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용 - 비밀의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생존기 파랑새 인문동화 4
백은하 지음, 김유강 그림 / 파랑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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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마와 소아는 주뼛거리며 재활용 선별장의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두 손으로 코를 감싸고 쓰레기가 가득한 바닥부터 살폈다. 바닥엔 찌그러진 깡통, 플라스틱 페트병, 스티로폼, 비닐봉지 등 온갖 것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송아가 크마의 팔을 붙잡고 졸라 댔다.

"야, 나가자. 무서워." (-16-)

"생존수영이란 물에서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도록 도움을 주는 수업입니다. 응급 상황에 재빨리 대응하며, 자신의 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끝까지 목숨을 보존하며 살아남는 게 중요합니다. (-27-)

크마는 크게 심호홉을 한 뒤 바닷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수영장과 바다에서 수업시 잠수를 해 본 크마는 숨 참기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천천히 헤엄치며 내려가 보니,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바다는 깊지 않은 편이었다. 커다란 바위들이 가라앉은 것처럼 물빛이 아주 어두웠다. 커다란 바위들이 가라앉은 것처럼 물빛이 아주 어두웠다. 플라스틱, 깡통, 스티로폼, 밧줄 등 잡다한 쓰레기들이 많았다.부서진 선박, 자동차 뿐만 아니라 폐 타이어들도 자주 보였다. 마치 백화점이나 마트와 집에 있는 물건들이 폭우에 휩쓸리고 쓰나미에 떠밀린 것만 같았다. (-78-)

마스크산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 이후 쓰레기는 더욱 산처럼 쌓였다. 쓰레기산의 악취는 쓰레기바다보다 더 지독했다. 비릿한 냄새가 나면서 온갖 썩은 악취가 진동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119-)

동화작가 백은하의 『쓰레기용』 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 쓰레기가 어떻게 버려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수영을 잘 하는 홍크마가 있으며, 송아, 준우, 재희, 효빈은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는데,그곳은 쓰레기산으로 되어 있는 무인섬 시크릿 아일랜드다.

다섯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시작한 것이 생존 수영과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이다.시크릿 아일랜드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떠난 여행,그곳에서 쓰레기들이 바다 위에 둥둥 더 있는 모습에 충격 먹게 된다. 바다 수영을 잘하는 크마는 직접 바다 밑으로 잠수하여,바닷 속 쓰레기들을 직접 보고,회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환경 지키미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불편해서, 거리를 두었거나 ,매일 일어나고 있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를 누군가 처리해 주기 때문에,그 쓰레기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잘 모르다. 어디에 버려지고, 어떤 악취를 내는지, 비가 보고 ,산불이 날 때, 쓰레기는 그 위용을 자랑한다. 홍수가 수재로 인해 쓰레기들이 도심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을 직접 보았다면,쓰레기를 함부러 버리지 않게 될 것 이다.

아이들이 시크릿 아일랜드를 간 이유, 쓰레기 산, 마스크산을 본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지킴이란 환경을 지키는 환경보호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내가 마시는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며,그것을 내가 마시고, 느낀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결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크마가 바닷속으로 잠수해서, 쓰레기를 직접 보고, 주워서 온 실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내가 버린 마스크가 마스크산을 이루고 있다면, 그것이 어던 문제를 일으키는지 몸으로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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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최유안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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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미국으로 출장 왔던 설기윤 총장은 한국계 최연소로 로스쿨 교수가 된 은경을 만나 보고 싶어 했다. 은경이 국제통상 전공으로 테뉴어 심사를 앞두고 있을 대였다. 로스쿨 동문이 모인 그 자리에서 설 총장이 와서 자신을 마나 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은경은 별 뜻 없이 동문회가 진행 중이라는 로스쿨 옆 건물 행사장을 찾았다. 설 총장은 학교의 동문 자격으로, 은경은 학교의 교수 자격으로, 그렇게 둘은 만났다. (-24-)

세상에 '원래 이상한 일'이라는 건 없다.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거나 감지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이상한 일이 되어 있을 뿐이다. 이상한 일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건 이상한 일 바깥에 있는 다른 건 정상이라는 뜻인데, 그 말도 이상한 게, 애초에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이상한 일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 계속 태어나고 자기몫을 챙기며 살다가 결국 아무것도 쥐지 못하고 다시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가장 이상한 일 아닌가. (-63-)

