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Run Away K-픽션 23
조남주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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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남매는 어려서부터 청국장을 좋아했다. 엄마는 총각김치를 송송 썰어 아삭하게 씹히도록 하고 간 돼지고기와 으깬 두부를 넣어 아주 걸쭉하게 청국장찌개를 끓인다. 마지막으로 큰 이모가 담가주는 집된장을 한 숟갈 푹 퍼 넣으면 짭짤하고 구수한 맛이 살아나는데 아버지는 그 맛있는 청국장찌개를 너무 싫어했다. 쿰쿰한 냄새가 섬유 한 올 한 올,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도무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야근하시는 날이 청국장찌개를 먹는 날이었는데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신 후 한 번도 엄마의 청국장을 먹지 못했다. (P16)


며칠 전 신문 기사 하나를 봤다. 소설가 조남주씨의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가 팔렸다느 기사였다. 문학계가 불황이라 하지만 , 소설가 조남주씨의 <82년생 김지영>은 그 불황과 무관하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젠더와 여성, 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문학 세계는 <현남 오빠에게>를 이어 k-소설 <가출>로 이어졌다. 이 소설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학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며, 삶과 죽음 그 언저리에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노출시켜왔다.


소설 속에서 아빠는 가출했다. 저축은행에서 160만원을 빼내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다. 7살 어린 아내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는 아빠의 모습은 가부장적 가족제도 안에 보여지는 전형적인 아빠들의 모습이며, 권위적인 아빠였다. 세 남매는 아빠가 남겨놓은 편지를 보고 난 뒤 비상이 걸렸다. 아빠를 찾기 위해서 경찰을 부르고, 아빠는 어디 있는지 찾아 나서게 된다. 당황스러운 그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되고, 경찰들마저 아빠가 단순 가출인 것을 눈치채고는 물러나게 된다. 휴대폰으로 실시간으로 뜨는 문자들, 그것은 아빠가 들고간 카드 사용 내역서이다. 물건을 결제하고, 신용카드를 쓰면 뜨는 문자는 성가시면서도 반가운 문자였다. 막내 딸로서 아바의 문자가 도착하는 순간 아바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곳으로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아빠는 그 장소에 없었고, 그들은 cctv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건 것이 매순간 반복되어지는데, 가족의 일상이 물행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아빠의 부재가 그동안 억눌러 있었던 네 가족에게 새로운 자유를 잉태하였고, 점점 더 아빠의 부재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적응해 나가기 시작하였다.소설 속에서 청국장은 아빠의 흔적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상으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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