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불변의 법칙

지난 해 가을, 어느 날의 이야기

“여보, 밥 좀 많이 먹어.”
남편이 저에게 한 말입니다. 아내를 무지 사랑하는 남편 같죠?
글쎄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입니다.
말은 아니지만 여름내 땀 흘리다가 서늘한 바람이 불자 식욕이 좋아졌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가벼운 밥 한 공기로 하루 종일 낑낑대고 있는 형편이랍니다.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예요.
제 손으로 열심히 음식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냄새를 맡고 간을 보고 하느라
정작 식탁에 앉을 때쯤이면 식욕은 저만치 달아나 있더라구요.
그러나 남편은 자동모드입니다.
아침에 눈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어도 식탁 앞에만 앉으면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은 기본이지요.
흔히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은 그러시잖아요. ‘먹기 위해 산다’구요.
그런데 이 말은 어폐가 있어요.
열심히 먹고 또 먹으면 우리는 결국 죽게 되잖아요.
우리가 일생동안 먹어야 할 밥의 분량이 있다는 거지요.
이런 용어가 있는지 몰라도 우리 부부는 그것을 ‘총량불변의 법칙’이라 합니다.
그러면 밥을 많이 먹으라는 건, 빨리 죽으라는 소리가 되는 거 아닌가요?
우리 부부만의 이런 총량불변의 법칙을 감지하고 있는 나는 발끈해서 소리쳤어요.
“마누라 빨리 죽으란 말이지? 밥 많이 먹고?”
“……”

제가 생각해도 좀 억지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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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1-2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