 끝을 이야기 한다.

떠나다/ 만남과 이별/ 돌아오다/ 다시 떠나다

사실 여행의 큰 흐름은 이것이다. 여기에 크고 작은 풍경들과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신의 상념들이 보태어져 하나의 나이테가 되어 남는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간결하고 담백한, 그렇지만 가슴의 열망을 조금씩 풀어내는 문체도 호감이 가지만 간간히 내밀고 있는 사진에 더 마음이 간다.
특별할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는, 그저 그곳의 일상적인 사진들이지만 말로서 풀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말들을 하고 있다.

전문 여행자인 이지상은 ‘떠나’는 것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생활자인 우리는 돌아 온 이후의 삶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길은 길로서 통하지만 내가 떠난 곳은 결국 그 길의 어딘가에 내가 거하는 지점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떠나는 삶이든 머물러 있는 삶이든 ‘카르페 디엠!(현재에 몰입하라, 삶을 즐겨라)’이어야 하지 않을까.
길 위에서 느끼는 자유와 해방감은 머물러 살면서 느끼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전제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결국 ‘떠남’을 통해서 깨달은 삶에 대한 진정성은 우리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한 또 하나의 ‘비움’ 이 전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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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1-2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행서 읽는걸 좋아해요~. 떠남은 또하나의 비움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 기억할게요,,,어쩌면 인생도 여행에 비유할 수 있잖아요,,,여행은 어쩌면 작은 인생같아요,,,,,우리의 인생도 비움이 늘 전제되어야 하겠죠,,,

gimssim 2010-01-26 20:37   좋아요 0 | URL
유성용의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자>도 구매해 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어요. 정말 비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것 부터...옷, 그릇, 신발 등등 정리해야 할 것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