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 공황과 번영, 불황 그리고 제4의 시대
로버트 라이시 지음, 박슬라.안진환 옮김 / 김영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이번에 읽은 책은 미국의 경제학자_로버트 라이시가 지은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이다. 저자는, 2007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금융위기와 소득불평등(양극화 문제)을 전면에 두고, 이러한 현상이 현재의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노무현 정권 후반부부터 소득양극화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 이명박 정권아래서도 

중요한 이슈의 하나이다. 이러한 논점의 연장선에서 최근에는 무상복지가 또다른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본질과 보험 및 복지 기금에 대한 자구책은 빠져버린 정치적인 싸움수준에서만 머물고 있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현대의 직업을 단순하게 두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 그리고 이는 현재의 한국과 미국,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에 물들어 있는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첫번째는 소매업과 일반적인 장사로

분류되는 대인서비스 업종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접할수 있는 업종이며, 대다수의 직업군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고소득경제에 합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

 

반면 재산관리, 금융, 전문기술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 복합서비스 업종은 그 카테고리가 한정되어 있고

이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_이러한 직장을 원하는 구직자는 많을지 모르지만.._ 은 미비한 편이므로 소득과

경제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인맥과 고급교육을 받으면서

적어도 이러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선순환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구매력있는 중산층계층이 사라지고, 점차 이원화되는 사회구조가 이루어지면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적인 불황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산력은 증가하고, 사회에 유동자금은 넘쳐나지만

이를 소비할 수있는 구매력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택담보와 카드 빚 등으로 소비를 이어 나가게되고, 가진자

들이 원하는 소비의 수준보다는 적을수 밖에 없다. 결국 가진자의 부는 생산보다는 미술품, 금, 금융자산과 같은

금융자본에 투자되고 양극화와 경기 불황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과거, 한국의 최부자댁에서는 기근이 들었을때 주변의 농민들부터 먹여살리고, 농민의 토지를 싼값에 사들이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짜 부자는 이러한 경제의 거대한 흐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생산에 걸맞는 소비와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력을 가진 중산층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던 것은 아닐까.

 

"대량 생산이 대량 소비와 동행해야 할 때, 대량 소비는 다시 부의 분배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기존의 부가 아닌

  현재 생산되는 부의 분배 말이다. 그래야 국가의 경제조직이 공급하는 재화와 용역의 양에 상응하는 구매력을 국

  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1929년의 미국에서는 그런 종류의 분배가 달성되기는 커녕, 거대한 흡입 펌프가 작동해

  당시 생산되던 부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소수의 손에 안겨 주었으며, 이는 그들의 자본 축적을 도왔다. 대량 소비자

  들의 손에서 구매력을 앗아감으로써 자본가들은 그들의 축적 자본을 새로운 생산설비에 재투자할 근거를 세워주는

  조건, 즉 자신들의 생산품에 대한 효과적인 수요까지 없어버린 셈이 되었다..."

 

케인즈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경제 불황과 혼돈은 부자들이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너무 잘살기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너무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듯 하다. 저자는 이를 최상위 1%

의 해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에 근거하여 경제 문제를 바라본다면 기존의 경제 사회에 대한 새로운

분석과 해법도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이어서 저자는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경제적 부의 재분배에 대한 논의와 금융경제가 아닌 실물경제로의 회귀를

말하고 있다. 09년도 미 금융위기때 가장 큰 피해를 본건 일반 서민들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지원은

대규모 금융사에게만 돌아갔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은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에게도 비슷한 상황이었고..

 

저자는 한 나라의 중산층의 부를 끌어올려 경제적 기본 합의를 재건하여 소득 수준과 경제적 상황이 매칭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경제적인 분석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생활에서

자주 나타나는 모습들이다. IT, 패션 상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의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곡류, 음식물, 물, 부동산 가격 등은 서민의 삶에 부담을 주기에 충분한 수치이다.

또한 과거에 비교해 보았을때보다 적은 실질임금과 대학생학자금대출의 부담 등은 경제 발전의 혜택이 과연 일반

서민에게도 귀속되고 있는지는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이러한 부의 편중과 갈등이 자칫하다가는 파국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갈등이 심해지고 부의 차이가 심해지면, 상대방의 부를 빼앗고, 끌어내리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성공한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헐뜯기 등은

이미 저자가 우려하는 현상의 시발점이 조금씩 보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그러한 행위를 하는 일부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은 듯 하다. 고립과 불신, 갈등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의 제공은 우리 모두에게

있을지도 모르고..

 

중요한건 파국이 온다. 오지 않는다고 왈가왈부하는게 아니라, 미리 이러한 문제를 막고 새로운 번영을 위한 준비를 하자는

게 핵심이다. 책의 마지막장에 나오는 저자의 대책은 비록 해답은 아니더라도 그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문제가 보이는데 이를 화려한 미사어구와 눈가림 식의 대책으로 포장하는 건 결국에는 그 끝을 보게 되어 있다. 비극적인

파국을 막고 번영과 긍정의 시대를 여는 길이 있다면 우린 그러한 길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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