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동경제학 -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행동경제학 분야의 구루이자,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기도 한 '리처드 탈러'가 쓴 <행동경제학>을 읽었다. 약 육백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인데, 책 두께만 해도 거의 성인 여성 손목 두께만 하다. 그냥 얼핏 보면 잘 만든 대학교 강의 교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분량만큼이나 행동경제학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이 듬뿍 담겨 있다. 경제학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저자가 설명하는 경제학의 기본 과정과 행동경제학이 태동하게 된 기원(?), 그리고 각 사례별 학습을 통해 - 독자들은 - 행동경제학이란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따라갈 수 있다. 또 단순히 경제학만을 공부하는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과 개인 재무관리에 있어서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를 배울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경제학을 실생활에 맞게 적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심리학이 될 수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빌프레도 파레토는 모든 사회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학문은 명백하게도 심리학이라고 말했다. 상대생 입장에서 봤을 때는 경제학이란 정량적인 무언가에 가까워 보이기에 파레토의 말이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과 다양한 경제학 케이스 스터디를 접하면 접할수록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게 될 듯 하다. 우리가 경제학을 배울때 항상 가정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란 합리적이고 대단히 이성적이라는 건데, 저자는 이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 이콘이라고 부르며 현실과 이론을 비교한다. 실제로 인간은 수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미 구매한게 아까워서, 필요하지 않음에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되는 수익이 비용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경제학이란 최적화와 균형을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그 근간이 되는 기본 가정과는 달리 인간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Supposedly irrelevant factor, SIF), 즉 경제학을 비껴간 예외적 현상들이 실제로는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바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적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언택트 라이프가 일상화되고, 비대면 생활이 주류가 되는데는 기술의 발전과 기업이나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가 아니라, 코로나19가 가장 큰 역할을 했으니까. 또 주식시장에서의 비이성적 반응과 뉴욕시의 범죄를 감소하는데 지저분한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대표적인 사례고.
같은 돈을 지출하지만, 가심비에 따른 소비 행태나 소확행으로 표현되는 지출 방식 등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들어보았을 행동경제학 분야의 심리계좌에 대한 내용이다. 또, 분명 같은 기댓값을 가지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이 달라지는 것은 경제학이 단순히 논리로 포장된 수치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한 철물점이 눈을 치우는 삽을 1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가, 눈보라가 친 다음날 갑자기 20달러로 올리면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질문을 바꿔서 공급이 고정된 상황에서 눈삽 수요가 갑자기 증가했는데 이때 가격이 오른다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만 하다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기회비용과 한계효용, 최적화와 균형과 같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리 경제학원론을 공부하면 좋겠지만, 그걸 무시하고 이 책을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사실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도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아인슈타인처럼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지 않고, 티벳의 수도승처럼 자기통제력을 갖고 있지도 않기에 가구들의 소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현실의 인간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이다. 역사나 지혜는 강의나 역사책이 아니라, 일화나 웃긴 이야기 그리고 재치있는 농담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고 한다. 모든게 공식과 논리로는 표현될 수 없는 법. 인간 스스로가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상황과 심리적 갈등에 따라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면, 더 나은 정책과 의사결정이 - 개인 단위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까지 -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