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나라 성웅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일인칭 “나”로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정유년(1597년)에 이순신장군이 조정에 제포된 후 석방되어 백위종군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서술(구술)한다.
명량해전, 그리고 지난날의 여러 해전의 상기하면서 마지막 최후의 전투로…
여기서 새삼스롭게 이순신장군의 업적, 역사사실은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건 한국이라면 모두다 배운 사실이니까(재일교포인 나조차 안다).
나는 오직 이 소설의 특이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소설, 문장은 매우 쌀쌀맞다고 할 정도로 간결하다.
그야말로 일기 그 자체다.
“나는 이러했다”, “그는 그러했다”, “바다는 고요했다”, “바람은 차가웠다”, 그런 형식.
이순신장군이 쓴 “난중일기”도 이러하였던가?

그러나 그 간결한 문장은 읽으면 읽으수록 시적이다.
“…먼 수평선 쪽에서 비스듬히 다가오는 저녁의 빛은 느슨했다. 부서지는 빛의 가루들이 넓게 퍼지면서 물 속으로 스몄고, 수면을 스치는 잔 바람에 빛들은 수억만 개의 생멸로 반짝였다. 석양에 빛나는 먼 섬들이 어둠 속으로 불려가면 수평선 아래로 내려앉은 해가 물 위의 빛들을 거두어들였고, 빛들은 해지는 쪽으로 몰려가 소멸했다([칼의 노래] 209쪽)”

그 간결한 문장은 또 철학적이었다.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적에게 있을 것이었고,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나에게 있을 것이었다([칼의 노래] 32쪽)”

또한 이순신장군의 말은 훈시적이었다.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칼의 노래] 197쪽)”

그리고 소설 전체적으로는 마치 화가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의 유화를 보는 듯, 아름답기도 한다.
문장은 화판의 한 색깔이라고도 하듯이.
목 베다, 적을 베다, 칼로 베다, 그런 살벌한 말이 가득한데 말이다.

소설의 이순신장군 <나>는 늘 태연하신다.
그러나 눈으로선 보이지 않는 이순신장군의 불보다 뜨거운 투지와 적의, 차가운 분노와 억울함이 행간에서 스며 나와 읽은이의 마음을 물들이게 한다.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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