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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ㅣ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평점 :
열림원에서도 세계문학 전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나 보다. 지난번에 싯다르타를 읽었던 것 같은데 벌써 여섯 번째 도서다. 데미안과 위대한 개츠비, 인간 실격과 싯다르타는 다 읽어 보았고 또 유명한 책 들이지만 다섯 번째 도서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이번에 읽은 여섯 번째 도서 '슬픈 카페의 노래'는 열림원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작품들이다. 상대적으로 얇아서 부담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상당한 분량의 해설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는 해설이 방해된다고 하는데 -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 오히려 작품에 대한 논의와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아 더 마음에 든다. 물론 해설로 인해 사고의 폭이 미리 정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건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그리고 독자 스스로가 그 한계에 좌우되지 않아야 할 문제다.
일단 저자인 카슨 매컬리스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어렸을 적 열병을 심하게 앓고 또 뇌졸중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이렇게 좋지 않은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1967년에 뇌출혈로 쓰러질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평범한 세상 속에서 어울려 살기 힘든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워 사랑과 고독, 인간의 감성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읽은 <슬픈 카페의 노래>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그녀의 첫 장편 소설인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 특히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영화나 뮤지컬로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책은 꽤 얇은 편이라 읽기에는 부담이 없다. 다만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아니라 쉽게 감정 이입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보통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단어가 여기에서도 발견될 수 있구나라는 사실도 조금은 거리감을 두고 다가왔던 게 사실이고. 사실 모든 관계와 일상에서 조금의 차별과 차이도 두어서는 안되는 게 맞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만 보더라도 뛰어난 문체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와 주인공들의 모습 때문에 읽기가 꺼려진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러한 감정의 연장선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외치지만 실상은 서로의 간격을 두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았고.
역자의 말처럼 책 마지막에 있는 에필로그, 언젠가 죽을 운명인 열두 명의 인간이란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갑자기 왜 등장한 걸까 싶은 내용이었는데 역자는 이를 책 전체를 요약한 - 다른 이야기에 빗대어 말이다 - 것이라고 말한다. 상징과 기호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나 우리나라의 12라는 숫자에 얽힌 환국이나 간지 등이 떠올랐는데 뭐 아무튼 저자 역시 무언가를 염두에 두고 에필로그를 붙인 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슬픈 카페의 노래>를 읽고 나서 쓴 많은 사람의 리뷰가 인터넷에 있을 것이다. 독자분들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했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