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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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을 한 권 골라보았다. 바로 송길영 작가님의 새 책, '시대 예보 : 호명 사회'다. 이 책의 전작은 '시대 예보 : 핵개인의 시대'라는 제목의 도서인데 -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인지 대략 유추 가능하다 -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핵개인의 탄생을 중심으로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시대예보 두 번째 도서인 '시대 예보 : 호명 사회'는 이렇게 이미 탄생한 핵개인의 시대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읽다 보면 알겠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에서 본 글귀와 각종 언론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MZ 세대의 이야기들 그리고 사회와 개인의 변화에 대해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한 번쯤 듣고 말했던 콘텐츠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변화상'을 소개할 때 '과거와의 단절'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로 이야기하는 것은 '변화의 인과관계'를 모른 채 구분 짓기만을 좋아하는 저차원의 담론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폭력성에 기반한 혁명 이상의 무언가가 아닌 이상 모든 변화와 성취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축적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들이 한때는 또 다른 세대의 문제이자 골칫덩이였고, 항상 서로가 서로의 적폐였던 시기가 있었기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내뱉기만 하는 일부 사람들이 결국에는 그 반작용에 의해 넘어지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다.

저자가 말하는 핵개인의 시대를 지나 호명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도 이런 변화를 거쳐 더 좋은 어딘가로 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도한 경쟁과 지나칠 정도의 개인화된 시뮬레이션을 거쳐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상호 대등한 관계의 - 서로의 이름이 중요한 - 사회로 나아가간다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바뀌어가기 위해서는 AI 기반의 기술적 변화와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등 사회적 트렌드 변화도 잘 숙지하고 스며들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인사이트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삶은 편리해졌지만 결코 편안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현실이라 정의한다면 결과적으로 현실이 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나 역시 동의하고 또 한 번씩 이야기하는 말이기에 공감했던 문장이다. 합리적 인간을 정의하는 경제학에서도 실제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누군가의 행동에 영향을 받으면서 비합리적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연구와 논문으로 증명된 바 있다.

과거에 인정받은 성과와 능력은 새로운 시대에 와서는 폐기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성과와 능력을 폄하하는 또 다른 세대는 역시 앞으로 등장할 더 진보된 세대에 의해 더욱더 부정당하게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꾸준히 하는 무언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가령 가게를 차린다고 했을 때는 곧바로 히트를 치는 게 아니라 가끔씩 드나드는 사람들과의 계속된 소통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누적된 경험치의 폭발이 더 중요하다는 거다.

직장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사람과 직장 안에서 나름 잘 밟아나가고 있는 사람으로 - 단순하게 - 나누어 봤을 때 이 책이 가져다주는 느낌은 조금 다를 수 있겠다 싶다.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어느 정도 치우쳐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새롭게 다가올 시대의 변화에 대한 미래예측적 담론으로 보고 각자 어느 위치에서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 본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AI가 시간을 줄여준다면, 우리 인간들은 이제 시간을 채우는 일 - 개인화된 경험의 감성적 연결과 사람들과의 대면을 통한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는 일 - 을 해야 한다는 말의 숨겨진 의미를 잘 되새겨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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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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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에서도 세계문학 전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나 보다. 지난번에 싯다르타를 읽었던 것 같은데 벌써 여섯 번째 도서다. 데미안과 위대한 개츠비, 인간 실격과 싯다르타는 다 읽어 보았고 또 유명한 책 들이지만 다섯 번째 도서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이번에 읽은 여섯 번째 도서 '슬픈 카페의 노래'는 열림원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작품들이다. 상대적으로 얇아서 부담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상당한 분량의 해설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는 해설이 방해된다고 하는데 -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 오히려 작품에 대한 논의와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아 더 마음에 든다. 물론 해설로 인해 사고의 폭이 미리 정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건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그리고 독자 스스로가 그 한계에 좌우되지 않아야 할 문제다.

일단 저자인 카슨 매컬리스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어렸을 적 열병을 심하게 앓고 또 뇌졸중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이렇게 좋지 않은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1967년에 뇌출혈로 쓰러질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평범한 세상 속에서 어울려 살기 힘든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워 사랑과 고독, 인간의 감성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읽은 <슬픈 카페의 노래>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그녀의 첫 장편 소설인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 특히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영화나 뮤지컬로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책은 꽤 얇은 편이라 읽기에는 부담이 없다. 다만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아니라 쉽게 감정 이입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보통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단어가 여기에서도 발견될 수 있구나라는 사실도 조금은 거리감을 두고 다가왔던 게 사실이고. 사실 모든 관계와 일상에서 조금의 차별과 차이도 두어서는 안되는 게 맞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만 보더라도 뛰어난 문체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와 주인공들의 모습 때문에 읽기가 꺼려진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러한 감정의 연장선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외치지만 실상은 서로의 간격을 두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았고.

