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시골학교에서 전교생이 출연하는 성탄절 행사를 치르게 된다. 어느 학교에나 지적으로 약간의 발달지체나 장애를 가진 아이는 있게 마련이어서, 그 작은 학교에서도 그런 아이 윌리에게 어떤 역할 하나는 맡겨야 했다. 조금은 모자라는 이 윌리를 두고 선생님은 궁리를 하다가, 가장 간단해서 아주 쉬운 딱 한 마디 대사만 외워서 하면 되는, 여관 주인 역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맡겨 연습시켰다. 무대 위에서 윌리는, 만삭의 성모 마리아를 데리고 여관을구하러 온 성요셉이, "빈방 있습니까?" 하면 "없어요 no room" 딱 한마디만 하면 되는 역할이다. 

  온 마을 학부모들이 다 모인 가운데 어린이 연극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지적발달 지체아 윌리는 남산만 한 만삭의 배를 안은 마리아를 데리고 찾아온 남편 요셉이 방이 있느냐고 묻자, "없어요"라고 대답해야 하는 장면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주민들은 모두 윌리를 잘 알기 때문에, 역시 모자라서 대답을 까먹은 걸로 생각하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없어요"라고 귀뜀해주어도, 윌리는 연습 때와는 달리, 만삭으로 배부른 마리아와 요셉을 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참다못한 선생님도 커튼 뒤에서 "윌리! '없어요'라고 해야지"하고 속삭였지만, 윌리는 한참을 그대로 말없이 선 채 생각하다가는, 깊고 따뜻한 목소리로 만삭의 마리아와 남편 요셉에게 "내 방 써요"라고 말했다.  (P.83~84 )

 

 

 

                   멘토스(들) 

 

 

                     짐 값 안 받으니 내려놓고 편히 가세요

                     보따리를 이고 앉은 할머니에게 버스기사가 말했다 

                     공짜로 탔는디 보따리까정이라 안되제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까지 돌려 대라 하셨잖아

                     엉망으로 얻어터진 아이를 엄마가 나무랐다

                     그 형은 왼팔이 짧아 늘 왼뺨부터 때린단 말예요

 

                     정화수는 한 대접만 올리는 거다

                     장독대에 대접 두 개를 본 시어머니가 베트남 자부에게 일러줬다

                     내일밤은 비 온대서 내일 몫까지예요

                     아서라, 하룻밤에 두 번 목욕하시면 달님도 감기 드신다.  (P.114 )

 

 

 

 

                   계란을 생각하며

 

 

                       밤중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

 

                       남이 터뜨려 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나 스스로 터뜨리면 병아리가 되지

 

                       환골탈태換骨奪胎란 그런 거겠지.  (P.118 )

 

 

 

                                                   -유안진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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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8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9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2-18 20:59   좋아요 0 | URL
만삭의 마리아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방을 내어주려는 윌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울컥하게 하네요.

나무늘보님 덕분에 항상 좋은글로 좋은마음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게됩니다.
좋은밤 보내세요~~ 나무늘보님... ^^

appletreeje 2013-02-19 01:3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읽다가, 윌리에게 마음이 뭉클 했어요.
신이 보시기에는 모두가 발달지체아가 아닐까요?
저도 약간 모자라도 윌리같이 깊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보슬비님! 좋은 밤 되세요.*^^*

수이 2013-02-19 22:49   좋아요 0 | URL
한없이 모자른 사람으로 살아가고싶어요.
화내지 말고, 이득 볼 생각 따위 버리면서- 그렇게.

appletreeje 2013-02-20 18:13   좋아요 0 | URL
앤님은 충분히 그러실 분이예요.^^
너무나 지혜로운 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