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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 망가진 수면 패턴을 회복하는 8주 숙면 훈련
제이드 우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9월
평점 :
내일이 휴일이라 생각하니 조금 더 늦게 자도 되겠다 싶었다. 냉동고에 쌓아둔 폴라포를 하나 꺼내 먹고 미네랄워터를 마시고 약간 쓸데없어 보이는 TV프로그램도 시청했다. 더 쓸데없는 게 거의 확실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숏폼들도 아래위로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늦게 일어났지만 덕분에 푹 잔거 같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아침에 1시간 정도 더 자면 이상하게 더 개운하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여기서 더 자버리면 다시 루틴이 깨지면서 오히려 피로가 쌓인다. 벌떡 일어나 침구류를 정리하고 이불과 수건들을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비타민과 루테인을 챙겨 먹고 며칠 전에 사 온 드립 백 커피를 한잔 내려 마셨다. 봉투를 뜯었을 때 풍기는 향과 쓰지 않고 부드럽게 연한 맛이 좋다. 물은 두세 번이 좋다는데 나는 항상 네다섯 번 정도 우려내는 것 같다. 간단히 청소를 하고 - 닦는 건 이따가 하기로 하고 - 밖에 나가기 전에 MBA 수업 특강을 들으려 했는데 재생이 되질 않는다. 두세 번 껐다 켜봐도 안되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노트북이든, 인터넷이든, 웹사이트든지 간에. 아무튼 안되겠다 싶어 로그아웃을 하고 나왔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이나 한 권 읽다가 목욕탕에나 다녀와야겠다.
이번에 읽은 책은 행동 수면의학 분야 전문가인 제이드 우 박사님이 지은 '매일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꼭 불면증이 있어야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또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과 옛이야기들, 의약품과 일상생활에 대한 좋은 정보들도 가득 담겨 있어서 '나는 완벽하게 잠에 들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하더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잠이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잠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틀린 말이라고 한다. 과거 인류는 잠이란 따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식사를 하고 씻고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들의 수면의 질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매일 자는 시간을 맞추고, 좋은 수면을 위한 도구들을 사용하는 식으로 통제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많은데 오히려 이런 것들이 수면의 질을 더 악화시킨다고 한다.
그냥 친구처럼 잠이랑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고 가볍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이다. 억지로 수면 시간을 계획표처럼 정하고, 매일 꾸준하게 약을 먹고 병원 치료를 받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거다. 완벽한 친구란 없듯이 온전한 수면도 없다. 그냥 전체적인 측면에서 균형을 맞춰가면 되는 것이다. 내 몸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몸에 자연스레 협조하는 것이 더 쉽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피로를 불필요하게 곱씹는 것도 좋지 않다. 가령 불만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증폭시키는 사람들은 좋은 수면과 더 멀어진다. 매일 적당한 햇볕을 쬐고 스스로 과하다 싶은 것들 - 하루 종일 유튜브 보기 등 - 은 서서히 조금씩 줄여나가면 된다. 하루 시작과 마무리의 루틴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좋은 호흡을 하고, 호흡과 일상적인 스트레칭의 과정에서 내 몸 구석구석이 반응하는 과정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다. 발의 움직임과 손목과 허리의 움직임, 호흡 과정에서 머릿속과 배가 움직이는 느낌처럼 말이다.
카페인과 술이 자기에게 안 좋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서히 줄여가면 된다. 억지로 줄일 필요도 없고 좋다면 과하지 않게 즐겨도 나쁘지는 않다. 생활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우린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
좋은 수면 콘텐츠 유튜브 브레이너 제이도 이 책을 추천하면서 잠이 좋은 친구가 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잠과 더 친해지고 더 좋은 수면으로 빠져들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