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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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백장미단은 암흑의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에게 외치는 하나의 진실된 목소리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과 미래의 독일인에게 우리는 이렇게 저항했다고, 나치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지성을 힘을 보여 주었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해 모든 독일인이 가해자라고 생각했던 건 단순히 나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위의 책은 보여줬다.
나치가 아닌 선량한 독일인 역시 피해자라는 것. 나치의 피해자들은 유태인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철학과 문학을 사랑한, 국가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들 모두였다. 진실과 자신의 양심 앞에 올바른 목소리를 냈던 자들은 다 징역을 살고 수용소에 끌려가고 사형을 당했다.

백장미단이 투쟁한 모습은 마치 나라를 읽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독립투사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두려워졌다. 우리는 휴전국에 살고 있지만 전쟁은 아주 특수한 상황이고 다시 겪지 않을 일이라 생각하고 살았기에 독재나 폭력하에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히틀러 역시 투표를 통해 민주적 절차로 (그 사이 있었을 선동, 협잡 등의 범법적 행위를 생각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집권하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이런 일이 두 번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근래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더라도 자리에 걸맞지 않은 자가 정권을 잡게 되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 권력이란 이름 하에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유를 억압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적 불황이 장기화되는 것에 따라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유럽의 극우주의자들을 보면 언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살기 힘들다 느끼는 때일수록 백장미단의 정신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남의 것이 아닌 나의 생각이 맞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내 가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백장미단의 정신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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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1. 06. 토.
2018년 처음으로 구입한 책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다 언급된 걸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급된 다른 많은 책들도 많았지만 이 책을 굳이 먼저 봐야겠다 생각한 이유는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요즘 우리나라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것에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문제는 누구나 생각해 보고 함께 논의해야할 문제이다.
지금 막 읽기 시작한지라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글쓴이가 충격적이었다는 2008년 어느 강의실의 분위기와 내 생각은 논리적 바탕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기에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것인지,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한 포인트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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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체험판)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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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에 518년 조선왕조의 역사를 담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전체적으로 흐름을 가볍게 훑기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깊이가 많이 부족한듯... 특히 앞부분에 비해 뒷심이 약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조선후기로 갈수록 가치있게 논의할 왕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저 이런 왕이 있었다는 것을 짚어주는 정도로만 나열되어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조선왕조실록이 사람들의 관심이 된다는 것, 그리고 조선시대 왕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외우던 국사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의미를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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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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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기분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씁쓸하다. 속상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82년생으로서 김지영의 인생에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불평등에 소리 높이던 내가 세월에 따라 원래 그런거라 순응하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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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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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많은 반면, 집사람에겐 전쟁에 대한 감정이 더 많아요. 하지만 언제나 감정이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법이지...
-p198 우리집엔 두 개의 전쟁이 산다

201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는 이전까지의 전쟁은 남자들의 언어로 쓰여졌지 여자들의 전쟁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겪은 남자들과는 다른 전쟁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게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던 간단 요약본과 다르단 건 명백했다.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p221

수많은 고통에 찬 외침들이야말로 이 책의 쓴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전쟁은 사람을 황폐하고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쟁 중이거나 끝난 후에도,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 후에도 전쟁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만 정신을 놓으면 다시 끔찍한 기억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그들에게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한 현실이다. 나라를 지켰지만 전쟁에 나갔었다는.이유로 겪은 모욕과 수치까지. 전쟁의 고통 만이 다가 아니었다.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미워한다.

이 책은 모두 비슷한 이야기들의 반복이지만 사연 하나하나가 가슴아프고 절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시대와 전쟁을 겪어온 수많은 이름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런 식으로라도 알려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목소리라도 묻히지 않았으면,... 그리고 목소리를 내어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음 싶다. 어쩐지 책을 다 읽었음에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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