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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무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평점 :
북플에서 리뷰를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
겨울에 오사카 여행을 계획 중이어서 같이 가는 친구와 열심히 여행 유튜브를 찾아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만(卍)에서 나오는 지명들이 익숙했다. 주인공과 미쓰코가 놀러가는 곳들이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들이라는 점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만(卍)'과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의 분량이 거의 비슷해서 나누어 읽기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만(卍)의 주인공들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든다. 특히 결말부의 주인공 처지가 안타까워서 더 마음이 쓰인다. ㅜㅜ
'만(卍)'은 소설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만(卍)의 글자의 모양이 중요한 듯 했다. 이야기는 '나(소노코)'가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소노코가 남편을 잃었다는 것과 소노코가 미쓰코를 지나칠 정도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나(소노코)와 미쓰코의 관계만 보고 조금 진한 여학생들의 우정일 줄 알았다... 소노코는 미술시간에 보살의 얼굴을 미쓰코와 닮게 그린다. 미쓰코의 얼굴이 얼마나 뇌리에 남았으면 그 사람을 보지 않고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 만으로 닮게 그릴 수 있을까? 미쓰코를 숭배하는 나(소노코)의 모습에서 여자들이 예쁜 것(?)을 더 좋아함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여기까지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예상치도 못한 사랑의 작대기들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어 뒷통수가 얼얼하기도 하고 무척 재미있었다.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기대를 많이 하기도 했고 마음의 준비(?)도 많이 하고 읽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일본의 부정관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기억 속에서 애써 지웠던 그림들이 소설을 읽으며 떠올라 괴로웠다. 아름다움이 존재하기에 더러움도 존재하는 것인데, 굳이 아름다운 것을 억지로 더러움이라는 필터를 통해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만(卍)'에서 미쓰코의 심리를 알 수 없었듯이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또한 '그분'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다. 두 소설 모두 미인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을 그리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느꼈다. 미인의 마음은 알 수 없기에 더 매력적인 것일까? 또는 작가 스스로가 소설 주인공들처럼 미인의 곁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었기에 섣불리 미인의 내면을 그리지 않은(못한) 것일까?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의 '그분'은 좋은 향기 나는 예쁜 일본 인형처럼 느껴져서 더 상상 속의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정경 묘사가 더 몽환적으로 다가왔다.
+도서관에서 빌린 세 권의 책 중 한 권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
그 뒤로 시게모토는 어머니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에게 ‘어머니‘라는 기억은 다섯 살 때 흘낏 보았던, 눈물 머금은 얼굴과 향기로운 냄새뿐이었다. 게다가 그 기억과 감각은 40년 동안이나 그의 머릿속에서 귀중하게 커가면서, 차츰 이상적으로 더더욱 아름다워지고 정화되어 실물과는 훨씬 다르게 변해갔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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