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부한다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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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인스타그램 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언뜻 보니 두꺼워 보였는데 330쪽밖에 되지 않았다. 종이가 두꺼운 대신 가볍다.

 

작가 페르 페테르손은 노르웨이의 대표작가라고 한다. 노르웨이 소설은 처음 읽어 보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거부한다'라는 부정적인 어조의 제목도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에서 약 60km 떨어진 조그마한 동네이다. 1960년대 뫼르크에 살았던 짐과 토미의 이야기다. 여기에 토미의 여동생 시리와 토미의 어머니 이야기도 들어가 있으나, 전체적 서사는 짐과 토미가 중심으로 흘러간다. 참고로 저자의 나이(1952년생)와 짐과 토미의 나이는 비슷하다.

 

현재(2006년)와 과거(1960년대~1970년대), 등장인물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덕분에 같은 사건이라도 각자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맏이로서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감을 지고 있는 토미와 그런 토미를 옆에서 지지해주는 짐의 관계는 가족보다 더 가깝다. 이러한 토미와 짐의 어렸을 적 모습을 생각해보면 35년간 연락도 하지 않는 현재의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미 현재의 모습을 소설 첫머리에서 보여주었다. 그들은 왜 반대로 변했을까?

 

소설의 안에는 '거부'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각 등장인물들이 마음 속으로 '거부'하고 싶은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부모님과 형제, 친구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도 제목의 부정적인 뉘앙스에 비해 결말은 나름 희망차다. 소설은 짐으로 시작해서 시리로 끝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토미이다.

 

+토미 어머니와 욘센의 이야기는 없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어둠. 시각은 새벽 5시. 나는 헤레고르스 도로를 향해 하우케토에서부터 차를 몰고 왔다. - P9

아니, 어쩌면 내가 도망을 치고 싶었던 것은 내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었다. 어느 누구도 내게 오라고 손짓하지 않았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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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7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당첨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한길사에서 나오는 책은 믿을 만하죠.

파이버 2020-08-17 12:39   좋아요 1 | URL
저도 당첨되서 얼떨떨했습니다.^^;
한길사 책은 예전에 엄마가 읽던 ‘로마인이야기‘밖에 몰랐었는데 다른 해외문학도 꾸준히 내주더라구요...
 
[eBook]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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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설정이 흥미로웠다. 주인공의 아가미보다 비늘이 더 궁금하다. 일상 속의 비일상을 마주했을 때 등장인물들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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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8-15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병모 전작 했고 좋아하는데 굽이굽이 긴 문장을 보면 애정과 애증이 교차합니다. ㅎㅎㅎㅎㅎ

파이버 2020-08-15 21:17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구병모 작가님 작품 읽었습니다. 문장이 길어서 적응하는 데 좀 걸렸어요ㅠ 그렇지만 인물들이 매력있어서 좀 더 읽어보려구요ㅎㅎ

유부만두 2020-08-17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구병모 작가는 ‘버드스트라이크‘랑 ‘단 하나의 문장‘을 읽었어요. 문장이 비장한 데 비해 이야기는 좀 엉성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소설 제주‘ 에 실린 단편 ‘물마루‘는 재미있었어요.
전 ‘아가미‘는 그래픽노블 버전으로 봤어요.

파이버 2020-08-17 22:00   좋아요 0 | URL
‘버드스트라이크‘ 조만간 읽으려고 이북으로 사놓았습니다. 소개글을 보니 동화같은 느낌이라서 기대되더라구요. ‘물마루‘도 궁금해지네요~
 
[eBook] 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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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때는 문장 길이가 너무 길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갈수록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영화 같은 마무리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의 매력은 한동안 잊기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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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외국어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아무튼 시리즈 12
조지영 지음 / 위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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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매력적일까.... 옛날에 배우다 포기한 제2외국어 다들 하나씩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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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5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아직도 부럽습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어떤 외국어든 능통한 사람을 보면 부러워요.
저도 한때 영어 공부하겠다고 책을 잔뜩 사 놓고 한동안 열공했는데 그 뒤에 흐지부지 그만두게 되었어요.
외국어 공부가 두뇌 발달에 좋다고 하더군요,

파이버 2020-08-15 13:23   좋아요 0 | URL
저희집 책장에도 영어책과 독일어기초책이 잔뜩 있습니다(거의 새것).. 외국어 잘하시는 분들보면 신기하고 부럽습니다.
 
[eBook]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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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모두 읽고 표지를 다시 보았다. 소설의 내용을 표지에 모두 담은 디자이너 분의 능력이 놀랍다. 내용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예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러스트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중력의 임무》의 표지도 깔끔하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까지 읽으니 출판사에 호감이 간다.

 

이 책은 1956년에 발표된 SF 소설이므로 시대상을 감안하고 보았다. 아빠와 엄마의 전통적인 캐릭터성과 그 밖의 캐릭터들의 고정관념에 따른 성역할들을 흐린 눈으로 보며 넘어갔다. 그래도 소설에 등장하는 학자들에 여성 캐릭터들을 분배해놓음으로써 면죄부를 주고 싶다. 뒤로 갈수록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도 하고.... 우주선 안이라는 환경 안에서는 나름 신경 쓴 듯하다.

 

이 책의 두 가지 키워드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쌍둥이이다.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하여 지구에 남아있는 쌍둥이와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우주선 안의 쌍둥이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쌍둥이 역설이다. 자, 여기에 쌍둥이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특수한 관계라는 세간의 미신을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돈이 정말 정말 많은 가상의 단체를 등장시켜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한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당사자인 쌍둥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물리학은 어떤 변화를 맞을지에 대해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이야기를 읽을 때 상대성이론에 대한 물리학 지식이나 우주에 대한 천문학 지식은 크게 필요 없다. 만약 영화<인터스텔라>를 이미 보았다면 이해는 더 빨라진다. 여기에 부드럽게 읽히는 번역과 빠른 전개가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물리학은 쌍둥이의 관계와 성장을 묘사하기 위해 이용당했다고 표현해도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화자 톰에 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나는 쌍둥이가 아니지만 앞부분에 톰이 팻에 대하여 생각하는 부분이 첫째로서 공감이 갔다. 쌍둥이라도 형제 관계는 애증인가 보다.

 

결말이 100퍼센트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해피엔딩에 닫힌 결말인 점에 별 네 개를 준다. 나머지 별 하나는 매끄러운 번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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