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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경제학 - 세상을 바꾸는 착한 경제 생활
줄리엣 B. 쇼어 지음, 구계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 가정하의 상황
원유가 가득 차있는 유조선 Destroyed Earth 13호가 캄차카반도를 지나 일본 북부 지역을 향해 운항중이다.
최종 목적지인 울산항까지는 아직 많은 거리가 남았기에 배는 최고 노트로 바닷길을 달리고 있다.
날은 어두워졌고, 당직자와 항해사, 그리고 기관실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반대편에서 흘러내려오는 거대한 유빙의 움직임을 눈치채진 못했다.
몇시간 뒤 거대한 유빙과 충돌한 유조선은 수십만톤의 원유를 동해 바다에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해류를 따라 남하하면서 원유는 일본 서북부 해안과 한국의 동해안까지 그 검은 물줄기가 이어졌다.
동해 지역에서 조업중이던 수많은 한,일,러의 어선들은 조업을 중단했고, 근처의 원양어선들도 모항으로 경로를 변경했다.
몇일뒤 일본 서북부 해안을 뒤덮은 거대한 기름떼는 인근의 어종을 모두 말살시키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의 언론과 자원봉사자들은 죽음의 호수로 변해버린 동해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몇달뒤 동해해안과 일본서북부 해안은 어느정도 검은 때를 지워냈지만,
바닷속 깊숙이 가라앉은 기름덩어리와 바닷가 구석구석 가려져있는 검은 찌꺼기들.
그리고 죽어버린 생태계는 몇년이 지나도 회복되기 힘든 죽음의 바다가 되버렸다.
# 경제적 상황
한,일 양 정부는 즉각 해당 지역의 어민들에게 피해 보조 위로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 자치단체에게
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별 자금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지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국채 발행에 들어갔다.
일시적인 원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 관련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 및 추가 투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파괴된 유조선 회사는 국내 굴지의 중공업회사에게 신규 유조선 수주를 의뢰하였고, 주거래은행은 이들회사에게 자금을 대여해 주었다.
원유오염 제거 기술을 가진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는 급등했고, 관련 회사들은 신규 설비 투자를 늘렸다.
오염 피해지역의 건설업체 및 지역산업체들은 신규 건설 및 신사업 수주 등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그리고 이 모두는 그해 GDP 증가의 한 몫을 담당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류 경제학의 한계점을 우리는 많은 언론 보도와 일련의 이슈들을 통해 접하고 있다.
늘어가는 환경 파괴와 오염, 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금융 위기, 계속되는 시장 실패와 정부의 실패까지...
일시적인 정부의 세제혜택과 지원금, 그리고 돌려막기 식의 한계기업의 유지는 이미 기존 경제의 종착역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Slow Food,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많은 시민단체들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도전, 자원봉사활동과 환경운동,
탄소배출권 거래의 도입 등의 다양한 해법이 나오고 있지만, 이모두 거시적인 균형을 회복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오히려 주류와 비주류, 여와 야, 진보와 보수, 기존세대와 새로운 세대, 우와 좌로 나뉘어져
자신들의 논리에 맞는 경제학적 이론을 만들기에 급급한 것이 현대 경제의 모습이다.
먼저 소비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현대 인류사에 있어서 이렇게 다양한 상품과 첨단 기술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수 있었던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수천년간 의류는 화폐와 같은 구실을 하였고, 부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패스트패션이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의류들을 기본적인 생필품보다 저렴하게 살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의류들은 주기에 따라 변경되며 생산되었고, 이는 사람들의 수요를 벗어나서 가상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시기까지 도래하였다. 인간 행동 분석, 마케팅, 사회적 트렌드, 패션, 아이콘이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상품들이 생산되고
또다시 폐기된다.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상징적인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가 더 중요해졌고,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위치를 나타냄과 동시에 소비하게 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단지, 의류에 국한하지 않고, 이를 다양한 소비재에 접목시켜 본다면 인류의 대다수의 산업이 현재 얼마나 상징적인
산업에 투자되고 또 낭비되고 있는지를 간단히 유추해 볼수 있을 것이다.
책에 의하면 이미 인류의 소비 행태로 인해 지구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였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미 인류는
기후, 생물다양성, 질소 순환이라는 세가지 경계를 침범했으며, 담수사용, 대지사용, 대양의 산성화, 인순환의 네가지
범주도 한계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 인간은 놀랄 만큼 다양한 생명체를 지탱하고 있는 지구라는 독특한 행성에서 살도록 축복받은 존재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류는 이 한없이 너그러운 지구의 한계를 시험해왔다. 이제는 지구의 한계를 침범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
경제학에서는 생산 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왔고, 또 극복할수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이러한 기존 경제학에서의
논리로는 말이다.
인구의 증가로 인한 생필품의 부재는 유전공학의 발달과 생산량의 증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새로운 기술의 발견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의 지급으로 해결되리라 믿는다.
나아가 탄소배출권 거래와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로 인해 억제될수 있다고 본다.
경제의 발달과 산업의 고도화, IT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브레인을 키우고
나아가 지구 환경을 해결할 수 있는 자금을 획득하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모두는 지구환경을 경제적 모델 밖에 두어진 외생변수로 둔채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환경, 우리가 살아가는 이 생태계는 경제적 모델 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새로운 변화의 패러다임은 지속가능성을 제 1순위에 둬야 한다.
시장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체 가능성을 찾아보아야 한다.
월가의 금융시스템과 고도화된 금융상품이 아닌 지역협동조합과 마을화폐와 같은 새로운 시장경제의 확립.
대량생산체제하에서의 소비가 아닌 DIY와 텃밭일구기와 같은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
기존의 근로시간에서 벗어나 인생의 의미와 사회와 함께, 자연과 함께 할수있는 여가 시간의 의미의 재정립.
단순한 GDP의 증가가 아닌 진정한 삶의 충만과 생태계와의 조화까지 말이다.
이러한 변화는 역으로 경제학적으로도 더 큰 수익일수 있음이 드러난다.
각종 금융기관과 상업경제에 의존하지 않음으로 불필요한 거래비용과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인류의 생산성이 금융경제에 예속되고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도박, 카지노 경제에서 벗어나
지역의 사람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또 해당 지역에 재투자되어 해당 지역의 어메니티를 발현할 수 있게 한다.
회사에서 일하고 월급을 받고 다시 그돈으로 회사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쓰는 종속된 경제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생산하여, 대기업의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DIY를 통해 경제적
수입원의 다각화를 꽤하며, 이를 통해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소비할수 있게 된다.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지역과 생태계 그리고 가장 소중한 아내와 가정에 여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업무의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이를 통해 실제 근로시간에 있어서의 생산성 향상과 삶의 만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부수적으로 불필요한 의료 비용까지 줄일수 도 있고.
유조선의 기름 유출로 오히려 경제적 규모가 증가하는 수치상의 GDP에서 벗어나 인간의 의지와 정신, 마음과 같은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생태계까지 포함하는 경제적 관념을 가짐으로써, 실질에 가까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미 인류가 80년대부터 시도해왔던 다양한 노력과 사회 구석구석에 숨어있던 노력들은 이러한 제 3의 경제를 위한
작은 출발점이다. 저자의 말처럼, 하나밖에 없는 지구와 그 위에 살고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너그러움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또 향유할 수 있도록 우리모두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