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 간다고 김밥 싸느라 새벽부터 설쳤는데, 넣어간 과자만 먹고 도시락은 그대로 들고 돌아온 아들.  
미우면서도 안쓰러워 그 자리에서 억지로 먹이고 나니 만화책 읽다가 쓰러져 잠들었다.
'이걸 싸느라고 엄마가 새벽부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해본들 박물관의 물고기 감상이 밥 먹는 것보다 즐거웠던 것을. 

여름내 지겹게 내리던 비였는데 계절을 바꿔 맞는 그것은 늘 느끼던 온도가 아니다.
서늘한 표정의 하늘이 무심한 듯 냉정한 바람과 스칠 때 머금게 되는 그것은 이 계절이 가진 결빙된 마음가짐 같다.
좀 더 단단해지자, 좀 더 너그러워지자 마음먹어도, 어쩌면 이 계절은 그럴 뜻이 없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생각은 꼬리를 물고, 수용의 포화를 넘어선 상념은 이성의 감각을 마비시키며 부정의 암세포로 증식되어 간다.

위로는 받고 싶으면서도 모든 걸 드러내 보이긴 싫고,
내가 입은 상처는 동정받고 싶으면서도 감추고 싶은 건 프라이버시라고 스스로 위무하는
답답한 철장 속이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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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9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9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2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2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10-0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린 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머니의 마음을 잘 몰라요. 좀 바보 같죠 ^^ 지금도 항상 어머니께서 저에게 해 주시는 것을 보면 정말 난 내 아이들에게 저렇게 해 줄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제는 저도 서른을 넘으니 어머니가 자신이 섭섭한 것은 대놓고 얘기를 하시는데 여전히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전 도대체 어머니의 마음을 언제 알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위로는 받고 싶지만 모든 걸 보이는 것은 싫은 것 그 이율배반적인 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전 위로 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동정 받는 것이 싫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20%정도만 제 모습을 공개하는 편이에요. 변태적 일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인간이 홀로 살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절대 홀로 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답답한 철장을 파괴하는 것은 누군가 깨어서 소리 지르는 사람이라고 루쉰 선생이 그러셨는데 혹시나 갑갑하시면 꼭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시기를 추천 드려요. ^^ 전 소리 지릅니다. 중랑천에 가서 새벽에요...

Bflat 2011-10-02 23:57   좋아요 0 | URL
4살 때까지 하는 효도가 전부라고 했어요.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하거든요. 자식이 다 커도 늘 아기였을 때의 모습을 함께 보죠.
ㅎㅎ애를 낳아서 키워보니 그말이 뭔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부모님의 맘을 헤아릴 수 있는 자식이 얼마나 되겠어요.
자기 삶을 잘 사는 것도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이 상해서 위로받고 싶은 것도 억누르고 참았더니, 몸에서 이상반응이 오던데요.ㅎㅎ
난 내 자신이 충분히 컸다고 충분히 나이 먹었다고 착각했었나봐요.
날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며 믿어주는 내편을 확인하고나니까 맘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로라는 것도 말이죠, 아주 가벼운 토닥임에도 포근함을 느끼게 된 걸로 보아 ㅎㅎ무조건 삭이는 일보다 어느 정도 분출이 필요하단 결론이었어요. 루쉰 님이 말씀하신 20%정도?! ㅎㅎㅎ
자기가 가진 입장에 따라 시차적 관점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A도 옳고 B도 옳다는 상대주의적 사유만이 현실에 다가가는 일이라고 진중권의 아이콘에 나오더군요, 마침.
하지만 그런 상대주의적 견지가 맘 먹는다고 절로 생겨나는 건 아니더라구요. ㅎㅎ인생 수양, 수행? 의 결과라고나 할까요.
나는 지혜로움과 현명함 위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고차원적이라고 말하긴 그렇더라도 맘과 몸에 배게 하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나이가 주는 선물인 것 같지도 않고...ㅋㅋ

난 어디서 소리를 질러볼까요?
진짜 크게 악~하고 내뱉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