파란색 텀블러가 흔들거리며 거치대 안쪽에 겉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보이차는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재성은 아침마다 차를 만들어 거치대에 끼워 두곤 했다. 재성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민선은 그것을 제대로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그걸 마신다고 마음이 안정될 거였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안정되었을테지. (-86-)

김은해에게서 메시지가 왔던 것은 다음 날 오후였다. 어차피 김은해에게도 이용당할 거고, 성해윤에게 이용당할 거라면, 민선도 제 영역을 지키면서 영악하게 , 아니 영민하게 적당한 선에서 그들을 이용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른 다음 날이기도 했다.

김은해는 민선에게 어제 오후 함께 커피 마시자던 약속을 잊어버려 미안하다고 했다. (-128-)

"사람들은 진실과 관련 없이 제 눈이 확인했다고 믿는 것들을,자기가 보고 듣고 해석한 방식으로 전해요. 그러니 그 말들이 진실에 가까울 리는 없지 않겠어요. 발라동의 행동이 뻔뻔함으로 보인 이유이기고 하겠죠. 수잔 발라동의 그림이 이전의 세계가 모사해 온 아담과 이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고요.거짓말하지 말아라. 아담과 이브는 그저, 즐거웠다. 거기에 어떤 죄책감 같은 게 있었을 리 없다. 인간에게 죄책감을 부여한 건, 그 상황에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믿었던 화가들일 뿐이다."

그렇게 말하던 초희의 입술을, 전구 빛이 밝힌 민혁의 얼굴이 들여다보면서 밝게 웃고 있었다. (-204-)

최유안 작가의 단편 연작 소설 『먼 빛들』은 여은경, 최민선, 표초희로 이어지는, 세편으로 구성된 단편소설이 한 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세 단편은 세 명의 이름 여은경, 최민선, 표초희로 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사회에 있음직한 이들을 내세우고 있었다. 부조리하고, 무능하지만 영악한 이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도덕적 윤리 가치에서 벗어난 이들이 먼저 출세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지 눈길이 들었다.

첫 뻔째 단편 「여은경」 이다. 여은경은 미국의 재원이다. 그녀는 한국계 최연소로 로스쿨 교수이며, 우연히 설총장의 눈에 띄어서 국내에 돌아왔다. 여은경이 가지고 있는 최연소 타이틀 때문이다. 설총장은 여은경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노력을 자신이 총장으로서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은경은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 돌아오면서, 가족과 부딪치게 된다. 맞는 것은 맞다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서구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여은경과 달리 한국적인 정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면, 틀린 것도 맞다고 해야 여은경도 편할거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은경 앞에서, 대학원생 황예은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에 대해서, 여은경은 이해하지 못하느 것 뿐만 아니라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두번 째 단편 『최민선』은 성해윤이 '디지털 미디어 아카이브 TF팀'을 만들기 위해 센터장으로 부른 이가 최민선이었다. 하루 아침에 센터장이 되었던 최민선은 열심히 일하는 최민선, 김은해가 함께 일하게 되는데,「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 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곰은 일처리가 깔끔하고, 똑똑한 최민선이며, 왕서방은 성해윤 원장이었다. 이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TF 팀의 목적은 최민선이 모든 일을 총괄하지만 ,결국 성해윤이 자 되길 바라는 목적이 더 강하다. 대체적으로 자신이 일한 것에 대한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되어야 하지만, 대한민국 정서는 내가 한 일에 대한 성과가 윗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 있어서, 왜곡된 사회적 문화가 고착되어 있다.

