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기를 무척 좋아하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낡은 자가용에게 '베치'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할머니가 앉아 쉬는 헌 의자에게는 '프레드'라는 이름을,
밤마다 누워 자는 침대에게는 '로잰느'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오래오래 살아온 집에게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지요.
매일 아침 할머니는 로잰느에서 일어나, 프레드에 앉아 코코아를 마시고는, 베치를 몰고 우체국으로 달려갔어요.
할머니는 늘 누군가로부터 편지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세금 고지서 밖에 날아오지 않았어요.
할머니보다 더 오래 사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편지를 받을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는 이름 짓기를 시작한 거랍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기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들에게만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할머니의 자가용 베치는 그 어느 차보다도 힘차게 굴러갔어요.
할머니의 의자 프레드는 한 번도 가운데가 푹 꺼지거나 한 적이 없고, 로잰느는 비록 낡은 침대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 적이 없었지요.
백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할머니의 집 프랭클린은 지난 이십 년 동안 하루같이 변함이 없었고요.
할머니는 그들보다 더 오래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무척 행복했어요.
어느 날, 할머니는 베치에 묻은 진흙을 닦아 내느라 밖에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순해 보이는 갈색 강아지 한 마리가 출입문가로 슬금슬금 다가왔어요.
갈색강아지는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었어요. 강아지는 배가 고파 보였어요.
할머니는 베치 옆에 서서 한참 동안 강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끙!' 소리를 내며 숨을 내쉬었지요
.
할머니는 프랭클린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햄 한덩이를 꺼내 들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배고픈 강아지에게 햄을 건네 준 다음,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강아지는 가 버렸어요.
하지만 강아지는 다음 날 다시 찾아왔어요.
할머니는 치즈 한 조각과 과자 두 개를 강아지에게 주면서,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강아지는 가 버렸어요.
그 날 밤, 할머니는 강아지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그래도 강아지를 머물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강아지를 머물게 하려면 이름을 지어 주어야만 하니까요. 강아지는 프랭클린이나 프레드, 베치나 로잰느처럼 오래오래 살지 못할 게 분명했어요. 할머니는 친구들보다 더 오래 살아서 혼자 남겨진다는 게 두렵고 싫었거든요.
할머니는 앞으로도 계속 강아지를 돌려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강아지는 날마다 할머니네 문가로 찾아와서 먹이를 먹고는 할머니가 집에 가라고 하면 어디론지 갔다가 다음날이면 또 어김없이 찾아오곤 했어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어요. 강아지는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 어엿한 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름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갈색 개는 할머니네 집에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에도 개는 찾아오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베치를 몰고 개를 찾아 온 동네를 한 바퀴 돌았지만, 그 개는 눈에 띄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점점 더 슬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개가 찾아오지 않자, 할머니는 수화기를 집어 들고는 떠돌이 개를 잡아들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요 며칠 동안에 순둥이 갈색 개를 잡은 적이 있나요?"
'갈색 개 천지인걸요. 개 목걸이에 혹시 이름표라도 달아 두셨나요?"
"아니오."
할머니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놓았습니다.
할머니는 한 가지 결심을 하고 베치를 몰아 떠돌이 개들을 보호하는 사육장으로 달려갔어요.
"우리 개를 찾으러 왔어요.'
사육사가 털 색깔과 나이와 이름까지 물었어요.
할머니는 잠시 머뭇거렸어요.
할머니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친구들을 떠올렸어요. 그러자 다정하게 웃는 친구들의 얼굴과 사랑스런 친구들의 이름도 모두모두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던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할머니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우리 개 이름은 '러키'랍니다! '행운'이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죠."
사육사는 개들이 가득 차 있는 마당으로 할머니를 데리고 갔어요.
마침내 찻길에 세워져 있는 베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 개를 찾았습니다.
"오, 러키야!"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순둥이 갈색 개는 단숨에 달려왔어요.
그 날부터 러키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이름을 부르면 러키는 언제든지 단숨에 달려왔지요.
그리고 로잰느의 따뜻한 품은, 매일 밤 러키와 그 이름을 지어 준 할머니가 함께 눕고도 남을 만큼 넓고도 넉넉했답니다.
-신시아 라일런트 글. 캐스린 브라운 그림/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