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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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2020, 다산책방,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표지가 예쁘다. 전체적으로 초록초록해서 예쁜 책이다. 책 속에 펼칠 수 있게 제본된 일러스트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할머니하면 으레 떠오르는 ‘다정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이는 인심 좋은‘ 미디어의 이미지가 아닌 다른 할머니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소설집이다.
다만 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가 많이 등장하는 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육아노동을 해야 하는 이 시대의 할머니들이 생각이 나서 조금 슬펐다. 우리 엄마는 절대 손자 봐줄 생각 없다고 몇 년째 엄포를 놓고 있지만...
소설집의 제목이 ‘나의 할머니에게‘인 만큼 작가들이 젊다. 언젠가 나이가 있는 진짜 ‘할머니‘의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집을 엮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흑설탕 캔디(백수린)
‘2019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만났던 작가인데 여기서도 프랑스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엄마의 부재로 손자손녀를 대신 키우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대신 할머니로서의 ‘난실‘보다 사람으로서의 ‘난실‘의 감정을 먹먹하다. 마지막 문장이 좋았던 이유가 그래서였을 것이다. 누군가의 할머니이기 이전의 피아노를 좋아하는 소녀인 ‘난실‘

* 선베드(강화길)
이번에 작가님의 소설집이 나왔던데 좋아하는 북튜버가 추천하기에 언젠가 읽어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도 등장하는 할머니는 앞의 단편처럼 불의의 사고로 손녀딸을(여기서는 외손녀이다) 키웠던 할머니이다. 작가님의 소설에서는 인물간의 간결한 대화가 너무 좋다. 할머니가 이미 치매이기에 손녀인 주인공 ‘나‘(진서)와 ‘명주‘의 관계가 주된 줄거리이다. 할머니의 눈에 ‘나‘는 언제까지나 걱정스러운 손녀일 뿐이다.

*11월행(최은미)
몇년 전에 예산 수덕사에 놀러 간적이 있다. 소설의 배경처럼 늦가을에. 그 때는 수덕사 올라가는 길목이 공사중이어서 수덕사의 단풍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지만 기억을 떠올리며 소설을 읽는 것은 즐거웠다. 수덕사는 길이 좋아서 차로 절 근처까지 올라갈 수 있다. 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절에 도착한다.
‘엄마 둘에 딸 둘인 세 명의 여자‘라는 표현도 좋았지만, ‘규옥과 은형과 하은은 성이 다 달랐는데‘라는 표현이 더 좋았다.
작가님의 ‘목련정전‘을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구입했다. 이번 달 안에 꼭 완독하는 것이 목표이다.

*아리아드네 정원(손원평)
다소 낭만적인 제목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할머니는 ‘늙은 여자‘로서의 할머니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의 여자.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으며 어떤 의미에서 가장 무서운 소설이었다.

오래전,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아직 새파랗게 젊던 시절에 할머니는 늙는다는 게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굳는 속도에 따라 욕망이나 갈망도 퇴화하는. - P67

규옥과 은형과 하은은 성이 다 달랐는데 하은은 전씨였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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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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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가 더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서 1부 중반의 지루한 부분을 꾹 참고 읽었다. 역시 2부가 더 재미있다. 연극의 주인공처럼 빛나는 삶을 사는 로토와 조용한 분노를 품은 선한 마틸드. 결혼 생활이란 무엇일까... 이야기의 인물 중에서는 로토의 동생인 레이철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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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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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대는 마음으로 제일 유명한 4편을 펼쳤는데 흠... 아마 전작품들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형사들의 사생활이 군더더기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많이 나온다. 전작부터 느꼈던 문제점들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으며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스릴러의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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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의 여행일기(주니어 김영사, 2020)

고등학생 시절 친구의 책상 위에 ‘책 먹는 여우‘ 책이 있었다. 고3 학생으로서 그림책을 읽는 모습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그림책의 매력을 모를 때였는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여우 아저씨가 인기있는지 몰랐는데 이후 어린이 권장 도서에서 자주 보여서 놀랐다. 올해 <‘책 먹는 여우‘의 여행일기>라는 책이 나온 것을 보면 여전히 그 인기가 건재한 듯 싶다.

이 책은 <책 먹는여우‘의‘ 여행일기>가 아니라 <책 먹는 여우‘와 함께 쓰는‘ 여행일기>이다. 책 먹는 여우의 질문에 따라 여행 가기 전 준비물 챙기기부터 여행 마지막 날까지 매일의 일기를 쓸 수 있다.(약 일주일 씩 두 번의 여행 일기를 기록할 수 있다!) 일종의 어린이 워크북인데, 초등학교 중학년에서 고학년 학생들이 재미있게 쓰고 그릴 수 있을 법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들어가는 말에서 밝히듯 이 책을 읽기(쓰기) 전 준비물이 있는 데, 필기도구, 가위, 풀, 오래된 비닐봉지, 방학(+소금과 후추)이 필요하다. 오래된 비닐봉지에서 갸우뚱했는데, 낡은 비닐 가방에 스티커를 붙여 멋진 ‘이야기 주머니‘를 만드는 코너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스티커는 이 책의 부록에 들어있는 스티커이다. ‘이야기 주머니‘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재미있어할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국내 여행도 자제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이번에 여행 관련 책이 출간되다니 신기했다. 그렇지만 작가의 말처럼 아주 재미있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비용도 안 드는 ‘상상 속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록으로 온 스티커가 너무 귀엽다. 아이들이 끈적끈적한 손으로 만져도 괜찮은 미끄러운 코팅 재질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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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로 온 '돌리의 어머니'라는 단편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보았다. 열 여섯 살 생일을 앞둔 돌리와 그녀의 완벽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을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돌리는 그녀와 반대되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어머니와 스스로를 자꾸 비교하게 된다. 돌리는 어머니가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만 햇살처럼 밝은 어머니는 그런 돌리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보통 사춘기의 여자아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또래의 인기 많은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곤 하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예쁘고 사교적인 역할을 어머니가 맡은 점이 신선했다. 가족이자 의지해야 할 대상인 어머니가 자신보다 또래 친구들에게 인기가 더 많은 아이러니라니... 돌리는 완벽한 어머니가 부담스럽지만, 자신에게 예쁘다고 말해주는 어머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돌리의 마음이 소설 내내 언뜻언뜻 비추어 보였다. 돌리가 어머니가 자신의 마음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도 좋았지만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높인 것은 역시 마지막 결말 부분이었다. 22쪽이라는 짧다면 짧은 분량의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았다. 섬세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인물 묘사와 깔끔하고도 여운을 남기는 결말의 마무리에 얼마 전에 읽은 '올리브 키터리지(문학동네)'가 떠올랐다. 아마 나처럼 '올리브 키터리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소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운명과 분노(문학동네)'를 읽을 때에도 번역이 깔끔하다고 느꼈었는데, 이번 책도 정연희 님께서 번역하신 책이었다. 찾아보니 재작년과 작년에 출간 되었던 메이브 빈치의 다른 소설들도 같은 번역가께서 작업하셔서 믿음이 간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운명과 분노'의 옮긴이의 말이 좋았기에 이번 책에서도 옮긴이의 말이 붙어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줄곧 그래왔던 대로. - P9

돌리는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어머니는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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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01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인정하기란 쉽지 않아요. 대부분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 쉽죠.

파이버 2020-07-01 19:5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에서 돌리가 돌리의 엄마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