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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끊임없이 방울방울 이어질 때 가만히 누워 있기는 괴로운 일이다. 특히 부정적 생각이 휘몰아칠 때 누워 있으면 스스로 몸을 묶고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일과 같다. 걷기는 이 ‘셀프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주변 풍광을 보면서 걷다 보면, 깊은 우물 속에 빠져 있던 괴로움이 스르르 몸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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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는 우울증과는 달랐다. 슬픔과 우울은 어깨를 마주하고 찾아올 때가 많지만 본질적으론 다르다. 슬픔은 이유가 있다. ‘나’와 ‘잃어버린 것/사람’을 분리할 수 있다. 그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이 슬픔이 언젠가는 다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은 오로지 슬픔으로 꽉 차 있는 감정의 공간에 기쁨과 행복이 비집고 들어올 것을 믿는다. 슬픔은 위로하는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반면, 우울은 실체 없는 어떤 것이 주변을 채우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의지, 목표, 흥미가 마비된다. 모든 것이 메말라간다. 슬픔이 감정의 습지라면, 우울은 감정의 사막이다. 그것도 사하라 같은 열사의 사막이 아니라 남극 같은 동토의 사막. 우울은 귀를 막는다.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없다. 우울은 ‘셀프 감금’이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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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어려운 전공서나 인문서적, 사회경제서적들에서 벗어나 한없이 가벼운 책을 읽고 싶다. 물론 대부분 힘든 책 한 권과 짝으로 가벼운 책 다섯 권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 같지만.

아무튼 이 책은 10,20대 내내 하루카를 좋아하고, 책을 사모으던 내게는 아주 솔깃한 책이었다. 가벼운 소재들로 책을 만드는 시리즈도 맘에 들었고, 같은 시리즈 속의 ‘아무튼, 술‘이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싶었기에 제목만으로 읽기 시작했다,

고양이 디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눈물이 났다. 14년을 살다갔다는 디처럼 우리 코코도 언젠가는 나를 떠날 날이 올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힘들다. 우리 코코는 언제까지나 나랑 같이 있다가 나보다 하루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우리 애기가 너무 애틋해져서 아까 엄마 아프다고 안놀아준 게 마음에 걸린다. 내일은 꼭 다섯번 놀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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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 극단적 추위. 다양한 생명체의 활극이 펼쳐지는 바다와 달리, 사막의 극한 환경은 생명을 품을 만한 곳이 못 된다. 별자리 읽는 법을 익히지도 못한 채 사막을 헤매는 것은 고립과 죽음을 의미한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저 - P6

고통은 끝이 없지만 우리는 서로의 ‘곁’이 될 수 있지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저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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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판 셜록 홈즈?
이상과 구보의 조합이 셜록과 왓슨의 조합처럼 전형적이다.
하지만 앞부분은 나쁘지 않다. 근대소설과 예술계 등에서 익히 이름을 들은 염상섭, 김유정, 전형필, 석주명 등의 이름은 반갑기까지 하다.
다만 여러 에피소드들로 잔잔히 흘러가던 이야기가 마지막 챕터에서 지나치게 급격하게 전개되고 어떠한 논리적 설명 없이 초현실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앞부분에서 상당한 자료조사를 했겠다 생각하며 흥미로웠던 부분들은 엉성한 마무리를 통해 완결성을 띄지 못했다. 애초에 셜록홈즈의 오마주격인 소설이었던 것인지 마지막 장면을 모리아티와의 대결처럼 끌고가려 억지를 부린 느낌이라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시리즈물로 나온 것을 보았으나 후속편을 보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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