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Monkey House (Paperback)
Vonnegut, Kurt / Dial Pr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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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또다시 연설하듯 말했다. "난 우리가 키스한 건 유감스럽지 않아. 그건 달콤했어. 우린 아주 가까운 사이였을 때 키스했어야 했는데, 난 널 영원히 기억할 거야, 뉴트, 행운을 빌어."
"너도." 그가 말했다.
"그래, 고마워, 뉴트."
"30일이야." 그가 말했다.
"뭐가?"
"영창에서 30일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게 한 번의 키스에 내가 치뤄야 할 대가야."
"미.....미안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너한테 탈영하라고 한 건 아니잖아." (p92)


커트 보니컷 다운 책 한권이었다. 이 책 제목의 "몽키하우스"는 몽키 하우스가 아닌거다. 은유적인 표현으로 조금 외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커트 보니컷은 1922년에 태어났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은 그의 인생사를 반영한 단편 소설 집약체이다. 24편의 단편 소설 곳곳에는 그의 유쾌함과 블랙 유머로 대표되며 그의 우울함도 동시에 느껴졌다. 1950년대와 1960년대 ,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그리고 꼼꼼하게 반영하고 있는 이 책 한 권에는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들도 소개되고 있어서, 좀 더 관심 가지고 , 깊이 들여다 보게 된다.또한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웃어야 하는 그 지점에 웃지 못하는 이유,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소설의 맥락을 명확하게 이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이 소설은 1950년대 그 시대에 일어났던 전쟁과 관련한 일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 안에 다양한 모습들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치연할 군비 다툼, 더 나아가 우주를 향하는 그들은 숨막히는 결전, 그 시대상을 이 소설이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랑은 꽃피우고 있었다. 단편 <영원으로 간 산책>에서 스무살 뉴트는 탈영하면서까지 사랑을 지키려 하였던 군인의 모습들, 1년동안 보지 못했던 캐서린에게 키스하기 위한 그의 특별하면서 애틋한 사람은 감히 누가 형용하기 힘든 하나의 또다른 우리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 비롯된 우리의 문제이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또다른 부분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서기 2158년을 묘사하고 있는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의 주인공은 루와 에메랄드 슈워츠 부부이다. 여기서 소설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자의 탁월한 상상력도 돋보였으며, 한편으로는 그것이 때로는 허망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건 소설 속 상상력이 지금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SF의 또다른 한계였다. 현재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1953년 그 당시에 2158년을 묘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흥미꺼리나 요소들은 충분하다고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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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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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또다시 연설하듯 말했다. "난 우리가 키스한 건 유감스럽지 않아. 그건 달콤했어. 우린 아주 가까운 사이였을 때 키스했어야 했는데, 난 널 영원히 기억할 거야, 뉴트, 행운을 빌어."
"너도." 그가 말했다.
"그래, 고마워, 뉴트."
"30일이야." 그가 말했다.
"뭐가?"
"영창에서 30일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게 한 번의 키스에 내가 치뤄야 할 대가야."
"미.....미안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너한테 탈영하라고 한 건 아니잖아." (p92)


커트 보니컷 다운 책 한권이었다. 이 책 제목의 "몽키하우스"는 몽키 하우스가 아닌거다. 은유적인 표현으로 조금 외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커트 보니컷은 1922년에 태어났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은 그의 인생사를 반영한 단편 소설 집약체이다. 24편의 단편 소설 곳곳에는 그의 유쾌함과 블랙 유머로 대표되며 그의 우울함도 동시에 느껴졌다. 1950년대와 1960년대 ,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그리고 꼼꼼하게 반영하고 있는 이 책 한 권에는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들도 소개되고 있어서, 좀 더 관심 가지고 , 깊이 들여다 보게 된다.또한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웃어야 하는 그 지점에 웃지 못하는 이유,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소설의 맥락을 명확하게 이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이 소설은 1950년대 그 시대에 일어났던 전쟁과 관련한 일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 안에 다양한 모습들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치연할 군비 다툼, 더 나아가 우주를 향하는 그들은 숨막히는 결전, 그 시대상을 이 소설이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랑은 꽃피우고 있었다. 단편 <영원으로 간 산책>에서 스무살 뉴트는 탈영하면서까지 사랑을 지키려 하였던 군인의 모습들, 1년동안 보지 못했던 캐서린에게 키스하기 위한 그의 특별하면서 애틋한 사람은 감히 누가 형용하기 힘든 하나의 또다른 우리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 비롯된 우리의 문제이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또다른 부분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서기 2158년을 묘사하고 있는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의 주인공은 루와 에메랄드 슈워츠 부부이다. 여기서 소설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자의 탁월한 상상력도 돋보였으며, 한편으로는 그것이 때로는 허망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건 소설 속 상상력이 지금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SF의 또다른 한계였다. 현재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1953년 그 당시에 2158년을 묘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흥미꺼리나 요소들은 충분하다고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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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김재희 외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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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부드러운 손길로 라왓슨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때 라왓슨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저항을 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여인의 품에 포근하게 안겼다. 
"여자라고 하기에는 키가 크고 건장한데!"
여자의 품 안에서 라왓슨은 생각했다.
"우흡!"
다음 순간 라왓슨이 비명을 삼켰다. 어둠 속의 서프라이즈가 계속되고 있었다. 여자의 달콤한 입술이 느닷없이 라왓슨의 입술을 덮쳤다. 여자의 입술은 달콤했다. 사탕처럼 달콤했다. 
"이벤트를 위해 사탕을 빨았는지도 몰라."
라왓슨은 움찔거리며 그녀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라왓슨의 입술이 벌어지자 그녀가 사탕 한 알을 넘겨 주었다.
"안돼!"
저항하려 했지만 라왓슨은 순식간에 넘어온 사탕을 삼키고 말았다. 온몸에서 힘이 사라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p63)


