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
어맨다 레덕 지음, 김소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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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는 북튜버가 소개해줘서 기억에 남았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어 빌렸다.


"(...)우리가 그동안 숨 쉬듯이 받아들여 온 비장애 중심주의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돌아보게 해 준다."는 뒷표지 책소개의 문구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들에 숨어있는 차별적인 시선을 친절하게 하나 하나 짚어준다.


우리에게 생소한 동화도 있고 판본에 따라 내용이 다른 이야기들도 있지만 이야기를 다시 처음부터 요약해서 제시하는 점이 친절했다. 동화 이야기와 저자 본인의 병원 기록과 장애인들의 인터뷰가 번갈아가며 서술되어 진정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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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결핍-결핍-결핍 제거 패턴'을 따르는 동화는 서술자의 입장에서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얻기를 바라는 것)으로 출발해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소망이 이루어지고 결핍이 제거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111쪽)


이런저런 장애 때문에 자신이 추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공동체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아이에게 [미운 오리 새끼] 읽기는 어떤 소용이 있을까? 우리 장애인 대부분은 결코 장애가 사라지지 않는다. 성인이 된다고 해서 누가 봐도 아름다운 백조가 되는 일은 없다. 언제나 갈망해왔던 대로 우리가 공주나 왕자임을 드러내 줄 높이 쌓인 매트리스 더미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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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지적대로 많은 동화에서 등장하는 장애는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고, 인물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한다. 결말에서 주인공들의 장애는 마법의 힘으로 없어진다. 완벽하고 행복한 결말에 어울리는 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겪는 일련의 과정들은 비장애 중심주의 생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다른 동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장애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이지만 얼마 전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화에서 인어공주 역으로 캐스팅 된 배우의 피부색으로 잠깐 시끌했던 기억이 났다. 인어공주의 실사화 영화가 개봉되면 어린이들은 마음 속에 기존의 애리얼과 다른 새로운 인어공주를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분명 행복한 일이다. 동화 속 공주와 왕자가 점점 다양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아이들이 공주와 왕자를 꿈꿀 수 있다는 뜻이니까. 


우리가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간에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 자신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은 우리가 만나는 세상을 형성한다. 동화와 우화는 한 번도 그저 이야기였던 적이 없다. - P355

"내가 청혼을 받아들인 건 사람보다 못한 존재에게 연민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믿어요." 벨은 이렇게 말했다. - P213

왜 지금까지도 휠체어를 타거나 팔다리가 없거나 얼굴을 다쳤거나 안으로든 밖으로든 어딘가 장애가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들을 ‘고귀하다‘라는 말로 추앙하는 걸까?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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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1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하지 못한 면들을 생각하게 하는 이런 책들 너무 좋아요. 동화에서 장애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제목부터 강렬하네요.

파이버 2021-08-01 20:37   좋아요 2 | URL
맞아요 다른 생각을 만나고 할 수 있게 해주는게 독서의 묘미인 것 같아요~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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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 평에 쓰려다가 글자수가 넘쳐서 리뷰 칸에 복붙하여 쓰는 리뷰.

책이 강의식으로 되어 있어 문장들이 '~습니다.'로 끝나므로 리뷰도 그렇게 써보겠습니다.


1. 라틴어-발음-뜻 순서로 되어 있어 굉장히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용, 외국어 병기, 주석 등의 요소들을 자연스럽고 읽기 편하게 배치되어 있어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만듦새가(표지 본문 사진 면지 모두) 구석구석 예쁜 책입니다.


2. 내용적인 면에서도 편안하게 읽기 좋았습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잠깐 나오는 로마인들의 음식이나 놀이 등 옛날 로마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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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1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자평도 글자수 때문에 쓰기가 어렵더라구요 ~!! 표지 색깔은 너무 예쁘네요~!

파이버 2021-08-01 17:39   좋아요 2 | URL
조금 길다 싶으면 100자가 넘더라구요ㅎㅎ 알차게 100자평 잘쓰시는 분들 부럽습니다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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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 곧 주말이네요!
모두모두 안녕하시길~

매달 이맘때쯤이면 다음달에 무슨 책을 살까 기웃거리게 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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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31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런 인사를 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파이버님 좋은 주말 되세요.

파이버 2021-07-31 00:50   좋아요 2 | URL
저 인삿말처럼 늘 상대의 안부를 먼저 살피는 여유를 갖고 싶어요^^ 바람돌이님께서도 행복 가득한 주말 되세요~

scott 2021-07-31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이버님 민음 북클럽 회원???

8월엔 쟁여둔 책 읽어 치우기 목표 세운 1인! ㅎㅎ
파이버님 주말 행복하게 ^ㅅ^

파이버 2021-07-31 16:04   좋아요 2 | URL
저도 집에 쟁여둔거 읽어야 하는데 큰일이네요ㅎㅎ
오늘도 햇빛🌞이 쨍하네요! scott님께서도 즐거운 독서시간 되세요~
민음사 좋아해서 올해도 가입했어요ㅎㅎㅎ
 
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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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이라는 부제처럼 조금씩 읽기에 좋을 것 같다. 어학에 취약한지라 라틴어 문법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라틴어 명언에 담긴 저자의 풀이와 생각을 중심으로 읽었다. ‘라틴어 수업‘과 같이 읽었는데, 두 책 다 저녁 시간 생각에 잠기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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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를 이번 휴가기간동안 드디어 완독하였다.

책 뒷편에 실린 작가연보를 보니
1899년에 태어나 1966년에 이 책의 마지막 판본을 출판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대략 67세의 나이에 이 책을 퍼낸것이라 하겠다.

책의 대부분을 유년시절에 할애하였다. 전체 15챕터 중 12챕터까지가 미성년일 적의 이야기이니 그의 작가로서의 생활이나 곤충학자로서의 모습에 대한 (우리가 이미 아는)이야기는 매우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회상으로부터 문학과 인시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여러 챕터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하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가 가정교사를 떠올린 <5. 마드무아젤 오> 와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 <9.나의 러시아어 교육> 이었다.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던 가정교사에 대한 추억담이 재미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경애의 마음은 먹먹하다.

몇 몇 부분에서 아픈 기억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어린 시절의 찬란하고 유쾌한 기억들이다. 예민하고 감각적이던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이, 사이사이 책갈피처럼 끼워지던 나비가 그대로 그의 자서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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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30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자서전은 작가의 작품을 결국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

파이버 2021-07-30 20:2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작가를 좋아한다면 자서전도 또 하나의 소설처럼 재미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