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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둑 ㅣ 일공일삼 3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20년 8월
평점 :
윌리엄 스타이그의 책으로 고민하지 않고 구매했던 책이었다.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에서 발견했던 작가의 재치와 동물들의 따뜻한 마음씨,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결말을 다시 보리라 기대했다. 새롭게 바뀐 예쁜 세 권의 책표지도 매력적이었다.
이야기는 보초를 서고 있는 늠름한 모습의 거위 ‘가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표지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가윈은 도끼가 달린 기다란 미늘창을 들고 허리춤에 열쇠 꾸러미를 차고 있다. 가윈이 지키는 것은 왕실 보물 창고이다. 이 이야기를 ‘진짜 도둑’과 ‘거위 가윈’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보려 한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던 나라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보물이 사라지고 가윈이 도둑으로 몰린 것이다. 꼿꼿하고 정직한 성품을 지녀 주변 동물들에게 신뢰를 얻던 가윈은 한순간에 모두에게 외면당한다. 재판장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가윈의 용감함이 무척 멋있었지만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이 장면에서 가윈과 가윈의 결백을 아는 독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다른 동물들을 자칫 미워하기 십상이다. 결국 가윈은 분노로 그 자리를 날아 떠나고 만다.
여기에 아직 나오지 못한 인물이 있다. 바로 생쥐 데릭이다. 25쪽 돼지 우리아의 옆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자은 생쥐가 ‘진짜 도둑’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생쥐 데릭은 나쁜 동물인 걸까? 데릭이 보물 창고로 가는 길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그리고 데릭은 보물들의 진짜 가치를 몰랐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쥐 데릭을 ‘착하다’와 ‘나쁘다’로 딱 잘라서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어린이들은 절제력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물건을 훔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건에 손을 댄 아이를 나쁜 어린이라고 낙인찍기보다 사전에 물건을 훔칠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생쥐 데릭의 경우 데릭의 집이 굉장히 누추했다), 스스로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게 교육해야 할 것이다. 데릭은 스스로 고민한 끝에 가윈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숨어있던 가윈을 만나 진심으로 사과하며 용서를 받는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한 번씩 가지게 되는 이기적인 마음들을 나쁘다고 꾸짖는 대신 올바른 쪽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생쥐 데릭처럼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만졌던 행동도, 다른 동물들처럼 친구를 끝까지 믿지 못했던 행동도 말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슬픔을 느끼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다시 서로를 사랑하는 결말은 아름답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결국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에 완벽이란 없으니까요.”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