소설은 강원도 정선 고한읍을 무대로 하고 있다. 과거 폐광촌으로 알려진 정선은 카지노가 생기기 전까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곳이다. 1995년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보듯이 까만 연탄재 우에서 뛰어 놀았던 정선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우리에게 고한읍보다는 사북이 더 익숙하였고, 정선은 그런 시골이다.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 말하는 정선군, 하지만 폐광은 정선군 경제를 잡아 삼켜 버렸고, 자구책으로 만든 것이 카지노였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정선군과 연계된 추리 마을이다. 오죽했으면, 지역 특산품이나 특산물이 아니고, 추리라는 무형의 자산을 들이밀었을까, 카지노로 인해서 경제적 부수효과는 얻었지만, 정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우리의 기억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 소설은 바로 정선군을 무대로 10편의 단편 소설이 소개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추리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정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익숙하였고, 때로는 흥미로웠다. 추가하자면 씁쓸하기도 했다. 정선에 대한 이미지. 소설 속 열가지 이야기는 살인,자살, 폭력,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가난하다는 것은 폭력을 불러 일으키고, 그것은 우발적인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돈을 노리고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 누군가에게 북수를 하기 위해서 덫을 놓아버리는 여인의 실제적인 모습, 가족의 해체. 더 나아가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모습들은 정선에 대한 다양한 군상들과 이어지고 있었다. 책 속에서 흥미로웠던 단편소설로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탐정 축제에서 생긴 일>, <고한 추리 학교>, <잊을 수 없는 죽음>이다. 그 중 두 편을 소개하자면 <고한 추리학교>는 정선군 고한읍 작은 시골학교에 부임한 고등학교 선생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교생 70명의 시골학교에 부인한 남궁준은 이곳이 귀신과 연관된 학교라는 걸 알게 된다. 추리학교가 가지는 특별한 이벤트가 연속적으로 멀어지고, 특별한 환영식이 남궁준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한 편의 단편 소설은 <잊을 수 없는 죽음>이다. 빚을 안고 있었던 고등학교 교사 김종한의 죽음, 그가 자살을 선택하기엔 무언가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여러개 있었다. 범인을 찾기 위해서 주변 인물들을 물색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는 증거가 사라지고 미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최태광 형사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해 주는 이가 있었으니 , 추리에 탈웍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이다. 하지만 그 학생은 가까운 저수지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고, 범인은 더더욱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지게 된다. 이 소설은 학생이 죽은 뒤 1년 후 그가 남겨놓은 편지는 김종한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키를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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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을 배운 날 - 조나단의 인생 수업
로랑 구넬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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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나단! 투쟁은 헛된 거야. 이천오백 년 전에 노자가 말한 것처럼. 그는 이런 말을 했지. '암흑을 저주하기보다는 차라리 작은 촛불이라도 켜는 편이 낫다.'" (P116)


"타인들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그건 어마어마한 착각이야."(P164)