역자의 말처럼 책 마지막에 있는 에필로그, 언젠가 죽을 운명인 열두 명의 인간이란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갑자기 왜 등장한 걸까 싶은 내용이었는데 역자는 이를 책 전체를 요약한 - 다른 이야기에 빗대어 말이다 - 것이라고 말한다. 상징과 기호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나 우리나라의 12라는 숫자에 얽힌 환국이나 간지 등이 떠올랐는데 뭐 아무튼 저자 역시 무언가를 염두에 두고 에필로그를 붙인 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슬픈 카페의 노래>를 읽고 나서 쓴 많은 사람의 리뷰가 인터넷에 있을 것이다. 독자분들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했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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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땅에서 말씀 찾기 - 베들레헴에서 욥바까지 인문 기행
권종렬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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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옛날 성경 속의 유적지를 찾아보고 또 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어느 정도 갖고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의 국제 정세로 인해 이 지역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게 몹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으나, 저자인 권종렬 목사님의 글을 보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보다는 성경 속의 말씀 속 장소들에 대한 순수한 경외감과 그 공간들을 따라가보는 이야기에 관한 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강대국들의 야욕으로 인해 본래 삶의 터전과 또 다른 종교적 성지를 잃어버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엿볼 수 있고.

이 책은 '베들레헴에서 욥바까지 인문 기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현재 이스라엘 땅에 있는 성경 속 유적지를 따라가면서 교회 역사 속의 의미와 저자가 느꼈던 감동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추천사의 글처럼 굳이 성지 순례라는 말보다 인문기행이라는 문구를 붙인 게, 일반 독자들에게 더 허들을 낮춰주면서 편안하게 잘 읽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또 유적지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어서 저자가 느꼈던 감동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설령 자기 자신에게 어떠한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영적인 성장과 반성에 관심이 있다. 특히나 교인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인데 성경 속 말씀에만 갇혀 있지 않고 실제 현장으로 나아가 그 가르침을 느끼면서 배워 본다는 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주요 성지의 이름들에 대한 이미지를 이번 도서를 통해 더 가까이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첫 장 베들레헴에서는 예수님이 탄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하마스로 나누어진 서안 지구(west bank)와 가자 지구(gaza strip)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그리고 뱅크시의 그림이 그려진 분리 장벽에 대한 일화도 언급되고. 첫 장 말미의 이 벽이 사라지길 원한다는 현지 노인의 말이 와닿는다.

성경 속 어쩌면 초고대 문명(?)과도 연결될 수 있는 많은 상징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쥐엄나무 열매, 종려나무로 알려진 대추야자나무, 감람나무(올리브나무), 이집트에서도 신성하게 여겨졌다는 돌무화과나무 등. 성경 속 많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이 되어주고 또 사건의 배경처럼 항상 등장하는 나무들인데 모두들 무언가를 내어주는 베풂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해보았다.

유대의 광야와 사막들. 그리고 그 사이에 피어난 샘물과 폭포와 정원은 조금은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과거에는 이 지역이 지금처럼 척박하지 않고 숲과 나무로 울창했다고 하던데 그 흔적들의 산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진 속에 다 담기진 못했지만 저자가 느낀 경건함과 신비로움이 무엇일지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성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영적인 언급이나 감동들을 내가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좋은 시간을 보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조금이나마 얻었기를 바라보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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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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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MBN 전국 나주 마라톤 대회를 다녀왔다. 회사 동호회 선배님들과 같이 참여했는데 작년 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다. 우리 집에서 나주역을 내려가는데 이미 주차 안내요원이 아파트 초입부터 관리를 하고 있었다. 나주역을 건너 반대편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었고, 기념품 제공과 같은 부대시설도 꽤 규모가 있었다. 올해는 영산강 축제와 병행해서 진행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외국인을 비롯한 외지인들도 꽤 보였다.

10km 코스를 완주하고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몸이 조금 찌뿌둥하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개운했다. 걱정했던 발목 통증도 없었고. 기록은 평소보다 3분 정도 늦었지만 어젯밤에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내려온 것 등을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새로 산 호카 러닝화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대회를 마치고 받아온 다과를 먹으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 모음집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지 않고 있나요'를 읽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군대 상병 때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걸로 기억하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꽤나 매력적인 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나중에 그녀의 자유로운 연애 활동(?)과 이후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이미지(?)를 알고 또 한 번 작게나마 놀랐던 기억도 있다.

