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지정학 - 공포의 서양·굴욕의 이슬람·희망의 아시아
도미니크 모이시 지음, 유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일본어 번역본으로 읽었다. 그러나 내용은 우리말 번역본과 100% 똑같다는 걸 믿고 이 리뷰를 쓴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감정이란 뭣일까?
과거의 민족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이란 말이 떠오른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 해방의 기쁨과 동시에 나라가 분렬된 , 겨레끼리 싸워 그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과 그 유가족의 , 군사정권의 횡포에 신음한 양심의 ,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 가서 원, 명, 청과 같은 강대국에 종속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
사실, ""은 우리나라 역사의 어두운 측면에 한정할 때, 상징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은 우리나라 역사를 지배하는 감정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에는 번영의 기쁨이 있었고, 화려한 문화가 펼쳐지는 즐거움, 자연을 극복한 긍지, 독창적인 발명과 창조의 슬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양양한 희망으로 넘쳐 있었다.
이렇듯 한 나라만을 두고도 그를 상징하는 "감정"은 복잡하며 더구나 "감정"은 각자 개인의 몫이고 더우기 "감정"은 각개인의 주관적인 현상이다.


이 책 "감정의 지정학"에서 저자는 세계의 여러지역을, 그 지역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감정"으로 분류하였다.
희망의 아세아, 굴욕의 중동, 공포의 유럽과 미국.
원래 지정학은 지리적 조건이 국제적인 경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학문이다.
그걸 "감정"이라는 현상으로 재분류하였다는 점은 매우 참신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논리에는 의심할 여지가 많다고 아니 할 수가 없어서 아쉬움도 많았다.


아세아는 중국과 인도의 경이적인 경제 발전에 의하여 희망의 분위기가 넘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사실 두 나라의 경제 발전의 진도는, 지난날의 경제 대국 일본을 훨씬 능가하는 기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아세아 전체를 "경제 발전의 희망의 지역"이라고 함은 정말 옳은 말인가?
중국은 경제 발전과 비례하여 급진적인 내셔널리즘도 어느 때 없이 첨예하게 확장하고 있듯이 보인다.
그것 역시 그들의 희망의 발로란 말인가?
나라를 침략 당한 자들의 굴욕의 과장된 재생 현상이라고 느끼는 건 나 뿐일까?
또한 무엇보다도 중국도 인도도 가지지 않는 자들이 압도적으로 대다수라는 사실이 있다.
제도적으로 개인의 자유가 몹시 제한된 조건하에서는, 가지지 않는 자들의 감정은 이 나라들을 대표하지 않는단 말인가?
또 아세아의 다른 후진국들의 감정은 언급할 필요가 없단 말인가?


중동 이슬람을 지배하는 감정이 굴욕이라는 건 일면 알만한다.
역사적으로 이교도(서양)의 식민지나 "보호국"이 되어 또 이교도(서양)의 논리에 의하여 나라의 "독립"이 이루어지고, 현재 이교도(서양)의 자의(恣意)에 의해 한 나라의 정권이 무너지고 또 다른 정권이 생겨 나기도 한다.
게다가 가지는 자들은 이교도(서양)들과 "결탁"하여 계속 부유하고, 가지지 않는 자들은 착취 당하여 계속 가난해진다.
그 종교적 분노굴욕은 필연적인 귀결인 양 일부 사람들을 과격적인 폭력 행위로 승화시킨다.
그들에게 진짜 미래에 대한 융성의 희망은 없을까?
물론 그들의 융성과 발전의 정의(定義)가 다른 민족, 나라에서 말하는 민주주의, 인권, 물질적 발전의 현상과 어우러지지 않다 하더라도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바와 같이 그들의 희망은 오직 "굴욕의 귀착인 순교(殉敎)"뿐이란 말인가?
그 점, 납특하기가 어려웠다.


유럽과 미국의 공포의 감정은 어느 면 그들 자신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걸 저자도 에둘러 인정하고 있다.
옛날 세계를 "지배"한 그 기세는 시들어지고 현대 남방의 이민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현실, 그러면서도 이민족 문화의 침투에 몸부림치는 현실.
이 모순된 현실이 유럽을 공포의 감정으로 감싼다.


책 전반을 통하여 매우 독선적인 표현과 관념적인 표현이 눈에 띤다. "먼저 감정이 있다. 기타 여부는 뒷이야기다." 그런 저자의 의도를 가끔 느낀다.
또한 "나는 안다. 그래서 너도 알지?" 하는 방식의 표현, 읽은이를 유기(遺棄)한 채 전개되어 가는 논리는 한군데, 두군데 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참신함의 탓인지 전반을 통하여 내용은 몹시 흥미롭다.


이 저자의 감정에 관한 또 다른 저서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