세 편의 소설을 보면, 우리 사회가 항상 강조하는 사회생활을 아주 잘한다는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황예은과 김은해 같은 이들이 사회생활 잘하는 이들이며, 상당히 영악하고, 눈피가 빠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 사회에 보이지 않은 여러가지 부정 부패나, 불륜, 갈등, 부조리,공금횡령과 같은 일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소설이 불편하게 느껴지면서도, 매우 적나라하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어서, 부끄러움 마저 느껴진다.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일할 때, 사고방식, 문화에서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대목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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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는 정오에 바다로 떠난다 - 방황과 탐험이 주는 자유 회복의 유쾌한 기적
이우송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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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이 보기에는 다소 황당하고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일지라도 '방황하고 탐험하는 자들' 은 본인이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을 위해서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유형의 소유물이나, 무형의 소중한 가치를 기꺼이 포기하면서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든다. 순간의 '절대 기쁨' 을 위해서라면 본인의 생명마저도 포기하겠다는 소설 속 파우스트와 방탐자들은분명히 닮은 점이 많다. (-6-)

방탐자들은 이렇게 세상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그들은 호기심이 많고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하고,의심하고, 다소 엉뚱한 행동을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자유롭게 도전하고 모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들은 역설적으로 기존 질서의 변화를 꿈꾸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항상 방황하고 탐험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전하고 저항을 하기도 하고,한편으로는 고뇌하며 학습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심하고 양심적이어서 남들의 눈치를 보다가 ㅈ2ㅏ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28-)

아무런 사정을 모르는 방금 탄 사람 중 동작이 가장 빠른 3명이 노숙자가 떠난 그 좌석을 잽싸게 차지하였다. 그들은 여러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순발력을 발휘하여 좌석을 차지한 것에 대하여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중 젊은 여성 한 명은 손으로 좌석의 먼지 같은 것을 털더니 그 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기도 하고, 다시 얼굴을 만지기고 하였다.

그와 비슷한 사건을 여러 번 목격한 이후부터 대중교통이든 공공건무이든 사람들이 손으로 만진 것, 엉덩이를 깔고 앉는 것, 머리르 기대고 있었던 것등에 잔존하는 세균이나 오염물질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통해 최종적으로 나에게까지 전달되는지의 경로를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다.이른바, 위생관념에 관한 '방홯하고 탐험하는 자'가 되었다. (-48-)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으며 편리함을 누릴수록 더 많은 감시와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이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정보를 독점하는 자들에게 모든 자유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방황과 탐험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애써 자유를 회복했건만,외부적 요인에 의해 자유가 줄줄 새버리는 최악의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97-)

자신들만이 옳고,자신들만이 선하고, 자신들만이 깨끗하다는 오만과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어떤 절대적인 것에 대해서도 항상 의문을 제기하고,분석하고 검증하려 드는 우리 같은 "방황하고 탐험하는 자들'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빛을 발한다.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그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간다면 서로의 자유를 보장하며 확증변향에 빠지지도 않고, 증오와 폭력도 없는 아름다운 민주주의가 충분히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8-)

'방황하고 탐험하는 자' 중에는 자연선택을 받아 후손들을 대량 복제하여 진화의 단계를 완성하는 것이 방탐자로서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그들은 후손을 대량 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대에서 개체가 소멸된다 하더라도, 그 길을 장렬하게 가겠다고 선언할지도 모른다. (-236-)

책 『그 배는 정오에 바다로 떠난다』 은 방황하고,탐험하는 자들, 방탐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으며, 작가 이우송 스스로 방탐자라고 지칭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에 나오는 방탐자에 대한 해석이 나에게도 부합되고 있어서, 공감 뿐만 아니라 , 위안이 되기도 한다. 자신들만이 옳고,자신들만이 선하고, 자신들만이 깨끗하다는 오만과 착각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옳고 그름에 대해 지적하느 이들이 방탐자들이다. 그래서, 방탐자는 괜한 미움을 사기도 한다.

방탐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영원히 무모하게 도전하고, 탐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자유로운 삶, 나의 소신과 고집을 꺽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런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주류로 들어가기 힘들 수 있다. 영원히 소수로 남아 있으며,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을 수 있어서다. 특히 다수의 의견과 생가과 다른 행동과 가치관으로 살아가기 때문에,방탐자의 순간 스쳐 지나가는 판단과 직감은 남들의 판단을 넘어설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떤 일이 생기느냐 하면, 통찰력이 있다고 말하거나,혼자 독단적드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결국엔 방탐자의 운명은 스스로 진화를 거부한 소수자이며, 자신의 대가 끊어진다 하더라도,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 최선이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스스로 찾아가는 최선이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모하고, 어이가 없는 일들을 혼자서 하는 이들이 있다. 편안한 길, 더 좋은 길, 더 빠른 길이 잇음에도,그들은 여전히 비효율적이거나,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한 번 꽂히면 거기에서 물러섬이 없기 때문이다.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이 보편적인 세상에서,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들을 방탐자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그들의 끈기와 인내 ,노력은 세상에 얼려지게 되고, 자신만의 고유한 빛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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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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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아버지 최서봉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자식과의 약속도 어쩌면 그런 이유로 그가 소학골을 포함 교우촌 다섯 마을과 오랜 거래가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그는 그 믿음에 관한 부분은 묵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또한 원이에게 더는 육십 리를 왕복하지 않고 이곳에 오면 자신이 묵는 도천의 숙식처에 아들을 위탁했다. (-29-)

