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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을 배운 날 - 조나단의 인생 수업
로랑 구넬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조나단! 투쟁은 헛된 거야. 이천오백 년 전에 노자가 말한 것처럼. 그는 이런 말을 했지. '암흑을 저주하기보다는 차라리 작은 촛불이라도 켜는 편이 낫다.'" (P116)
"타인들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그건 어마어마한 착각이야."(P164)
이 세상은 각 개인의 행동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각자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다. 더 나은 세상. 살아있다는 것이 기분 좋게 여겨지는 그런 세상.(P193)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렇듯이, 효모도 순순히 지배당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네가 효모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주면, 효모도 순순히 너를 따르게 되어 있어. 만일 네 마음이 선하지 않거나, 네 기분이 나쁘거나 , 혹은 네가 네 자신이 만드는 빵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면, 효모는 절대로 발효되지 않을 거다. 네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해도 빵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거다. 아무리 몇 시간 동안 반죽하고, 그 방의 온도와 습기를 신경써서 조절한다고 해도, 훌륭한 빵은 만들어질 수 없어. 하지만 네 마음이 선하고, 네가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효모는 너처럼 만개할 것이고, 기적이 도와 훌륭한 빵이 만들어질 거다.'(P305)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다. 인간은 삶에 대해 칭송하고, 세심한 관심을 가지면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죽음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불편해 하고, 멀리하고, 나와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태어나서, 어릴 적 죽음에 생각하지 않는 것은 죽음이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반기의 삶과 후반기의 삶을 비교해 보자면, 우리는 죽음이 나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바로 그런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삶과 삶의 끝자락에 나타나는 죽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 죽음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 절대적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한편의 인생 스토리였다.
조나단은 30대 중반 이혼남이다. 7살 클로에와 살아가면서 두명의 동업자와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한 사람은 안젤라였으며, 조나단의 전처이다. 또다른 동업자 미카엘은 조나단의 동료이자 동업자였다. 조나단 앞에 불현듯 나타난 젊은 집시 여인은 조나단 앞에서 머뭇 거렸고 도망칠려고 한다. 조나단은 집시 여인의 반응의 이유를 듣고 싶어서, 젊은 집시를 쫒아가게 되는데, 조나단에게 죽음이 코앞에 다달랐다고 말하고 사라진다. 조나단은 찝찝하였고, 불편했다. 자신이 금방 죽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고, 그럼으로서 매순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고, 사람들과 섞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죽음과 결부짓게 된다. 자신이 집시여인으로 인해서 죽을 수 있다니, 잊고 싶었고, 신경쓰지 않고 싶었지만 , 조나단의 머릿속에서 죽음이 연상되었고, 기억되어졌다. 소설은 그렇게 조나단이 죽음에 대해 의미를 무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점 더 죽음을 의식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독자들은 자신을 조나단에게 이입해 나의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걱정하게 된다. 우리에게 죽음은 언젠가 찾아오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것을 인식하였고,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느낀다면, 얼마든지 죽음을 마주할 수 있으며, 준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한 편의 인생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