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4
E. L. 닥터로 지음, 정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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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인 열기는 수도꼭지처럼 잠가버릴 수가 없다. 적을 계속 발견해야 한다. 마음과 가슴은 소대나 분대처럼 바로 무장해제할 수 없다. 오히려 흰 증기를 뿜어내는 용광로처럼 식는 데 오래 걸린다. 41)

내가 윅스 가의 우리 집 현관 앞에 서 있던 것도 기억한다. 따뜻한 오후였고, 나는 길에서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났다. 엄마가 집 밖으로 나와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학교 운동장 너머를 쳐다보았지만 하늘은 맑았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하늘은 조용했다.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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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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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나의 삶을 다 살았고 이제는 어느 토요일 저녁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 떠돌고 있는 유령에 불과했다. 65)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그의 말을 인용하자면–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고 위트는 늘 말하곤 했다. 76)

글자들이 춤을 춘다. 나는 누구일까? 110)

그 건물들의 입구에서는 아직도 옛날에 그곳을 건너질러 가는 습관을 익혔다가 그후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남긴 발소리의 메아리가 들릴 것이라 여겨진다.
그들이 지나간 뒤에도 무엇인가 계속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
그 파동들이 때로는 먼 곳에서 때로는 더 세게 나를 뚫고 지나갔었다. 그러다 차츰 차츰 허공을 떠돌고 있던 그 모든 메아리들이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였다.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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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계보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헤시오도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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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계보'는 단순한 신화탐구가 아니다. 만물의 원초적 기원과 현재적 분화 과정에 대한 고대인들의 과학적 추론이 담겨 있는 서사시이며, 아울러 당대의 삶의 방식(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변론술의 중요성과 시인의 운율을 겸비한 왕들의 덕목에 관한 서술 등)에 대한 교훈조의 이야기이다.

헤시오도스의 분류에 따르면 카오스(텅 빈 공간)에서 우주가 생성되면서 신들이 출현하는데, 가이아(대지)와 우라노스(하늘)과 같은 자연 자체로부터 제우스나 포세이돈 같은 인격신으로, 다시 네메시스(복수)나 모이라(운명), 므네모시네(기억) 같은 추상적 관념으로 신의 영역이 확장되어 나간다.

다시 말해 본 작품은 신들의 탄생과 다툼, 전쟁과 평화, 위계의 성립과 질서의 정착, 그리고 조화로운 코스모스의 운행까지를 서술하면서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현상에 대한 동경에서 점차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의 세계로 확장되는 인간 공동체 의식의 문화적 집적과 계승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류를 해야 한다.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고, 동질적인 것으로 묶어줄 수 있는 각각의 성질들을 파악해야 하며, 대립되는 항목들도 분류를 통해 배열해야 한다. 분류된 항목에서 체계가 발생하고, 체계를 바탕으로 구조가 세워지며, 구조 위에서 다양한 문화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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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살림지식총서 472
이강룡 지음 / 살림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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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체의 특성
1)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는 '비인간 행위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현대의 중요한 '비인간 행위자'는 기술에 크게 의존한다.
2) 디지털 매체가 구축하는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휘발성이 강하며, 그 파급력이 현실화되는 방향은 매체의 속성과는 무관하다.

디지털 매체의 사용자
1) 디지털 매체는 보이지 않는 감시자(파놉티콘)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자신의 글을 삭제하고 지우는 행위가 은유에 불과하다.
2) 모든 글에는 '번역'이라는 의무 통과점이 있는데, 저자와 독자 간의 정보의 왜곡을 방지하려면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디지털 매체와 인문교양
1) 가치 영역을 다루는 인문교양은 정보를 '올바르게 다루는' 안목을 키워주며, 추상화를 통해 보편성에 이르는 힘을 길러준다.
2) 상징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해석의 다양성을 안겨주는데, 오래 묵은 상징을 궁리해서 담은 새 글이 보편성을 띈다.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기
1) 자료를 정리하면 정보가 되고, 정보를 구체적인 표현으로 다듬으면 지식이 되는데, 지식은 요약과 설명의 원천이 된다.
2)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실물을 들어 설명하고, 예시를 들거나 스토리가 있는 비유 를 담은 글쓰기는 효과적인 수사법이다.

글쓰기의 기본 원칙
1) 판단 근거를 주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면 설득력이 강하고, 단순한 해설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집어넣어 표현한다.
2) 피동형 뒷편에 숨지 않고 문장을 자신 있게 쓰며,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거나 서로 다른 측면에서 유사성을 찾아낸다.

디지털 매체와 글쓰기
1) 실천을 하기 전에 확신부터 공표하고 최상급 표현을 남발하면, 차후에 안목과 판단 기준이 달라지더라도 새 글을 쓰기 어렵다.

매체별 글쓰기 전략
1)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추측만으로 쓰지 않고, 먼저 내용을 작성한 다음 알맞은 형식을 택하고, 판단하기 전에 확인한다.

문서의 신뢰도 높이기
1) 출처를 정확히 표기하는 것은 글에 담긴 자신과 실제 자신의 동일성을 지키려는 노력이며, 이 일을 한결같이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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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의 13일 - 쿠바 미사일 위기, 거짓말, 그리고 녹음테이프
셀던 M. 스턴 지음, 박수민 옮김 / 모던타임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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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통령직에 오르면 잘잘못을 알려 주고 진정으로 심경의 변화를 가져올 재교육을 받거나 깊은 자기 성찰을 할 시간이 없다.” (휴 사이디)

1962년 10월 16일 존 F. 케네디는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한 사실을 알게 된다. 물러설 수도, 맞서 싸울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13일이 인류의 운명을 저울에 올려놓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쿠바를 공격해서 전쟁을 시작한 뒤에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그때 가서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겠습니다.” (국방부 장관 맥나마라)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핵구름 속에서 침몰한 이후로 파국과 회복의 변주곡이던 전쟁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핵이 살아가는 전장은 인간의 생존을 허락하지 않는 소멸과 침묵의 공간이다.

“피를 보기 시작할 때 사람들의 용기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진짜 문제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는 겁니다. 결정적 실패가 될 것이 확실한 핵전쟁 말입니다.” (존 F. 케네디)

호전적인 냉전의 전사로 각인된 케네디는 끝없이 밀려오는 불안에 맞서며 누구도 올바른 결정을 확신할 수 없는 카드를 손에 쥐고 고뇌한다. 그의 곁에 있는 '최고의 인재'들은 국가의 위신에 집착한다.

투우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줄지어 서 있고
거대한 광장에 군중들이 발 딛을 틈 없이 꽉 찼네
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
그는 바로 황소와 싸우는 이라네.
(존 F. 케네디)

군중들은 거칠게 돌진해오는 황소의 등에 창을 꽂으라고 아우성치지만 그는 핏빛으로 물든 승리를 누구도 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는 멋진 승리보다 평범한 삶의 유지를 선택했다.

그렇게 1962년 이후에도 우리들은 여전히 지구에 살고 있다. 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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