총각은 드디어 우렁각시를 품었다. 1867년 청송에 초향이가 오고 다시 14년이 지나 겨울 사건 이듬해 1881년 봄, 둘은 조용히 혼례를 치렀다. 초향 나이 스물일곱, 박춘삼은 마흔일곱 살, 당연히 초향은 산속 생활을 정리했다.돌이켜 두 사람은 자작나무 같은 조용하고 담백한 사랑을 나누었다. (-88-)

사회와 현실이라는 문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던 요한은 기꺼이 야학을 같이했던 한때의 친구들과 만세 대열에 동참한 경우였다. 그는 결코 주동자도 아니었고 그를 따르는 신학생들도 없었다. 개신교와 달리 당시 경서의 서양인 주교단, 즉 가톨릭 조선교구는 일체의 정치참여나 현실 사회운동을 금지시켰으니까. 따라서 천주교 신학생으로 그는 겨우 단독행동이었다. (-168-)

"짙푸른 바다 위로 즐겁게 우리는 갑니다." 하던 오브라인의 재롱은 현실이 되었다. 1945년 4월 바야흐로 귀국이다. 삐에로의 노래는 자신의 태평양도 포함했다.노랫말 그대로 드디어 가족은 짙푸른 바다 위를 건너 각자의 조국을 향했다. 송이는 회한에 그득찼다. 1920년 상하이로 떠난 지 어언 25년 만이다. 요한과 함께 떠난 그때 그녀 나이 스물여덟 살.지금은 쉰세살! 당시 두 몸이 떠났는데 가족은 겨우 셋. 그런데 고작 늘어난 숫자가 나나?

결산이라는 그녀는 남편을 잃었고 귀국길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데리고 돌아왔다. (-244-)

어떻게 병원으로 이송되었는지 경화이 없었다. 수리매 발톱이 나를 움켜 들고 나서려는 순간 그가 갑자기 쓰러졌다. 품으로 쓰러진 임현을 받아 겨우 버티고 안았을 때 나는 그의 등에서 붉은 피를 더듬을 수 있었다. 붉은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군인의 조준사격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시급했다.기적같이 그들이 보였다. 놀랍게도 엄마와 종업원들이었다. (-316-)

소설 『산으로 간 고등어』 은 간잽이 최서봉 아들 춘삼과 옹기쟁이 땅 초향이야기로 시작한다. 1866년,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조선시대, 그 당시에 배움이 고팠던 이들은 5시간을 걸어서 글을 매우고,자신이 세상을 보는 생각을 깨치고자 한다. 양반과 선비가 판을 치는 망국 조선이 아닌, 개벽이 시작되는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간잽이 아들도, 옹기쟁이 딸도 신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었다.엄연히 신분 차별과 구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천주교라는 새로운 서학 문물이 종교와 지식이 들어왔지만 배척당한다. 초향이라는 여성은 송이라는 소녀로 이어졌고,이들의 삶은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할어니,증조할머니의 또다른 존재이기도 하다. 멀어 보이는 까마득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 그들의 아픈 삶이 ,이도의 역사가 우리의 아픔이자 역사적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속절없이 죽어가는 가족들과 친지들을 보면서, 스스로 일어서야했던 여성들은 기생이 되어야 했으며,만주로 상하이로, 미국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박송이는 요한과 함께 상하이에서, 다시 이동했으며,일제시대와 대한민국의 광복을 눈앞에서 직접 목도했다.이십대였던 송이는 어느덧 오십대가 된 미망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꺽이지않는 그 모습,인동초처럼 질긴 모습들은 박송이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으며,송이도 ,1945년 광복 이후의 삶, 소녀에서 ,할머니가 되어야 했다. 이 소설에서, 우리 삶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며, 자유와 민족, 국가가 거져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걸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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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라이프 - 한 정신과 의사가 40년을 탐구한 사후세계,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브루스 그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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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자살을 시도했다 깨어나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성이 내게 한 말은 뇌와 정신 그리고 인간에 대해 그때까지 갖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14-)

