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의 발레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김의석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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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바느질을 멈추고 자신의 무릎을 먼 풍경인 양 바라보았다. 그리고 계속 상갓집 같은 침묵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에게 빅토리아가 멀리 간다는 얘기는 단 하나의 의미였다. 비밀, 저항. 결국 죽음. 그러니까 혹시 재수가 좋으면 어느 날 트럭이 기관총에 맞아 참혹해진 송장이라도 싣고 와 내게 시신의 신원이나 확인하겠지. 그녀는 이렇게 속으로 말한 뒤 다시 빅토리아에게 말했다.
"얘야, 널 죽일 거다."
"엄마는 과거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어. 이제 민주사회란 말이야. 싸움은 없어. 아무도 날 죽이지 못해. 아무도 어딘가에 대고 총을 쏘지 않으니까. 저항은 없어. 테러도 없고,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일도 없어. 아빠가 살던 때와는 달라."
"넌 비밀 속으로 사라질 거고, 그들은 널 죽이려고 할 거야. 네 사진이 신문에 날 거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나와 함께 울 거야. 그다음에 난 혼자가 되겠지."
엄마는 바느질하던 스웨터를 다시 들고는 황토색 방울을 마저 달고 코를 풀었다.
"엄마, 걱정 안 해도 되요. 난 다른 데서 행복하게 살 거야. 죽지 않을 거야, 춤을 추고 있을 거라고!"-4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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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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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녀의 오두막으로 가야겠지. 그리고 아기한테 물을 뿌리면서 말하겠소. '안녕, 아가들아. 지구에 온 걸 환영한다. 여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단다. 그리고 둥글고 축축하고 붐비는 곳이지. 여기선 고작해야 백 년 정도밖에 못 산단다. 아가들아, 내가 아는 단 하나의 규칙을 말해줄까? 제기랄, 착하게 살아야 한다.'"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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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 - 구술로 풀어 쓴 한국전쟁과 전후 사회
이임하 지음 / 책과함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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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사 4권 중에 가장 기대감이 덜했던 책, 그러나 의외로 가장 충실도가 높았던 책. 구술의 역사적 가치를 이끌어내는 채록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쟁미망인뿐만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몸으로 버텨온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 모두 들어있다.

오직 어머니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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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간 한국전쟁 - 한국전쟁기 마을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
박찬승 지음 / 돌베개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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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국가권력은 왜 마을 공동체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일까.

첫째,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서약을 최말단까지 요구함으로써 권력기반을 굳히려 했다. 마을 주민들을 동원하여 직접 학살에 나서도록 한 것은 주민들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울러 학살을 목격한 사람들이 감히 권력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다.

둘째, 남북은 전쟁을 치르면서 최대한의 인적•물적 자원의 동원이 필요했다.

셋째, 전쟁 과정 및 이후를 대비하여 치안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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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진실과 수수께끼
A.V.토르쿠노프 지음, 구종서 옮김 / 에디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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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B급 정서가 철철 넘치는 표지를 어쩔 것인가. 이름마저 A. V. 라니 완벽하다.

겉보기엔 판타지 음모론쯤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쟁발발부터 휴전협상까지 공산측의 지시와 교섭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알찬 저작.

이 책으로부터 한국전쟁 연구의 반쪽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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