이 세상은 각 개인의 행동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각자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다. 더 나은 세상. 살아있다는 것이 기분 좋게 여겨지는 그런 세상.(P193)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렇듯이, 효모도 순순히 지배당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네가 효모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주면, 효모도 순순히 너를 따르게 되어 있어. 만일 네 마음이 선하지 않거나, 네 기분이 나쁘거나 , 혹은 네가 네 자신이 만드는 빵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면, 효모는 절대로 발효되지 않을 거다. 네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해도 빵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거다. 아무리 몇 시간 동안 반죽하고, 그 방의 온도와 습기를 신경써서 조절한다고 해도, 훌륭한 빵은 만들어질 수 없어. 하지만 네 마음이 선하고, 네가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효모는 너처럼 만개할 것이고, 기적이 도와 훌륭한 빵이 만들어질 거다.'(P305)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다. 인간은 삶에 대해 칭송하고, 세심한 관심을 가지면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죽음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불편해 하고, 멀리하고, 나와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태어나서, 어릴 적 죽음에 생각하지 않는 것은 죽음이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반기의 삶과 후반기의 삶을 비교해 보자면, 우리는 죽음이 나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바로 그런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삶과 삶의 끝자락에 나타나는 죽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 죽음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 절대적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한편의 인생 스토리였다. 


조나단은 30대 중반 이혼남이다. 7살 클로에와 살아가면서 두명의 동업자와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한 사람은 안젤라였으며, 조나단의 전처이다. 또다른 동업자 미카엘은 조나단의 동료이자 동업자였다. 조나단 앞에 불현듯 나타난 젊은 집시 여인은 조나단 앞에서 머뭇 거렸고 도망칠려고 한다. 조나단은 집시 여인의 반응의 이유를 듣고 싶어서, 젊은 집시를 쫒아가게 되는데, 조나단에게 죽음이 코앞에 다달랐다고 말하고 사라진다. 조나단은 찝찝하였고, 불편했다. 자신이 금방 죽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고, 그럼으로서 매순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고, 사람들과 섞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죽음과 결부짓게 된다. 자신이 집시여인으로 인해서 죽을 수 있다니, 잊고 싶었고, 신경쓰지 않고 싶었지만 , 조나단의 머릿속에서 죽음이 연상되었고, 기억되어졌다. 소설은 그렇게 조나단이 죽음에 대해 의미를 무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점 더 죽음을 의식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독자들은 자신을 조나단에게 이입해 나의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걱정하게 된다. 우리에게 죽음은 언젠가 찾아오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것을 인식하였고,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느낀다면, 얼마든지 죽음을 마주할 수 있으며, 준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한 편의 인생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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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Run Away K-픽션 23
조남주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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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남매는 어려서부터 청국장을 좋아했다. 엄마는 총각김치를 송송 썰어 아삭하게 씹히도록 하고 간 돼지고기와 으깬 두부를 넣어 아주 걸쭉하게 청국장찌개를 끓인다. 마지막으로 큰 이모가 담가주는 집된장을 한 숟갈 푹 퍼 넣으면 짭짤하고 구수한 맛이 살아나는데 아버지는 그 맛있는 청국장찌개를 너무 싫어했다. 쿰쿰한 냄새가 섬유 한 올 한 올,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도무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야근하시는 날이 청국장찌개를 먹는 날이었는데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신 후 한 번도 엄마의 청국장을 먹지 못했다. (P16)


며칠 전 신문 기사 하나를 봤다. 소설가 조남주씨의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가 팔렸다느 기사였다. 문학계가 불황이라 하지만 , 소설가 조남주씨의 <82년생 김지영>은 그 불황과 무관하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젠더와 여성, 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문학 세계는 <현남 오빠에게>를 이어 k-소설 <가출>로 이어졌다. 이 소설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학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며, 삶과 죽음 그 언저리에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노출시켜왔다.


소설 속에서 아빠는 가출했다. 저축은행에서 160만원을 빼내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다. 7살 어린 아내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는 아빠의 모습은 가부장적 가족제도 안에 보여지는 전형적인 아빠들의 모습이며, 권위적인 아빠였다. 세 남매는 아빠가 남겨놓은 편지를 보고 난 뒤 비상이 걸렸다. 아빠를 찾기 위해서 경찰을 부르고, 아빠는 어디 있는지 찾아 나서게 된다. 당황스러운 그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되고, 경찰들마저 아빠가 단순 가출인 것을 눈치채고는 물러나게 된다. 휴대폰으로 실시간으로 뜨는 문자들, 그것은 아빠가 들고간 카드 사용 내역서이다. 물건을 결제하고, 신용카드를 쓰면 뜨는 문자는 성가시면서도 반가운 문자였다. 막내 딸로서 아바의 문자가 도착하는 순간 아바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곳으로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아빠는 그 장소에 없었고, 그들은 cctv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건 것이 매순간 반복되어지는데, 가족의 일상이 물행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아빠의 부재가 그동안 억눌러 있었던 네 가족에게 새로운 자유를 잉태하였고, 점점 더 아빠의 부재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적응해 나가기 시작하였다.소설 속에서 청국장은 아빠의 흔적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상으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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