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아이 -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85
최휘 지음, 김규아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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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동시집 [여름 아이]를 읽었다. 제목을 여름 아이이지만 이 책의 초판 발행일은 2022년 10월 25일, 가을이다. 그리고 지금은 북극 한파가 휘몰아치는 겨울이 되었다.




오늘 아침 열 시 나는 교실에 없죠

5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해 본 일!(17쪽)


이 동시집의 주인공은 5학년 아이이다. 시집을 넘기다 보면 5학년 아이의 시선을 따라 뜨겁고 그리운 여름날을 지나게 된다. 뒷표지에 실려있는 시에서 5학년 아이가 처음으로 해본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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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을 꼭 잡고

키를 재고 몸무게를 재고

주사를 맞을 거야

어떻게 아프냐고 무으면

이마를 찡그리며 조그맣게 기침을 할 거야


연둣빛 흔들리는 가로수 사이로

펄펄 끓던 이마도 가라앉고

침 못 삼키게 따갑던 목도 가라앉았지만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는 지금 나는 너무 따스해요(1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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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제목은 "결석". 아픈 몸이지만 병원을 나와 엄마와 걸어가는 시간이 너무 따스한 나머지 아이는 아픈 몸도 잊고 나물 파는 할머니에게 힘찬 소리로 인사도 한다. 금방 아프고 금방 낫는 모습이 정말 아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를 쓰며 찾아보니 '결석'은 알라딘 미리보기로 전문 감상이 가능하다.)


5학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 친구, 자연 이야기가 꾸밈 없고 솔직하다. 책의 앞머리에 실려있는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시의 언어를 꽃 화살에 비유했다. 아름다운 꽃과 아픈 화살이 합쳐진 꽃 화살을 쏘는 아이는 여름 아이가 되어 끝없이 말을 건다. 동시집에 관심이 있다면 미리보기를 통해 "시인의 말"을 먼저 읽고 독서를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시를 쓰는 사람의 글이기 때문일까. 시인의 말도 한 편의 산문시 같은 매력이 있다.


이 시집의 장점을 또 하나 꼽자면 몽글몽글한 삽화이다. 삽화가 없는 페이지가 꽤 많아서 조금 아쉽지만 그만큼 다음 장에서 만나는 그림이 반갑다.




이 그림(31쪽)을 보고 예전 어릴 때 살던 아파트에 심겨있던 나무가 자귀나무인 줄 알게 되었다. (지금 보니 뒷표지 그림과 똑같은 페이지! 0_0!)

흐릿흐릿한 그림의 테두리가 마음에 들어 그림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동시집을 읽었는데, 시어 속에 담긴 마음과 이를 헤아려 그린 그림에 담긴 마음 두 가지를 모두 감상할 수 있어 따뜻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동시집을 읽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침 못 삼키게 따갑던 목도 가라앉았지만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는 지금 나는 너무 따스해요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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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25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동시 너무 좋다.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는 저 마음 너무 따뜻하네요. ^^

2023-01-2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3-01-25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0살 때까지 동시를 지었었는데 ㅎㅎ 이제는 동시, 동요가 사라진 시대인것 같습니다 ^^

파이버 2023-01-28 17:40   좋아요 0 | URL
말씀대로 찾아듣지 않으면 동요를 들을 일이 없네요.. 지금당장 생각나는 건 아기상어 뚜뚜루루~

희선 2023-01-28 0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시 좋네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 마음이 담겼군요 그때 뭐 했던가 하는 생각이... 별로 안 좋았네요 여기 나온 아이는 아플 때 엄마랑 손 잡고 같이 병원에 가서 좋았겠습니다


희선

파이버 2023-01-28 17:41   좋아요 1 | URL
저도 5학년 때는 어땠는지 돌이켜보았는데 동시집의 화자보다는 덜 순수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플 때 부모님이랑 같이 있는건 따뜻한 일이지요. 저는 그 전부터 혼자 병원에 다녔지만요ㅎㅎ

서니데이 2023-01-28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프지만 엄마 손을 잡고 가는 느낌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참 좋네요.
동시를 읽을 일이 적어지지만, 앞으로 기회 있다면 읽어야겠어요.
파이버님,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파이버 2023-01-28 17:42   좋아요 2 | URL
어릴 때의 마음을 돌이켜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조심하시고 추운 날씨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3-02-03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이버님, 편안한 한 주 보내셨나요.
2월이 되어서인지, 지난주보다는 조금 덜 추운 것 같아요.
벌써 금요일이네요.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파이버 2023-02-04 21:4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요즘 제가 알라딘에 자주 들르지 못해 계속 답글이 늦어지네요 ^^;; 늘 잊지 않고 누추한 곳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2월이 시작되었네요. 이번 2월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