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낙수 효과는 현실이다. 위에서 물이 넘치면 아래로 내려가듯이 악은 계속해서 피라미드 계단 아래로 흘러내린다. 직장 상사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는 상사에게 되돌아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 아래에 있는 부하에게 내려간다. 스트레스 질량보존의 법칙일까. 갈 곳을 찾지 못한 스트레스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대상은 눈앞의 불특정 다수다. "네가 뭔데 왜 기분 나쁜 눈으로 쳐다봐?" "어깨를 치고도 왜 사과를 하지 않는 거야?" 멱살잡이를 하고, 주먹다짐을 한다. 거리에서 분노를 풀 용기조차 없는 자들은? 아내와 자녀에게 푼다. 한국 사회에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가 넘쳐나는 이유 중 하나다. 학대받은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서 분노를 배설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폭력에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폭력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보자는 것이다.

그가 철없는 악인, 마스오를 보고 느낀 것은 서글픔이다. 서글픔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됐을 때 가지는 감정이다. 한국 사회에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서글픔을 안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서글픔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바꿀 순 없을까. 악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 보내는 시스템을 어떻게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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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고전문학 전공자였는데, 고전문학 속 영웅들이 대다수고아인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고아들만이 진정으로 용감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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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 인간은 악(惡)에 패배할 수 있지만 영혼까지 내주진 않는다. 악이 인간을 현혹해 죽일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 빼앗아가지 못한다. 악이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악이 가질 수 있는 건 인간의 거죽뿐이다. 악마가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건 오직 죽은 자의 데스마스크뿐이다. 한없이 약한 인간도 악마가 갖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가족, 친구, 사람에 대한 마음이다. 오롯이 인간으로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악에 무릎 꿇지도, 용서하지도 않겠다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인간이란 한계는 오히려 구원이 된다.

나를 성폭행한 소년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이 사실은 1000퍼센트 확신하는데 용서가 나를 구원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헝거》, 337쪽.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는 낡아빠진 이데올로기 앞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의 결연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피해자에게 "합의하고 잊어버리라"고 종용하고, 가해자에게 "반성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는 누구의 편인가.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피해자는 얼마나 불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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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부터 마음을 울린다.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이 오지 않기를...

비극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 내가 만약 노예제 사회에서 태어났다면 노예로도, 주인으로도 ‘잘’ 살았을 것이다. 지주 밑에서 마름 역할도 유능하게 해냈을지 모른다. ‘소작농에게 나만큼 잘해주는 마름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인간이란 어떤 관계 속에 들어가면 그 관계에 따라 쉽게 변형되기 마련이다. 물이 그릇에 들어가면 그릇 모양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듯이.

우리 인간은 ‘같음’보다 ‘다름’에 주목해 나누고, 차별하려 든다. 아마 그것이 생활에 유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사람은 같게, 다른 사람은 다르게 대하는 편이 편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우리는 원시 시대의 식별법에서 그리 멀리 진화하지 못했다.

‘나도 별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을 추락시키는 절망도,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도 그 부근에 있다.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믿는 순간 편견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고, 믿는 순간 맞은편 차량과 추돌한다. 한 고비 돌 때마다 가능한 길게 클랙슨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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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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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없이 되풀이해서 읽었던 하루키도 어렴풋한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다. 어릴 땐 특별해보였던 하루키도 어느 나이가 되면서는 전혀 읽지 않게 되었고, 내가 댄스댄스댄스와 태엽감는 새를 아주 좋아했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이 책은 읽었더니 불현듯 내책장 어느구석에 꽂혀 있는 하루키의 글들은 다시 읽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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