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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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MBN 전국 나주 마라톤 대회를 다녀왔다. 회사 동호회 선배님들과 같이 참여했는데 작년 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다. 우리 집에서 나주역을 내려가는데 이미 주차 안내요원이 아파트 초입부터 관리를 하고 있었다. 나주역을 건너 반대편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었고, 기념품 제공과 같은 부대시설도 꽤 규모가 있었다. 올해는 영산강 축제와 병행해서 진행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외국인을 비롯한 외지인들도 꽤 보였다.

10km 코스를 완주하고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몸이 조금 찌뿌둥하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개운했다. 걱정했던 발목 통증도 없었고. 기록은 평소보다 3분 정도 늦었지만 어젯밤에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내려온 것 등을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새로 산 호카 러닝화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대회를 마치고 받아온 다과를 먹으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 모음집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지 않고 있나요'를 읽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군대 상병 때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걸로 기억하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꽤나 매력적인 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나중에 그녀의 자유로운 연애 활동(?)과 이후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이미지(?)를 알고 또 한 번 작게나마 놀랐던 기억도 있다.

그녀는 편지 쓰는 걸 좋아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신 한강 작가님과는 결이 외부 활동을 보여주셨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가부장제와 전체주의에 대해 비판하는 페미니즘(요즘에 워낙 용어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수준이 달라 조심스럽긴 하지만)의 목소리가 녹아있는 부분이라든지, 개인과 주변의 사건들을 시대상과 결합하여 작품 속에 풀어낸 부분들은 또 비슷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지 속 내용들은 그녀의 일상과 주변에 대한 신변잡기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녹아들어 가 있는 그녀의 생각과 삶에 대한 철학은 또 다른 무게감을 주는 듯했다. 역자의 말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만 이를 강요하거나 한정 짓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편지를 주고받았던 시기는 전 유럽이 전쟁 속으로 휘말린 1~2차 세계대전의 가운데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버지니아는 역설적으로 자유와 솔직함을 더 이야기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1938년에 출간된 <3 기니>와 1929년에 출간된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의 페미니즘적 주장이 강력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소개되는데 특히 <3 기니>는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반전과 세계 평화의 메시지까지 포함하는 산문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사회참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봐도 좋을 듯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미발표 원고와 에세이, 기고문 등을 읽어보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레이먼드 카버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에게 그러한데 그들의 작품과는 별개로 또 다른 일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의 많은 작품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팬들에게는 이 편지 모음집이 분명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텍스트 꾸러미임에는 분명하다.

끝으로 시간이 된다면 다음에 읽을 버지니아의 책은 <등대로>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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