다시에는 영어권에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NDE) 이라는 용어가 알려지기 몇 년 전이었다. 당시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이 사건을 설명할 길이 없어 좌절감을 느꼈다. (-23-)

1976년 ,버지니아 대하교에서 응급 정신과 책임자가 되었을 때 레이먼드 무디가 그곳에서 인턴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레이먼드가 1975년에 영어권에서는 처음으로 '임사체험' 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삶 이후의 삶』 (Life After Life)'이란 책을 내자 그 책과 '임사체험'이란 용어는 놀랍도록 인기를 끌었고, 그런 경험을 했던 엄청나게 많은 독자가 곧장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27-)

첫 번째, 심장 박동이 정지되었을 때 임사체험을 하는 사람이 많고, 이 때문에 심장이 멎었을 때 즈음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기억을 방해할 수 있는 환각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한다. 세 번째, 보통 기억의 정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엄청나게 충격적인 상황에서 임사체험을 한다. 네 번째, 보통 기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렬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때때로 그 일을 겪은 지 한참 후에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생생하고 자세하게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모든 요인 때문에 임사체험 기억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157-)

자살을 시도한 사람 뿐 아니라, 임사체험을 한 사람 대부분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삶을 항상 통제하려던 태도에서 벗어나, 더 과감하게 모험하고, 최대한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니 외적인 상황과 상관없이 삶을 더 풍요롭게 인식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해에 걸쳐 누누이 들었다. (-272-)

죽음의 순간에, 정신이 육체와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 하는 뇌의 전기적 또는 화학적 변화에 의해 임사체험이 촉발된다는 의견은 그럴듯해 보인다. 임사체험에 대한 물질적인 이해와 비물질적인 이해는 본질적으로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물질적인 측면과 비물질적인 측면은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내 책상은 적갈색이다."(물질적인 묘사) 와 "내 책상은 할아버지의 유산이다."(비물질적인 묘사) 라고 말할 대와 비슷하다. 둘 다 맞지만, 어느 하나도 그 자체만으로 내 책상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임사체험에 대한 물질적인 설명과 비물질적인 설명 모두 옳을 수 있지만, 어느 하나도 그 자체만으로는 임사체험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337-)

책 『애프터 라이프』 은 임사체험에 관한 경험과 임상기록이 적혀 있는 채이다. 임사체험은 1975년 레이먼드 무디가 쓴 책 『삶 이후의 삶』 (Life After Life)' 이후였다. 그 언저리에 만들어진 개념이며,그 이전에 비슷한 경험과 체험이 있었다 해도,그것에 대한 의학적,과학적 기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에 , 버지니아 의대 정신의학과 신경 행동과학 명예 교수 브루스 그레이슨 교수의 40 여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본다면, 임사체험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를 야기했는지 분석할 수 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한 번 태어나 한 번 죽는 인생이다.자살 혹은 사고로 인해 죽을 뻔한 위기를 넘어온 이들이 있다.그들이 임사체험을 하게 되는데,대체적으로 그들의 임사체험 기록은 의사 몫으로 남는다. .문제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정신과 감정에 대해서 말할 대이다. 결코 알수 없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느껴질 때, 그것이 임사체험이 될 수 있다. 물론 임사체험은 개인이 만들어 내거나,거짓말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무의식,정신적인 파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직 의학적으로 연구해 볼 데이터가 필요하다.

임사 체험을 경험한 사람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죽을 뻔한 경험을 지나왔기 때문이다.그런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과감한 도전과 위험한 일을 서슴치 않았다. 예를 들어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최고의 높이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건너가는 그런 모습들이 상상이 되었다. 극한의 도전과 용기,인간의 위대함은 이런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 임사 체험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이 책에는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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