그녀는 편지 쓰는 걸 좋아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신 한강 작가님과는 결이 외부 활동을 보여주셨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가부장제와 전체주의에 대해 비판하는 페미니즘(요즘에 워낙 용어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수준이 달라 조심스럽긴 하지만)의 목소리가 녹아있는 부분이라든지, 개인과 주변의 사건들을 시대상과 결합하여 작품 속에 풀어낸 부분들은 또 비슷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지 속 내용들은 그녀의 일상과 주변에 대한 신변잡기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녹아들어 가 있는 그녀의 생각과 삶에 대한 철학은 또 다른 무게감을 주는 듯했다. 역자의 말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만 이를 강요하거나 한정 짓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편지를 주고받았던 시기는 전 유럽이 전쟁 속으로 휘말린 1~2차 세계대전의 가운데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버지니아는 역설적으로 자유와 솔직함을 더 이야기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1938년에 출간된 <3 기니>와 1929년에 출간된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의 페미니즘적 주장이 강력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소개되는데 특히 <3 기니>는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반전과 세계 평화의 메시지까지 포함하는 산문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사회참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봐도 좋을 듯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미발표 원고와 에세이, 기고문 등을 읽어보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레이먼드 카버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에게 그러한데 그들의 작품과는 별개로 또 다른 일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의 많은 작품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팬들에게는 이 편지 모음집이 분명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텍스트 꾸러미임에는 분명하다.

끝으로 시간이 된다면 다음에 읽을 버지니아의 책은 <등대로>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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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 망가진 수면 패턴을 회복하는 8주 숙면 훈련
제이드 우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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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휴일이라 생각하니 조금 더 늦게 자도 되겠다 싶었다. 냉동고에 쌓아둔 폴라포를 하나 꺼내 먹고 미네랄워터를 마시고 약간 쓸데없어 보이는 TV프로그램도 시청했다. 더 쓸데없는 게 거의 확실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숏폼들도 아래위로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늦게 일어났지만 덕분에 푹 잔거 같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아침에 1시간 정도 더 자면 이상하게 더 개운하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여기서 더 자버리면 다시 루틴이 깨지면서 오히려 피로가 쌓인다. 벌떡 일어나 침구류를 정리하고 이불과 수건들을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비타민과 루테인을 챙겨 먹고 며칠 전에 사 온 드립 백 커피를 한잔 내려 마셨다. 봉투를 뜯었을 때 풍기는 향과 쓰지 않고 부드럽게 연한 맛이 좋다. 물은 두세 번이 좋다는데 나는 항상 네다섯 번 정도 우려내는 것 같다. 간단히 청소를 하고 - 닦는 건 이따가 하기로 하고 - 밖에 나가기 전에 MBA 수업 특강을 들으려 했는데 재생이 되질 않는다. 두세 번 껐다 켜봐도 안되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노트북이든, 인터넷이든, 웹사이트든지 간에. 아무튼 안되겠다 싶어 로그아웃을 하고 나왔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이나 한 권 읽다가 목욕탕에나 다녀와야겠다.

이번에 읽은 책은 행동 수면의학 분야 전문가인 제이드 우 박사님이 지은 '매일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꼭 불면증이 있어야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또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과 옛이야기들, 의약품과 일상생활에 대한 좋은 정보들도 가득 담겨 있어서 '나는 완벽하게 잠에 들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하더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잠이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잠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틀린 말이라고 한다. 과거 인류는 잠이란 따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식사를 하고 씻고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들의 수면의 질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매일 자는 시간을 맞추고, 좋은 수면을 위한 도구들을 사용하는 식으로 통제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많은데 오히려 이런 것들이 수면의 질을 더 악화시킨다고 한다.

그냥 친구처럼 잠이랑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고 가볍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이다. 억지로 수면 시간을 계획표처럼 정하고, 매일 꾸준하게 약을 먹고 병원 치료를 받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거다. 완벽한 친구란 없듯이 온전한 수면도 없다. 그냥 전체적인 측면에서 균형을 맞춰가면 되는 것이다. 내 몸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몸에 자연스레 협조하는 것이 더 쉽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피로를 불필요하게 곱씹는 것도 좋지 않다. 가령 불만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증폭시키는 사람들은 좋은 수면과 더 멀어진다. 매일 적당한 햇볕을 쬐고 스스로 과하다 싶은 것들 - 하루 종일 유튜브 보기 등 - 은 서서히 조금씩 줄여나가면 된다. 하루 시작과 마무리의 루틴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좋은 호흡을 하고, 호흡과 일상적인 스트레칭의 과정에서 내 몸 구석구석이 반응하는 과정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다. 발의 움직임과 손목과 허리의 움직임, 호흡 과정에서 머릿속과 배가 움직이는 느낌처럼 말이다.

카페인과 술이 자기에게 안 좋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서히 줄여가면 된다. 억지로 줄일 필요도 없고 좋다면 과하지 않게 즐겨도 나쁘지는 않다. 생활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우린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

좋은 수면 콘텐츠 유튜브 브레이너 제이도 이 책을 추천하면서 잠이 좋은 친구가 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잠과 더 친해지고 더 좋은 수면으로 빠져들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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